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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꽤 똑똑한 사람들의 오만방자병은 상대나 주변을 악마나 아주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들면 됩니다.
-상대를 바보나 악마로 몰면 자신은 현능한 사람이 되니, 학습도, 성찰도, 진화발전도 필요 없습니다.
-상대를 함부로 왜곡, 폄하하는 자들은 이준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이준석의 이 발언 듣고 어이없어 한 사람 많았을 겁니다. 저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대선 캠페인 때 ‘집권하면 어떤 사람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을 하면 ‘이준석’ 이름이 있었을 것 같다.” “장제원·이철규·권성동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고, 제가 ‘호소인’이라고 표현한 분들 이름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 “누구 때문에 윤 대통령을 뽑았냐고 물으면 장제원·권성동·이철규·박수영·김정재·정진석 때문에 뽑았다는 (대답이) 나올까”

나르시시즘, 중2병, 오만방자, 유아독존 등 다양한 진단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진짜 정신병이 걸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어찌하여 저를 몹쓸 오만방자가 몸에 배었는지???
이준석이 앓는 질환에 대하여 나르시시즘, 중2병, 오만방자, 유아독존 등 다양한 진단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진짜 정신병이 걸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어찌하여 저를 몹쓸 오만방자가 몸에 배었는지???
살면서 보니, 꽤 똑똑한 사람들의 오만방자병이나 유아독존병은 상대나 주변을 악마나 아주 형편없는 인간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자동으로 자신은 진실과 정의와 혁신의 사도가 됩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문을 읽으면서 뜨악한 대목이 있습니다. “보수정당은 민족주의와 전체주의, 계획경제 위주의 파시스트적 세계관을 버려야 합니다“
그동안 시장만능주의, 경쟁지상주의, 개방제일주의, 북한에 대한 과도한 공포(반공주의) 어쩌구 하는 비판은 들었지만(물론 침소봉대한 비난입니다), 민족주의, 전체주의, 계획경제, 파시스트는 그야말로 금시초문입니다. 독일(히틀러) 나찌즘, 이탈리아(무솔리니) 파시즘 비판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무슨 만화책이라도 봤는지, 아무튼 시대착오에 번지수 착오입니다. 이보다 약간 가벼운 왜곡과 폄하도 여럿입니다.
2007년 이전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섬뜩한 전체주의적 사고라는 주장도 그중의 하납니다(그런데 불편하긴 해도 섬뜩한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느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우리가 벗어던져야 할 허물은 보수진영 내의 근본 없는 일방주의입니다.” “우리 당의 지지층은 이제 크게 둘로 나뉩니다. 태극기를 보면 자동으로 왼쪽 가슴에 손이 올라가는 국가 중심의 고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당원과 지지자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가는 것입니다.”
이준석은 스스로를 민족주의, 전체주의, 계획경제, 파시스트, 일방주의, 국가중심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자유, 정의,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변화한 시대에 맞는 보수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당대표로 선출되었고, 지난 대선 때 유권자 상당수는 자신을 보고 표를 찍었으며, 집권 후에는 이준석의 활약을 기대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보수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자들, 그래서 보수를 극단적으로 왜곡하고 폄하하는 진중권 같은 자들은 이준석 주장에 맞장구를 쳐 줄 겁니다.
상대를 모두 바보나 악마로 몰아버리면, 자신은 자동으로 현능한 사람이 되니, 학습도, 성찰도, 진화발전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지배자가 되면 됩니다. 이준석 정신세계가 이런 상태입니다.
상대를 함부로 왜곡, 폄하하는 자들은 이념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이준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함부로 뉴라이트 딱지를 붙이는 자(그놈의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온갖 악의 화신일 겁니다. 장담컨대 이 자는 sns에서 시부렁거리는 짓을 그만두지 않으면 처자식 빌어먹게 만들겁니다), 함부로 꼰대니 틀딱 딱지 붙이는 자, 함부로 주사파/빨갱이 딱지 붙이는 자, 함부로 친일파/식민지근대화론자로 딱지를 붙이는 자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50~60대 운동권 출신들의 상당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대한민국의 역사와 현실에 비분강개해서 목숨을 걸고, 혁명을 하겠다고 떨쳐 나섰습니다. 그리고 소련 동구, 중국, 북한의 현실과 참상을 보고, 깊이 성찰반성을 했습니다. 분노하고 부끄러워했던 대한민국 역사와 현실을 다시 보니, 자신이 저주했던 그 주역들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 이후도 여러 차례 자신의 관념이나 기대나 예측이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와 현실 앞에 겸허해 졌습니다.
어떤 주의(ism)으로 세상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비록 자신이 지지 않았던 정부라 할지라도 그 노력을 함부로 폄하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깨지고 아프면서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철은 솔직히 30대에 다 들었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그런 정서를 깔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 서른 일곱살이 2000년인데, 그때 했던 생각(썼던 글 엄청 많습니다)을 떠올려보면, 이준석의 만 서른 일곱 살은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이준석은 대오각성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정치 쓰레기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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