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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달호
-중국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지금을 명-청 교체기쯤으로 인식하는 엉뚱한 사람도 생겨난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말할 줄 아는 능력자들은 말할 줄 모르는 무지렁이보다 백배는 비겁하고 책임이 무겁다.
한중수교 이전에 중국어 전공자들은 별로 알아주지 않았다. 대학마다 중어중문학과는 있었지만 중‘語’보다는 중‘文’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아 그 학과를 나오고도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한중수교 직후 중국어 활용 인재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는데, 중문과 출신이라고 해서 채용했더니 정작 중국인 앞에 서면 얼굴이 벌겋게 변하더라는 에피소드 역시 흔하다.
그래도 한국인에게는 조선족이라는 가교가 있어 중국에 진출한 다른 나라 기업인들보다 중국어 갈증을 쉽게 해소할 수 있었는데, 실은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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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와의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랍어를 전공한 선배가 있었다. 학력고사 점수 맞춰 대학에 가려니 어거지로 그냥 들어갔던 것인데 나중에 중동 붐이 불자 ‘귀한 몸’이 되었다. 중동에 대한 관심이 주춤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고, 중국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점차 중국식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은 ‘현지화’의 일환으로 좋게 보아줄 수 있는데, 정도가 지나쳐 지금을 명-청 교체기쯤으로 인식하는 엉뚱한 사람도 생겨난다.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또한 그렇다. 한중관계가 원만하기를 바란다.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고, 중국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점차 중국식 사고를 갖게 되는 것은 ‘현지화’의 일환으로 좋게 보아줄 수 있는데, 정도가 지나쳐 지금을 명-청 교체기쯤으로 인식하는 엉뚱한 사람도 생겨난다. 미국는 ‘지는 해’, 중국은 ‘뜨는 해’라는 것이다. 중국을 어설프게 알고 있으니까 이 정도 천박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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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옆에 우뚝 솟은 빌딩이 쓰러지면 우리 집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빌딩이 날림으로 지어졌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이것저것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이렇다.
좋든 싫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숙명의 시간을 지난 수천 년 동안 겪어 왔다. 한반도 역사에서 중국이라는 존재의 그림자가 사라진 시기는 해방이후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까지 고작 5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에겐 잊혀진 중국이 다시 복원되는 셈인데, 봉건시대에야 주종관계이고 황실과 제후국의 관계라 하여도, 근대에 와서는 엄연히 국가대 국가다. 지나치게 적대할 것도, 지나치게 공손하거나 비굴할 것도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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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에 따라 몸을 사리는 것은 사람들의 당연한 처세술이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작금 전개되는 ‘사드’ 국면 말이다.
사드가 기술적으로 중국에 어떠한 위해가 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중국의 정치인들 또한 분명히 알고 있다. 사드가 중국을 지켜볼 수 없고, 사드가 중국을 겨냥할 수 없으며, 사드가 중국을 무너뜨릴 수도 없고, 사드가 무언가를 침범할 수조차 없다는 것쯤은 시진핑은 물론이고 군사적인 초보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의 하급관리들까지도 다 알고 있다. 모르고 있다면 바보다. 그렇게 알면서도 압박하는 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딱 하나다. 그냥 사드가 싫은 것이다. 사드를 매개체로 한국과 미국이 더 가까워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러니 ‘잔말 말고’ 우리(중국)쪽으로 오라는 것이다. 이번을 기회로 중국 편이냐 미국 편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답은 하나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고고도 미사일을 중국이 요격시켜 줄 것인가? 그렇다면 중국이라도 어서 와서 대한민국에 요격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라. 그렇지 못할 것이면 일체 언급조차 하지 말라. 왜 남의 나라 일에 이러쿵 저러쿵인가. 동생 나라(북한) 하나 관리 못 해서 상황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으면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지!”
이런 말 할 줄 아는 중국어 전공자들이 없고, 온통 경제전문가요 진정한 애국자인양 하면서도 중국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으니 우리는 백날 중국의 제후국 취급밖에 못 받는 것이다. 말할 줄 아는 능력자들은 말할 줄 모르는 무지렁이보다 백배는 비겁하고 책임이 무겁다. 할 줄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니.
제발, 부끄러움을 좀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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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썼던 글.
정치 사회적인 내용의 칼럼만 따로 모아서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가 있어 지난 글들을 살피다 찾았는데, 문체와 표현은 거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그리 변한 것 같지 않아 조금 씁쓸한 마음에 옮겨봅니다.
어쨌든…… 이런 글을 책으로 낼 생각은 없습니다. 이런 식의 화법으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 테니……. 어쩌면 내 흑역사(?)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옮겨본 글…… 책으로 낸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