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플랫폼 재정립이 필요하다 Ⅱ 지피지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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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정부 정책플랫폼 초안인 인수위 백서의 중요성과 부실함을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수정부는 서사와 구라에 대한 관심도 없고, 주도면밀한 이미지 형성 전략도 전무하다.

윤정부의 핵심 문제도 지피지기 실패 내지 인지부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근인近因:3.9대선 이후의 처신

 

1)인수위 백서로 집결한 부실, 인수위 백서에서 기인하는 난맥

 

인수위 백서는 신정부의 운영체제 내지 정책인사구라 플랫폼 설계도 초안이다. 국정철학-국정전략(목표·방향)-국정과제의 집약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수위 백서 및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2017.7)과 윤석열 정부 인수위 결과물–110대 국정과제(5월)>>인수위 백서(6월)>>120대 국정과제(7월)—을 비교하면, 윤정부 백서가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부실하다.

 

무수히 많은 과제 중에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역대 정부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개념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 취임사나 후보 연설에서 역설한 자유, 법치, 공정, 상식 등을 구체화한 정책(120대 국정과제 등)도 별로 없다.

 

예컨대 무수히 많은 과제 중에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역대 정부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개념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 취임사나 후보 연설(출마선언문 등)에서 역설한 자유, 법치, 공정, 상식 등을 받아서 구체화한 정책(120대 국정과제 등)도 별로 없다. 북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국정 현안(초저출산 문제 등)이 수두룩한데, 아예 외면하거나, 언급한 현안은 대개 곁가지를 건드리고 있다. 한국에서 온갖 대립과 갈등의 진원인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분야, 즉 공공부문을 줄이고 투명화하고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게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선거출마 경험도 없는, 정치 경력 1년도 안 된 전 정부 검찰총장 출신을 불러내는 등 선진정치와 거리가 먼 한국 정치를 개혁할 비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념설계를 건너뛰고 부분(부품)설계와 상세설계만 한 직업공무원과 그 시야가 지역구를 넘어서지 못하는 다선의원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에 상술하겠지만 윤정부는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인데,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엉성하고 부실한 정책플랫폼 위에 타고 있다. 개인 이력 상 정치와 정책(국정현안)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수가 없는데(인수위 백서에 대한 무관심 등이 그 징표다), 대통령 주재 회의나 개별 면담에서 듣기보다는 자기 말을 더 많이 하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출범 후 3개월여 동안 실행할 국정운영 100일 플랜은 아예 만든 것 같지 않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국무조정실이나 국정과제비서관실이 120대 국정과제와 관련, 각 부처의 실행계획을 제출받아 단순 취합하여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경영은 오케스트라 악단 지휘•운영과 유사하다. 공유하는 악보(플랫폼)와 지휘자(대통령) 및 연주자들(당•정부•대통령실)의 기량과 연습(호흡 맞추기 등)이 필요하다. 공유 악보가 없으면 연주자들의 연주는 대개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다. 정책플랫폼이라는 공유 악보가 없으면 연주자들은 자기 나름의 악보로 독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주하지 않는다. 야당이나 언론이 문제 삼기 어려운 소소한 정책이나 일상 사업만 한다는 얘기다. 자칫 ‘초등학교 5세 입학’ 같은 큰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담대한 개혁을 던졌다가는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처럼 불과 34일 만에 경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정부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정부 정책플랫폼 초안인 인수위 백서의 중요성과 부실함을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부실한 인수위 백서는 윤통-윤핵관-선대위-국힘당이 안고 있던 수많은 문제의 집약적 표현이며, 윤정부가 출범 후 보여준 수많은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2) 무모한 출근길 문전문답(Door Stepping)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윤통의 호기에 따라, 출근길 문전문답이 시작되었다. 용산 이전은 지지층 내부에서도 많은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대위나 인수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의 상당수도 그 속도나 순서에 대해 반대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윤통은 밀어붙였고, 지금은 대체로 긍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것이 중평이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 윤통의 자신감이 과도하게 부풀어졌을 가능성이다. 운運 9 기技 1로 얻은 성취(대통령 당선)를 운運 1 기技 9로 얻었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겸손해지기 어렵다.

 

대통령의 출근길 문전문답은 거의 유례가 없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기획 행사다. 하지만 애초부터 실수나 허물을 크게 부각하는 적대적 정치•언론 지형에서는 너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제아무리 빼어난 대통령이나 수상이라 할지라도 무수히 많은 국정현안에 대해 각본 없는 문전문답을 거의 매일 할 수는 없다. 말실수는 필연이다. 언론이 발언의 허물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언론의 기본 속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문전문답은 윤통을 과잉 부각하고, 그렇지 않아도 논란의 중심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복지부동 성향이 있는 주요 장관과 참모(수석)들을 숨게 했다.

