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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석희
-암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 치료해야? 수술과 약물치료는 탐욕스러운 의사들의 수작?
-농업은 최초로 이루어진 생명에 대한 지적 설계. 인간은 농업으로 자연선택을 지적 설계로 대체
-검증 가능한 절차에 따라 합의된 제도권 과학과 출처와 검증 절차 불분명한 유사 과학 구분해야

극단적인 생태주의는 에코 파시즈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2018년 3월 21일 14시 30분부터 16시 30분까지, 마산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극단적인 생태주의자로 보이는 강사 분에게 ‘교육 농업’에 관한 연수를 들었다. 작년에 사암침법이니, 뜸과 소금으로 암 고치는 얘기를 연수로 들을 때부터 기성과학과 현대의학보다는 항상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무언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실 그런 게 있는지도 솔직히 의문이긴 하지만.
암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 치료해야한다면서, 수술과 약물치료는 돈을 벌어먹으려는 탐욕스러운 의사들의 수작이라는 듯이 말했을 때는 학교가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문명과 지식의 전당이 되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사고의 다양성과 다원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검증 가능한 절차에 따라 합의된 제도권 과학과 출처와 검증 절차가 불분명한 유사 과학도 분별하지 못하는 건 단순한 지력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사고의 다양성이란 정상과학의 범주 안에서 대안적 가설들의 비교검증의 범위에서만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니 창의지성이니 혁신교육이니 하기 전에 근대사회였다면 애시당초 도달했어야 할 이런 논리의 이해와 가치판단에 대한 기초적인 정리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워낙 교육 인프라도 좋고 좋은 교사도 많아서 방향성만 잘 잡고 기본을 보충해주면 그 효과가 정말 클 텐데 토의토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 기초가 되는 이성의 법칙이나 논리의 성립, 규칙에 근거한 지식의 구성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 유감이 크다.
결국 이 분도 뭐든지 다 자연에 맡겨야 한다, 자연 그대로 치료해야 된다, 제왕절개는 하지 말고 무조건 자연분만 해야 된다, 자기가 입고 먹고 쓰는 건 자연의 것을 써야 한다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었다. 강연 시작할 때,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김대식의 <인간vs기계>를 인용하며 AI와 로봇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고 4차 산업혁명이 찾아와 인간 세계의 모든 것을 바꿔버릴 것이다 뭐 이런 류의 요즘 유행하는 영상을 틀어주며 ‘그러니까 자연(여기서의 자연이란 베어 그릴스나 마스터 키튼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라기보단 자의적으로 구성된 다분히 낭만화된 자연이다)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다소 엉뚱한 결론으로 치달았는데, <호모 데우스>의 바로 전작인 <사피엔스>의 몇 구절을 인용하고 싶었다.
농업은 최초로 이루어진 생명에 대한 지적 설계였다. 인간은 농업으로 자연 선택을 지적 설계로 대체했다. 지금의 생명과학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한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 지능 개발은 농업에서 시작된 거대한 흐름의 연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농사가 문명과 인위를 거부하는 자연 그대로를 지키는 순수한 행위라는 듯한 주장은 악의에 가득 찬 기만이 아니라면 인류의 역사와 과학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단장취의도 유분수지, 이렇게 맥락을 떠나서 아무데나 휘두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