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 임건순
–난 막장이란 말 안 쓰는디, 아니 못 쓰는디 갱도 끝에서 무수히 죽어 나간 사램들을 봤기 때문이다.
–늙은 어부, 석공, 탄광 노동자들 만나서 이야기 채집하고 녹취하고 뭔가 만들어 내고 싶다.
-하층민 남성들의, 특히 나이 드신 하층민 남성들의 이야기와 회한도 조명해야 하는디……..
1. 안산에 고향 사람들이 많다. 보령향우회가 크게 하고. 그게 왜 그러냐면…………. 고향에 탄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 전라도 화순, 충청도 보령에 탄광이 폐광되고 나서 사람들이 안산으로 가서 많이 살았는디 세월호 희생자와 희생자 부모 명단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이름 보니 일가고 항렬 보아하니 오다가다 동네서 본 사람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
.
2.언제 태백 출신 처자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낸 적 있었는디 그 색시도 태백서 살다가 안산에서 살았따고…… 그렇게 안산은 탄광촌 사람들이 많이들 살고 있다.
.
.
3. 난 막장이란 말 안 쓰는디, 아니 못 쓰는디 갱도 끝에서 무수히 죽어 나간 사램들을 봤기 때문이다.

이게 참 골때린 게 같은 반 친구는 탄광에서 사장님. 다른 친구는 노동자. ……… 당시 사람 죽어 나가면 80년대에 천에서 2천 정도 보상해줬다는데…… 그게 참.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이게 참 골때린 게 같은 반 친구는 탄광에서 사장님. 다른 친구는 노동자. ……… 당시 사람 죽어 나가면 80년대에 천에서 2천 정도 보상해줬다는데…… 그게 참.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그런 계산 이전에 사람 죽었다고 하면 묘한 분위기가 반에서……….. 아니 갱도 끝에서 죽어 나가는 사램들을 보는디 워치케 막장이란 말을 쓸 수 있나. 방송에서 그말이 나올 때 특히 무한도전에서 그 말이 나올 때, 드라마 보고 막장 운운할 때 항의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
4. 아버지에게 어떤 브로커가 왔따고 한다. 6개월치만 달라고. 진폐증 환자 판정 받으면 국가에서 죽을 때까지 나오는 돈이 있는데 그거 반년치만 주면 내가 모든 서류 다 맨들어서 받게 해주겠다고.
.
아들놈이 병신같아서 아버지께서…………. 브로커와 만나 국가에 보상받으려 하시고………
아버지는 돌일을 하셨다. 석재공장에서 일했는데 매일 야근 토요일도 출근 일요일은 격주로 쉬어가면서……….
어릴 때 돼지 비게에 소주 드시고 돼지기름에 은행알 튀겨서 드시는 분들 많았는데 탄광 있고 돌일들 많이하니…….. 슬픈 건 탄광 일허시든 분들 진폐증에 고통받으시는 분들 많다는 거고 돌일 하시던 분들은 심각한 디스크에 청각장애 ㅠㅠ 당시 석재공장에서 만든 것들 일본으로 수출했는디…… 종종 일본 사람들이 오기도 했지. 접대가 너무 쉬웠다고 바닷가니 회를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는데. 아나고, 광어, 도다리, 숭어 거기에 대조개 회에 멍게와 해삼. 거래처 일본인들이 너무 좋아했따고. 이렇게 일본에서 먹을려면 엄청 돈많이 드는데………. 한국인들은 인심이 너무 좋다, 손님에게 어떻게든 퍼줄려고 한다, 내 사람이다 싶으면 다 털어준다고 그랬다고.
.
.
