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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힘과 지혜를 끌어내고 통합하는 정책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정책실장을 부활하든지, 대통령 비서실장 아래 정책을 담당하는 부실장이라도 신설해야 한다.
–대통령의 언행과 정부의 가치, 정책, 인사, 태도는 멋진 서사로 꿰어지고, 포장되고, 설명돼야 한다.
1) 정책플랫폼과 180일 플랜 재정립
3.9 대선 이후 5개월,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보여준 윤정부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대부분 지피지기를 건너 뛴 데서 기인한다. 지지율 추락의 주된 요인으로 알려진 대통령의 비호감 태도, 아는 사람과 친한 사람 중심 공직인사, 무모한 문전문답, 정무 감각을 담은 서사나 구라의 부재,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참신한 비전•정책 개발 등한시 등은 윤정부가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이고, 보수와 중도가 더는 다수파나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 등 한마디로 건방을 떤 데 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부족한 정치사회적 힘과 지혜를 최대한 끌어내고 통합하는 정책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참모를 숨어 버리게 만들면서, 그 소신, 창의, 열정을 억눌러 버렸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부족한 정치사회적 힘과 지혜를 최대한 끌어내고 통합하는 정책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참모 뒤에 숨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참모를 숨어 버리게 만들면서, 그 소신, 창의, 열정을 억눌러 버렸다.
정부 출범 100일 혹은 180일 플랜과 공직인사, 캠페인 전략,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다 정책플랫폼으로부터 나온다. 100일 플랜을 만들지 않았다면, 180일 플랜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30대 중점 과제 혹은 100대 과제를 재정리해야 한다.
2) 대통령실 규모와 역할 정상화
한국 정치의 핵심 문제를 제왕적 대통령에 돌린 강단 학자들은 대통령실 규모와 역할 축소, 국무회의 중심 국정운영과 책임장관제를 주장했다. 이를 수용한 윤통은 정책실장과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대통령실 규모도 전반적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작동할래야 작동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당•정•대라는 오케스트라 악단이 공유하는 악보(정책플랫폼)도 부실하고, 악단의 연습도 부족하고, 지휘자와 연주자(책임장관)의 기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량 있는 연주자가 있더라도 청문회 문제 등으로 발탁이 곤란했을 수도 있다. 국무회의도 정책플랫폼과 기량(국정전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전문성) 문제로 실질적인 심의 기관이 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정책실장을 부활하든지, 아니면 대통령비서실장 아래 정책을 담당하는 부실장이라도 신설해야 한다.
3) 총리, 장관, 당3역의 역할 정상화
대통령이 답변하는 문전문답은 대폭 줄이고,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하여 총리, 장관, 당3역, 수석 등이 나서는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대폭 늘려야 한다. 물론 총리, 장관, 당3역 등이 이런 기자회견을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잘 조율된 입장이 있는지? 이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4) 윤통과 윤정부의 서사의 정립
정권의 서사는 역사인식(과거)과 시대인식(현실과 미래)을 깔고 있어야 한다. 서사는 정권(정당 및 진영)의 자부심과 지지•옹호의 원천이자 반대•혐오의 근거이다. 대통령의 언행과 윤정부의 가치, 정책, 인사, 태도 등은 멋진 서사로 꿰어지고, 포장되고, 설명되어야 한다.
선거 과정과 취임식 식전 행사 등에서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1980년 대학 2학년 때 전두환 모의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강단과 고초, 고시 9수 과정의 일화, 공직자로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세 등. 선거유세나 후보 간 토론 과정에서 정치 경력(국가경영에 대한 연구고민 이력 등)이 극히 짧은 자신을 국민이 불러낸 점도 언급하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국민이 키운(불러낸)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무너진 공정과 상식 바로 세워” 등 핵심 구호이다. 그런데 정부 출범 후 구체적인 서사, 정책, 말 등으로 구체화하지 않았다.
사실 한국 정치와 정당이 정상이었다면,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을 불러낼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윤석열을 키운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인데, 윤정부 인사들 입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2022.2.27 안철수-심상정-이재명의 후보단일화를 위해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채택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정치를 선진화시키는 개혁인지는 의문이다.
박정희는 자신이 5.16정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불행한 군인이라 하였다. 정통성, 정당성의 취약성을 조국근대화를 향한 사명으로 전환하였다. 윤석열도 ‘불행한 검사’라는 말로 마뜩잖아하는 눈길을 일소하고, 이를 민주화와 자유화에 대한 헌신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자타가 공인하는 윤통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강점이나 매력으로 전환하는 작업—해석, 인사 등–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았다’라는 것, ‘전두환이 김재익 같은 유능한 인물을 기용하여 믿고 맡겨서 정치는 잘했다’라는 것 등이 집권 후 공직인사나 태도(겸손) 등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얘기다.
윤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해야 할 서사 정립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고, 자유보수우파가 개화-독립-건국•호국-부국을 주도하고, 민주화의 토대를 만들고, 세계화와 자유화를 통해 위대한 나라를 만들었는데, 민주, 진보 팔이들이 김대중 노무현의 탈을 쓰고, 민주, 진보와 자유, 공정, 상식, 법치를 능멸하여 진짜 약자를 더 살기 어렵게 하여, 국민이 윤석열을 불러내어 이를 바로 잡으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정부의 소명은 비정상의 정상화, 공정 상식 법치의 회복, 더 높은 자유 민주 공화 복지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서사를 토대로, 가치, 정책, 비전이라는 기둥과 지붕을 씌워 비전하우스를 만들어야 한다.
자유-민주-공정을 연결하는 가치 삼각형 정립 필요하다. 현재 윤통의 자유는 주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시민’과 한데 묶여 있다. 또한, 자유는 5.18, 오월 정신, 헌법, 평화, 인권, 혁신과 승자독식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사용된다. 주로 소극적 자유만 얘기한다. 자유민주주의도 방어적, 저항적 맥락에서 사용한다. 재산권 및 영업권, 적극적 자유(자아실현의 자유), 사적 자치와 지방자치로 확대하지 않았다. 즉 자유화는 보충성 원칙에 입각한 사적 자치와 지방자치의 확대강화이고, 사적 자치는 시장자치와 사회공동체 자치를 의미하며, 국가주의 좌파 및 우파와 투쟁을 통해 완전히 타락한 민주주의와 변질된 국민주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 철학(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 역시 주로 불법 단죄, 시험에서 반칙 없음 등 협소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무기의 대등성, 세대(현세대와 미래세대 등) 간 불공정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다.
5) 인사와 언행(말과 태도) 개선
연고(eye contact)에서 벗어나 서사, 상징, 비전에 근거한 정치(세력) 연합을 도모하는 인사가 필요하다.
역경을 딛고 공적가치를 견지한, 한마디로 스토리와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인사가 필요하다.
관료, 교수, 땅개 출신이 주류인 당·정·대 특성과 관성을 고려하여, 정치적 ‘구라’ 개발에 힘써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출범 100일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