 

정부 초기에 경찰 등 정부 조직의 관행과 신정부의 방침이 충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과거 관행에 따른, 악의 없는 단순 실수를 신정부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여 거칠게 질책한 것이다. 이 역시 문전문답 과정에서 일어났다. 대통령-참모-장관의 자율책임 범위와 사전 조율 프로세스 부재도 드러냈다. 윤통의 회의나 면담과정에서의 다변多辯조차도 참모와 장관의 입을 막는 효과가 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의 강한 질책, 단언, 명령은 훨씬 큰 후폭풍을 낳게 되어 있다. 작년 푸념도 천둥벽력처럼 들리는 것이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의 강한 발언은 복지부동伏地不動 아니면 무리한 실행을 초래하게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대중이 가장 싫어하는 오만, 독선으로 되어 강한 비호감을 낳는다.

 

 

3) 메시지, 풍요 속의 빈곤

 

윤통의 문전문답은 국정 정보에 관한 한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국민이 정작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상세히 브리핑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았다. 대장동 수사, 강제북송 사건 수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민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마찬가지인 공급망 위기, 물가, 주가, 금리, 무역수지, 가계부채, 국가부채, 부동산, 노동투쟁 등 여러 방면에서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는 위기와 대응 방침에 대한 책임 있는 당국자(총리, 한은 총재, 기재부 장관, 3역 등)의 브리핑은 필요한데, 거의 하지 않았다.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브리핑 내용, 주체, 시기, 형식을 조율하는 단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후임 정부에 떠넘긴 부담 등 패악질을 소상하게 알리는 여론몰이도 거의 없었다. 엉뚱하게 통일부 발 큰 뉴스 2개(서해 표류 공무원 구조 외면과 강제북송)가 모든 것을 압도해 버렸다. 하지만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처럼 떠들어댄 이 사건은 이슈화하기 전에 당대 차원의 치밀한 검토가 있었던 것 같지 않다.

 

탈원전과 가스 수요•가격 예측 실패에 따른 에너지 수입 비용(양과 가격) 폭증과 무리한 태양광 사업 등에 따른 한전 적자 및 무역수지 적자의 상관관계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방만, 비대를 초래한 문정부의 공공부문 정책, 예산(국가채무 폭증) 정책도 분명히 짚어야 할 패악질이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이런 사례가 수백 개는 될 것이다.

 

부동산 세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건보 수가에 따른 필수의료()의 부족이나 소멸 위기 등 현장에서 절감하는 곪을 대로 곪은 모순 부조리 역시 수백 개는 족히 되겠지만 책임 있는 당국자의 브리핑은 없었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는지조차 의문이다.

 

윤통에 대한 허위•선동 프레임도 그리 약화되지 않았다. 파쇄하기 위한 노력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야당이 주로 만든 이 프레임은 바보•무능(선거•정당•의회•국정 경험이 없고, 정치 인맥도 협소하고, 윤핵관과 부인에게 휘둘린다), 부자(집안의 재력 때문에 별 고생하지 않고 9수를 했다) 무자녀(애를 낳아 키워보지 않아서 서민의 애환을 잘 모른다), 검찰공화국(매사를 사법적 잣대로 재단하고, 검찰을 최고로 치고, 야당을 검찰의 칼로 난자를 할 것이다)이다. 그 외에도 무속, 술꾼, 부인과 처가 식구의 이권개입 프레임 등이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파쇄하지도, 역이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검찰 출신 과다 기용과 부적절한 공직인사 등으로 검찰공화국 프레임과 정책적 무능 프레임을 강화시켜 준 측면이 있다.

 

4) 담대한 변화개혁 포부(구라)의 실종

 