5. 내 고향은 반농반어촌. 욕장들이 많다. 대천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독산해수욕장
앞에 섬도 많았는디 원산도, 삽시도, 외연도, 내연도. 내 친구둔은 중학교, 초등학교 때부터 나와서 하숙도 하고. 엄니들은 일부러 걔들 불러서 밥 맥이고. 내 새끼 친구들 어린것들이 뭍에 나와 고생허는 게 딱해서
벳일, 어부 일의 난이도도 돌일, 탄광일 못지 않은디…… 아침부터 낙지 풀어 넣고 라면 끓어 소주 두 병씩 마시고 일 나가는 분들 계셨지. 그분들한티는 소주가 약이여. 안 그러면 쑤신 삭신 달랠 수가 없으니. 일 끝나고 와서 마시고 때론 일 시작 전에 마시고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고 특히 심장에 무리를……. 그래서 심근경색으로 많이들 돌아가시고. 아침에 깨보려 갔더니 못 일어나시고 돌아가신
6. 글쓰는 작가인데………… 동양철학 장르 말고 하층민 남성들 이야기도 책으로 만들어 내고 싶다. 다른 사람 말고 당장 내 고향의 아저씨, 할저씨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 친구 아버지들
늙은 어부, 아버지처럼 늙은 석공, 늙은 탄광 노동자들 만나서 이야기 채집하고 녹취하고 그래서 뭔가 만들어 내고 싶다는 생각 많이한다.
벌써 환갑에 칠순 된 분들도 많지만 너무 일이 고되고 그 후유증에 일찍 돌아가시거나 폐인된 분들도 많은디 사실 시간이 없다………. 그런디 그분들 이야기 듣고 녹취하고 그래서 뭔가 만들어 내도 소비해줄 사램들이 있을까
가부장제 사회 맞나? 남성 상위 사회 맞고?? 모르겠다. 평범한 남성 아니 하층민 육체노동자들의 한, 애환, 이야기, 과거 이런 거 서사화 될수가 없고……….. 가혹할 정도로 담론장, 공론장에서는 하층민 남성들이 배제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얼마나 개같이 일했는데…….. 맨날 이승만, 박정희 타령만 하는지?? 죽도록 일하면서 새끼들 맥여 살린 보통의 아버지들은 왜 서사화 할 생각 안하는지? 돌일이고 탄광 일이고 뱃일이고 그게 진짜 월매나………..
7. 아버지 친구분들 친구 아버지분들 늙은 석공분들 뵈면 손잡아드리면서 어쨋든 석재공장에서 맨들 것들 외국으로 수출했고 당신들께서 단순히 새끼 건사만 한게 아니라 외화 버셨으니 애국자이다. 좀 당신들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말씀 드리는디……… 그럼 울먹이시는 분들도 본다. 그저 내가 배운거 없어 새끼들 맥여살리기 위해 일한 게 아니라 애국한 걸수도 있다니, 그걸 남들이 인정해준다니……..
맞다 외국인들, 수컷 외국인들 만나서 내 아버지가 석공이었다, 이야기하면 니네 아버지 조빠진다. 짱이다라고 말하더라. 고향에 어부 이야기하고 탄광 노동자 이야기하면 외국인 남자자들이 그런데 그분들이야 말로 진짜 사내 아니냐는 말도 하고………… 국적 불문하고 석공, 어부, 탄광노동자는 …….. 사내들에게 뭔가 임팩트나 있나 보다. 아 우리 조선 제외하고.
.
.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자주 안타까워하신다……… 중국의 노동자, 북한의 노동자들. 중국과 북한은 아직도 탄광에서 석탄 채굴하는디 숱하게 죽어 나간다고. 국적은 다르고 체제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 생각하면 늘 안타깝다고. 사내들 사는 게 국적불문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딱하다고
하층민 남성들의, 특히 나이 드신 하층민 남성들의 이야기와 회한도 조명해야 하는디…….. 대한민국이 워치케 여기까지 왔는지 알려면 그분들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한 달에 이틀 쉬고 매일 야근하는 거? 지금 젊은 애들은 99%가 도망갈 껄. 아이고………. 어쨋든 매일 돼지 비게에 소주를 약처럼 드셨던 분들 생각하면…… 내가 뭐라도 해야할텐데……… 최소한 그분들보다 먼저 죽으면 안될텐데………. 근디 서사화되어도 누가 사 주려나………… 그냥 우리 남조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