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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제일 안타까운 것은 윤정부가 저출산과 전쟁을 사실상 포기해 버린 것이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보면, 저출생이라는 말이 딱 2번 나온다.
–내가 아는 한 이 나라는 저출산 문제와 아직 정면 승부를 걸어 본 적이 없다.
출산율 통계와 관련 담론을 보면 답답하고 서글프다.
박준규 기자가 역대 정부의 출산 캠페인을 개괄한 후 윤정부의 ‘출산 캠페인’ 부재하다는 것을 잘 지적했다. 공들여 쓴 심층 취재 기사다. 그리고 “한국 출산율의 문제는 물질적 문제만 아닌,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지적했다.
한국의 인구 정책 내지 저출산 타개 담론은 장님코끼리 만지기다.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 일면적 진실만 말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이 경제 사정-고용노동제도-공공부문-교육-문화(남성과 여성의 가치관과 미디어 등)-복지 제도와 정책-지역균형발전 문제 등이 융복합된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내가 과문해서인지 이를 종합적으로 조망한 글이나 책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혹시 좋은 책이나 글을 알면 추천요망)
제일 안타까운 것은 윤정부가 저출산과 전쟁을 사실상 포기해 버린 것이다. 무슨 국정 철학/전략 회의에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다. 윤대통령이 잘 알고 있고, 너무 많은 시급한 문제들과 전쟁을 치르다 보니, 이 오래된 문제가 한참 후순위로 밀려 버린 듯하다. 물론 저출산고령사회위 맡고 한 일이 거의 없는 나경원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실의 문제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보면, 저출생이라는 말이 딱 2번 나온다. (저출산이라는 말은 폐기된 듯 하다) 국정과제 46번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복지부)에서 “ㅇ임신·출산 지원, 영유아~아동 양육, 보육 및 돌봄, 건강 관리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부모의 양육부담 완화,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 및 저출생 위기 극복” 국정과제 50번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고용부)”에서 “양성평등 일자리 환경 조성을 통한 저출생 대응 및 성장잠재력 제고”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인수위 백서에는 <제3장 주요 정책> 16개 중 “⑪ 인구 정책”(337쪽~340쪽)에서 다뤘는데, 요지는 저출생이 아니라, 그 후폭풍을 완화, 완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저출산 관련 요인과 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실사구시 하지 않은 교수들에게 정책을 맡긴 결과일 것이다. 아무튼 내용은 이렇다.
“인구 정책은 일반적으로 인구 변화 속도를 완화하는 정책,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사회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그리고 인구로 인해 발생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기획하는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인구 정책은 ‘완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보육 혹은 양육 환경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들, 일과 가정에서 젠더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들, 고령인구를 위한 보건복지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모두 완화 정책들이다.
그런데 이 정책들이 효과를 그리 내지 못하면서 인구는 더 빠르게 변동하였고, 그 결과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인구 정책은 완화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의 어떤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또 어떤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기획해야 하는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완화 위주의 인구 정책은 보육·양육 관련 정책들처럼 실제 사업을 마련하여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적응과 기획 중심의 인구 정책은 사업이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고 계획하는 전략에 더 가깝다.
윤석열정부의 인구전략은 최소 5가지의 전략 영역을 설정하였다.
첫째, 인구변동으로 촉발된 각종 격차를 완화하고 해소해야 한다. 둘째, 인구가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에서 세대 간 공존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이미 기정사실인 빠른 고령화는 미래 한국 사회에 위기가 아닌 기회이고, 부담이 아니라 지속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넷째, 인구절벽이 심화되는 수축사회로의 전환에도 국민이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다섯째, 기존의 완화정책을 모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최근 인구와 가구 변동에 맞추어 꼭 필요한 정책은 더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인구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인구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여 국가 전체적인 인구전략을 통해 인구 관련 정책을 기획·조정·평가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저출산 혹은 초저출생 관련하여 역대 정부가 만들고 시행한 제도, 정책, 사업, 예산을 실사구시 해야 한다. 한국의 공무원과 이익단체는 미디어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화두(국가적 난제)를 붙여서 예산을 따고, 정책을 만드는데 명수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때 즐겨 사용되는 예산 낚시 바늘(화두)이 청년일자리, 지역균형발전, 양성평등, 안전(세월호 참사 이후), 4차산업혁명 등이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빌미로 한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과거에 해 오던 것들이다. 한 눈 밝은 예산 분석가(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등)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직접 지원 예산은 (연 평균) 2.8조 원 수준”이라고 했는데, 내 직관과 다르지 않다.
https://m.blog.naver.com/acec808/222889259378
내가 아는 한 이 나라는 저출산 문제와 아직 정면 승부를 걸어 본 적이 없다. 특히 고용노동 패러다임과 복지 패러다임을 청년 친화, 결혼-출산-가족 친화적으로 바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오진영 작가나 박준규 기자 등이 얘기하는 문화/가치관의 문제도 거의 터치한 적이 없다. 설익은 이민정책을 꺼낼 단계가 아니다. 얘기 하려니 입이 아프다.
아무래도 조만간 저출산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 하나를 열어, 좋은 자료집이라도 한권 내야 할까 보다.
이 분야를 오랫동안 천착하여, 세미나 주발제자로 내정된 최해범(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이 공력이 많이 든 책 탈고하기 직전, 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하느라 세미나 일정을 좀 뒤로 늦췄는데, 아무래도 3월말이나 4월초에는 꼭 해야 할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쓰는 사람은, 집필이 오히려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