집권 초기면 정책, 인사, 행보(기념사 등)를 소재로 담대한 변화와 개혁을 약속하는 구라(스토리)와 신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설파하는 구라가 나와야 하는데, 찾아 보기 어렵다. 이는 구라를 경멸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관료•보수(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성향이긴 하지만, 윤정부는 특별히 심한 편이다. 도대체 윤정부가 조직적, 체계적, 계획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것 내지 역사적 치적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없다.사실 윤통의 등장도 혁명이나 정변급의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당연히 그 의미를 설명하고 강조하는 작업(구라)이 필요한데, 거의 하지 않았다. 5년 내내 촛불 혁명과 민주화 서사를 지겹게 우려 먹은 문정권과 확실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나름 고난과 승리의 장엄한 민주화 서사를 부각시켜 정권의 배경으로 삼았다. 문재인은 거기에 더하여 촛불 혁명과 국민주권=새로운 민주주의를 연결시켰다. 그런데 보수 정부는 대체로 경제(먹고사는 문제) 강조하고, 자신의 빼어난 수완(이명박)과 원칙(박근혜)을 강조했으나 윤통은 무엇을 특별히 강조하는지 모호하다. 경제와 민생이 중요하다고 하여, 관련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고 해서,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윤통의 모습에 감동 감화받을 사람도 없고, 경제와 민생 실력을 높이 살 사람도 없다.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균형발전), 파괴적 갈등 등 오래된 융복합 문제들도 부상하고 있고, 대부분 문정부가 뭉개거나 악화시켰지만, 윤정부의 차별화된 진단과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 책임 있게 고민하는 단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랫동안 소수파, 비주류로 살아온 진보는 서사를 중시하고, 구라에 능하다. 진보는 스스로를 반제 반봉건 항일 민주 투쟁의 주도세력이며, 빈자/약자/노동자농민/평화/복지 편이며, 한국 국민이 좋아하는 보모(어머니) 이미지를 몸에 두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수를 수구기득권, 노론-친일-기회주의 독재의 후예이며, 부자/강자/자본/재벌/전쟁/이기주의자(자기만 잘 살자)편이며, 비정한 시장주의/승자독식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웠다.

 

진짜 문제는 윤정부를 비롯하여 보수정부는 서사와 구라에 대한 관심도 없고, 주도면밀한 이미지 형성 전략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재야 보수에서 애써 강조하는 이미지가 이승만, 박정희로 대표되는 건국 산업화 주도세력이다. 하지만 21세기에 젊은 세대에게 소구력 있는 보수의 이미지 전략은 없다. 이 결과가 바로 윤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하려는 지 모르겠다는 의문과 불만의 광범위한 확산이다.

 

사실 국무회의 토론 주제; 1차 반도체 산업 인력 육성, 2차 공공기관 개혁(호화청사, 고임금, 불필요한 자산 등)도 중차대한 국정과제가 즐비한 상황에서 너무 작은 과제이다. 서사, 포부, 구라가 사라진 자리에 등장한 것이 경제부처(기재부, 산업부, 금감원 등) 주도의 자잘한 정책들이다. 청년 특례 채무 조정안, 소득세제 개편안, 유류세 인하, 배경 설명없는 최저임금 큰 폭 인상 등.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철학, 가치, 비전을 얘기한 적은 없다.

 

 

5) 정책 컨트롤타워(Control Tower)의 부재

 

정권의 책임•운영 주체, 특히 정책 Control Tower가 있는 지 의문이다. 인수위 백서도 부실하고, 대의 소통도 부실한 상황에서 정책 컨트롤타워 내지 정책기획조정단위의 부재는 문전문답 이상으로 큰 문제를 낳았다.

 

정무 컨트롤타워는 직제로는 비서실장, 정무수석, 정책조정기획관 일텐데 그 실제 역할은 대단히 의문스럽다. 선거 시기라면 몰라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정무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유비라면, 제갈량(총괄 책사), 관우, 장비, 조운, 마초(주요 장관, 당 3역) 등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농성 50일 만에 5개 부처(고용, 산자, 법무, 기재, 행안) 장관의 공동담화가 있었는데, 그 시점과 메시지(법과 원칙 하나)는 상당히 의문이다.

 

진짜 문제는 가치, 비전, 정책을 준비한 장관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히기 힘든 분위기라는 것이다. 야당과 적대적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 이를 방어해 주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식 장관의 당혹(정부 공식 입장 아니다), 박순애의 34일 만의 사퇴는 장관들을 더욱 움추러들게 할 것이다. 그런데 행정각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기량 발휘를 결정적으로 가로막은 것은 역시 정책플랫폼의 부실이다. 팀웍 형성을 위한 절대 시간도 부족했기에 정책플랫폼 부실은 더 치명적이었다.

 

6) 공직인사와 기념식 행보가 던져준 실망감과 배신감

 

4.3, 5.18, 7.17(제헌절) 기념사와 묘소 참배는 김구, 김대중, 노무현에 비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홀대한다는 느낌을 주어 자유보수우파들에게 섭섭함과 배신감을 주었다. 선거전을 치를 때처럼 자유보수우파 표는 굳은 표라 생각하고, 중도층이나 호남과 민주당 우파에 어필하는 행보와 메시지를 계속 강조하는 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윤정부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조와 외교안보(대북, 대중, 대일, 대미) 정책 기조의 전환에 따라 안보 중시 보수만 안도하는 상황이다. .

