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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동식
–아파트 문 몇개 중 두 개만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나머지 문으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단다.
–쉽게 생각하고 가는데, 아파트마다 담이 둘러쳐 있어서 다른 아파트로 건너갈 수가 없다.
–어쩐지 아파트가 완전히 별천지의 별스러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엊그제 대학로 근처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려고 내비를 찍었는데 길 안내가 좀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 안내하는 듯. 그래도 믿고 가봤더니 삼선교 근처 한신아파트인가 하는 곳 경내로 안내한다.

차단기가 올라가서 들어갔는데, 이리저리 점점 높은 지대로 안내한다. 보니까 아파트 구내로 시내버스들이 다니간 하더라.
차단기가 올라가서 들어갔는데, 이리저리 점점 높은 지대로 안내한다. 보니까 아파트 구내로 시내버스들이 다니간 하더라. 그런데 나중에는 시내버스만 통과시키고 차단기가 우리 차를 딱 틀어막았다. 하릴없이 차를 돌려서 여기저기 헤매다가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출입구 쪽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실과 연락할 수 있는 전화도 없고 하다못해 연락 전화번호도 없다. 그냥 손으로 차단기를 올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다가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주저하고 있는데 뒤에서는 벌써 다른 차가 나가려고 대기중이다.
뒤의 차에 가서 죄송하다고, 좀 빼주시면 다른 방향으로 가보겠다고 부탁드렸는데 이분들도 운전이 익숙치 않은 듯 한참 동안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차가 와서 기다리고.
아파트 주민 한 분이 도와주셔서 우여곡절 끝에 차를 빼고 출구를 찾아 헤매는데 가만 보니 우리가 처음 갔던 그 길이다. 이러다가 도돌이표 찍는 것 아닌가 싶은데 문득 창밖에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몇 분이 지나가신다. 차를 세워서 나가는 길을 물어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알고 봤더니 아파트 문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두 개만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나머지 문으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단다. 아, 물론 이건 외부 차량 얘기고, 아파트 거주민들은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고.
천신만고 끝에 아파트 빠져나와 새로 내비 찍고 가는데 이번에도 성북동 높은 언덕으로 안내한다. 이런 곳은 수퍼카 아니면 다니기 힘들겠다며 두리번거리면서 보니 몇십년 전 학교 다닐 때 한두번 와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광주 숙소에서 등기우편이 왔다고, 배달부 아저씨가 받으러 오라고 그래서 지도로 보니 직선거리로 걸어서 5분 거리다. 쉽게 생각하고 가는데, 아파트마다 담이 둘러쳐 있어서 다른 아파트로 건너갈 수가 없다.
대개 다른 아파트 사이에는 담을 치더라도 작은 출입문 하나는 뚫어두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다. 뭐 이런 심보들이 있나 싶다. 직선거리로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를 20분 넘게 땀 뻘뻘 흘리며 한참 돌아서 결국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만나 등기우편을 건네받았다.
어쩐지 아파트가 점점 가까이하기 어려운, 완전히 별천지의 별스러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