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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형
–영화 티켓값이 비싸진 것이 오히려 한국 영화 산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이제 스타 감독과 배우가 등판해도 영화 완성도가 개판이면 선뜻 영화관에 사람이 가질 않음.
–문화 컨텐츠 생태계의 안정적 발전과 유지를 위해 각자 생산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노력했으면.
영화 티켓값이 비싸진 것이 오히려 한국 영화 산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는 이런 저런 잡생각.
1.
불과 5~6년 전만 해도 조조에 보면 지방 기준 영화 티켓값이 6천원 했었다. 군 생활 중에는 휴가증 제시하면 천원 할인 해줬으니 운 좋으면 5천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었음. 지금 영화 티켓값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시절.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영화는 만 5천원 안팎에, 조금 더 편안한 자리가 있는 특별관이나, 아이맥스로 보려면 2만원은 그냥 넘기고, 거기에 음료수에 팝콘까지 먹으려면 못해도 3만원 아닌가?

급격히 높아진 비용은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지. 이전보다 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데, 비용에, 시간에, 영화가 주는 즐거움의 수준에 따른 만족도와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필요한 완성도까지.
급격히 높아진 비용은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지. 이전보다 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영화가 3만원이라는 비용에, 못해도 120분이 넘는 시간에, 영화가 주는 즐거움의 수준에 따른 만족도와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필요한 완성도까지. 이거 다 고려하면서 그래도 좀 볼 만하고 재밌는 영화를 고른다? 이거 이제 쉽지 않거든. 그리고 암만 물가가 비싸져도 3만원이면 성인 혼자서 하루 세끼 충분히 해결하는디. 미쳤다고 영화 아무거나 보면서 3만원과 3시간을 무지성으로 태워?
당장 이번 여름에 개봉한 대작 4개 중에서 가장 제작비 많이 들어간 <외계인>이랑, 배우 개런티 가장 높을 듯한 <비상선언> 개같이 망하고 있는 거랑, 납득 가능한 각본과 연출로 작게라도 상영관 지분 차지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범죄도시2>, <탑건:매버릭>, <헤어질 결심> 등의 흥행 결과를 대조해봐도 여실히 느껴짐.
2.
이제 관객들은 국뽕과 신파 한껏 집어넣거나, 유명 배우 여럿 불러서 대충 찍는 식의 영화는 팔아주고 싶어도 못 팔아준다는 걸 흥행 결과로 토로 하는 거지. 아니 생각을 해봅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최동훈이나 한재림 영화가 개같이 멸망할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이제 스타 감독과 배우가 등판해도 영화 완성도가 개판이면 선뜻 영화관에 사람이 가질 않음. 그러나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한편으론 한국 영화 산업이 체질 개선을 시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함. 물론 반대편의 경우도 가능하지. 체질 개선할 타이밍이라는 걸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감독이나 배우 이름값에 기대고, 해외 유명작 소재나 트렌드 교묘하게 훔쳐쓰거나, 한국 특유의 신파 국뽕 선민의식 가득한 영화만 만들면 아예 영화계 전체가 낙인 찍혀서 흥행도 함께 실패할지도. 여러모로 위기이면서 기회이고, 기회이면서 위기인.
그런 면에서 연기자의 길만 걸어왔던 이정재가 찍은 <헌트>의 완성도와 반응이 괜찮은 것도 하나의 시사점임. 이정재도 개봉 시점에 마주칠 경쟁작들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테고, 그러니까 지금 이런 저런 방송과 채널에 뛰어다니며 열심히 홍보하는 거 아닌가? 영화도 개같이 멸망하면 안 되니 존내 고민하면서 찍고 편집하고 수정했을테고. 그렇게 이정재만큼 공 안 들이고 고민하지 않은 감독이면, 그 감독이 과거에 천만 영화를 찍었건 말았건 개같이 망할 수 있다는 게 앞으로 영화 산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거지.
3.
관객들도 문화 컨텐츠를 대하는 기준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 단지 비싸서 소비 안 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개밥처럼 영화 찍어내면 소비 안하고 망하게 함으로써 그 문화계 종사자들로 하여금 위기 의식 갖고 납득 가능한 각본과 연출을 할 수 있게 해야.
솔직히 3만원과 2~3시간을 투자해서 영화관 가서 아무 생각 없이 팝콘 뜯고 웃고 오는 걸 바란다? 그건 호구 중에도 아주 상호구가 아닌가 싶음. 아니 다들 그렇게 시간과 돈이 남아돌까? 소비자들도 소비와 리액션에 고민을 담아서 해야 제작자들이 좆대로 안 찍고 뭔가 조금 더 고민을 하고 한치라도 수정을 해서 작품을 내놓지 않을까?
그리고 이젠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와 평가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역할과 책임도 더 막중해질 것. 또 몇몇 기획사의 잘못된 마케팅 방식이나, 특정 커뮤니티나 팬덤의 가진 영향력도 이전보다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듯.
4.
가끔 대형 흥행작이나 고평가 받는 작품 나왔다고 그걸 ‘한국인의 소프트 파워가 어쩌구 저쩌구’ 해서 잠깐 소비해버리고 우쭐하는 데서 그칠게 아니라, 지금 가진 문화적 위상과 역량을 어찌하면 장기적으로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담론을 형성하고, 그걸 제작 환경에도 반영하고, 그런 것들도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저출산 고령화가 왜 무서울까? 문화 산업도 사람이 하는 건디, 신입이 안 들어오고 종사자들 평균 연령대만 늘어나면, 그만큼 그 산업에서 나올 상상력과 제작 역량의 기대치와 수준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거지. 한국도 지금이야 콧대 세우고 잘난 척하지만, 이것도 언제 나락 갈지 모른다고 봄.

몇몇 스타 감독과 배우들은 너무 바빠서 돈 쓸 시간도 없겠지만, 정작 영화 산업 핵심인 시나리오 쓰는 작가들은 극소수 제외하고 생활고 허덕여서 본업 포기하는 경우 많다고 들었는디.
몇몇 스타 감독과 배우들은 너무 바빠서 돈 쓸 시간도 없겠지만, 정작 영화 산업 핵심인 시나리오 쓰는 작가들은 극소수 제외하고 생활고 허덕여서 본업 포기하는 경우 많다고 들었는디. 그런 업계 약점이 노출될수록 신입을 더 안 들어올 거고, 그럼 산업 전체가 하향세로 접어들다가 경쟁력 잃고 망하는 것 아닌가.
국내외 할거 없이 받들어 모시는 박찬욱, 봉준호도 나이가 이제 50대여. 물론 거장들은 나이가 들수록 연출이 더욱 세련되고 원숙미가 더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그렇다고 누가 장담하나? 그리고 몇몇 스타 감독만 살린다고 하나의 문화 산업이 잘 되는 건가? 그건 또 아니거든.
아무튼 문화 컨텐츠를 즐기는 비용이 많이 오른 만큼, 앞으로의 문화 컨텐츠 생태계의 안정적인 발전과 유지를 위해서 제작자와 소비자들이 각자 생산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노력했으면. 그렇다고 중국, 일본이나 다른 주요 선진국이 치고 나간다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이 문화 산업에서 두각 드러낼 일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도 든다.
[출처] tory_fbid=pfbid0gA8pfaQBuE43h98aonpAThmWA6w7VdhBj8Tx9H9tXuBQPB9cBNJbjBxzoc7VLP4bl&id=100011016858683″>비싸진 영화 티켓값은 아주 중요한 분기점 | 작성자 박민형
**작성자의 허락을 얻어 모셔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