 

아무튼 아스팔트 보수(주로 반탄 보수와 기독교 보수), 시장 보수, 민주화운동 성찰파, 반이재명 민주파 등을 배려하는 말이나 인사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인수위와 초기 조각 과정에서 안철수 세력을 배려한 흔적 없다. 윤정부 출범후 주요 공직인사에서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 거의 없다. “대통령과의 친분이 최고 스펙”이라 할 정도로 윤통이 직접 아는 사람, 친한 사람 중심 인사가 되니 검찰, 법무법인, 선거캠프, 동창 비중이 높아져 버렸다.

 

2. 원인遠因: 정권의 기초체력

 

1) 비호감 대선의 여진(비판적 지지층이 주류)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는 원래 강한 호감층(팬덤)이 없었다. 3.9 대선은 역대 가장 비호감 후보끼리 격돌한 대선이라는데 별 이견이 없다. 이는 윤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비판적, 소극적 지지층이 주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보는 이들에게 극단적인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론 이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과 비교하면 윤석열은 팬덤층을 형성하는 고난, 희생, (공적가치에 대한) 헌신의 서사가 매우 약하다. 박정희, 노무현 두 대통령은 나름의 매력과 비극적 죽음으로 대중에게 그리움과 미안함을 안겨주었고, 박근혜, 문재인은 이 수혜자들이었다. 특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오랜 친구로서 그 후광 외에 과목하고 진중하고 선해 보이는 인상 덕도 많이 보았다. 이는 윤통에게는 없는 것이다.

 

윤정부를 비판적으로 지지했던 국민들 상당수는 과도하고 조급한 요구와 기대(정권교체후 복수활극 등)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윤정부는 그 요구와 기대를 즉각 충족시킬 수 없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요구와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반면에 윤정부를 반대했던 국민과 언론과 야당은 매의 눈으로 선거 때 프레임(편견)으로 윤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니, 윤정부의 허물만 크게 보일 뿐이다.

 

윤정부의 핵심 지지층은 이념적으로는 자유•보수•우파+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로는 60대 이상, 계층적으로는 최상층과 중하층이다. 가치 측면에서 보면 기독교(정치적 종교적 자유 중시) 보수, 안보 중시 보수, 시장자유 중시 보수, 법치•품격•안정 중시 보수 등으로 나눌 수있다.

 

보수와 중도는 원래 법과 원칙, 소신과 양심을 중시하기에 진영 논리(진영에 대한 무조건 지지 옹호)와 거리가 멀다. 진보가 잘한다고 생각하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 준다. 반대로 보수가 못한다고 생각하면 미련없이 등을 돌린다. 주류의식, 책임의식, 다수파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하지만 진보는 스스로를 소수파요, 선한 약자•피해자•비주류요, 자명한 정의•개혁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로부터 선악, 정사, 정의-불의 프레임과 진영논리가 나온다. 여간해서는 보수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정부 초기 80% 지지율과 윤정부 초기 가장 높았을 때조차 50%를 겨우 넘긴 지지율의 비밀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보수는 박정부 평가와 탄핵, 부정선거,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이준석, 윤정부 평가 등을 둘러싸고 서로 반목질시한 경험은 차고도 넘치지만 공동행동을 한 경험은 별로 없다. 아마 이재명 반대가 거의 유일한 공동행동이었을 것이다. 반목질시에 따른 상처는 여전히 깊다.

 

한편 박원순 등 진보 지자체장및 기관장들과 달리, 보수 지자체장들은 진영 생태계 형성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다. 진보는 어떤 형태로든 당 밖의 에너지(민노총, 시민사회단체, 직업이 원로인 원탁 노인의 권위 등)와 결합하려고 하는데, 보수 정치인의 대부분은 당 밖의 에너지(아스팔트, 태극기, 성조기, 기독교 등)극우라면서 거리를 두거나, 적극적으로 배척하여 자신의 합리온건개혁 보수성을 과시하려 한다. 진보의 사랑을 받는 개혁 보수(?), 강경 보수가 질색하는 온건 보수(?), 프롤레타리아트의 사랑을 받는 개념 부르주아지(상속 부자)가 되려고 노력한다고나 할까? 주된 기법은 내부 총질과 배신이다. 요컨대 보수는 이미 소수파비주류인데, 아직도 다수파주류라고 생각한다. 서, 비전, 구라, 정무대응, 당 밖과 연대, 보수생태계 개념, 동지의식 등의 경시와 부실은 지독한 인지부조화 내지 주제파악 착오에서 출발한다. 진보의 수많은 악덕의 뿌리도 동일하다. 진보는 책임을 져야할 다수파•주류인데, 책임은 없이 요구만 해도 되는 소수파•비주류라고 생각한다. 윤정부의 핵심 문제도 지피지기 실패 내지 인지부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라는 인식이 없다는 얘기다.

 

2) (국민의힘), 정부, 대통령실의 부실

 

국힘당사에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사진은 걸려있지만,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사진은 없다. 이처럼 과거(역사)에 대해 대단히 수세적, 방어적이다.

 

자유보수우파+중도의 부실은 ‘국민의힘’의 부실에서 연유한다. 국민의힘은 서사, (소명), 기백, 투쟁력, 자부심, 동지의식과 정책플랫폼이 다 부실하다. 국힘당은 민주당과 달리 자당의 서사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국힘당사에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사진은 걸려있지만,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사진은 없다. 이처럼 과거(역사)에 대해 대단히 수세적, 방어적이다. 대다수 의원은 영남 텃밭 출신으로, 관료, 교수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가경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박근혜의 파행적 당운영과 그로 인한 탄핵-분열-황교안의 꼼수 등이 중첩되어 생긴 상처가 여간 깊지 않다.

 

3) 윤통 개인의 특성

 

윤통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치 경력이 가장 짧기에(0선), 국가경영에 대한 고민 이력도 짧고,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축적된 정치정책적 지혜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고민을 공유하고 숙성시켜온 인맥()도 협소하다.

 

윤통의 개인의 성격적 특성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듣기보다는 말하기 좋아하고, 의리 중시하고, 뒤 끝은 없다지만 화를 버럭 낼 때가 종종 있고, 서사에 관한 관심은 적고, 정책에 대한 이해도 깊지 못한 것 등. 윤통의 최대 허물 중 하나인, 다변은 자신감의 발로 이거나 대통령직의 무게와 책임의 준엄함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과제 해결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보아야 한다.

 

문통은 이념정책적 편향이 문제였다면, 윤통은 이념정책적 앙상함(교과서 수준)이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문통이 노무현정부의 민정수석, 비서실장, 민주당 대표, 대통령 5년 등 엄청난 경험, 정보, 지식을 접하고도 1980년대 운동권 화석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윤통 역시 1970~80년대 리버럴한 대학생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30~40년에 걸친 한국을 포함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진 가치, 이념, 정책의 실천과 성찰이 만들어낸 국가경영 관련 지식과 지혜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빼어난 학습능력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

 

4) 대를 관통하는 관료적 특성

 

윤정부(당•정•대)의 말·행동·조직문화는 관료적 특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료는 세밀한 업무분담과 법령·지시·관행이라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조직의 일원이다. 자기 책임 영역(범위)을 확실히 수비하는 것이 사명으로, 다른 부처나 수석실 영역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미덕이다. 관료는 기본적으로 수비 부대이지, 공격 부대가 아니다. 공격은 꿈과 비전을 창조하여 멋지게 포장하여 파는 것이다. 정치가, 사상가, 운동가와 달리 관료는 작은 것 하나라도 성과를 내는 것을 중시한다. 관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자신의 방침과 정책을 군더더기 없이, 좀 건조하게 말해야 한다. 1945년 해방 직후 미국 맥아더 포고령과 소련 차스차코프 포고문은 관료=군인의 말과 선전선동가인 정치군인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준다.

 

맥아더는 지극히 법적, 사무적, 관료적으로 얘기했다. “본관은 한반도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과 조선 인민에 대하여 군사적 관리를 하고자 다음과 같은 점령조건을 발표한다.” 하지만 후자는 지극히 정치적, 시적詩的으로 얘기했다. “조선사람들이여! 기억하라! 행복은 당신들의 수중에 있다. 당신들은 자유와 독립을 찾았다. 소련의 붉은 군대는 조선 인민이 자유롭고 창조적인 노력에 착수할 만한 모든 조건을 마련해 줄 것이다” 윤정부의 말은 맥아더와 닮았고, 문 정부의 말은 차스차코프와 닮았다. 이 말 때문에 지금껏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선동이 먹히고 있다.

 

직업 관료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권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체화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윤정부는 3.9 대선을 계기로 반대가 금방 약화된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대중과의 교감과 지지층에 대한 설득을 등한시하고, 매사를 관료적, 사무적, 행정적으로 처리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1987년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는 국민들은 자신이 비록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선출 권력을 인정하고 존중해왔다. 허니문 기간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이는 이재명이 당선되었어도 비슷했을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분열과 비호감이 깊고, 두 후보 모두 패자가 진심으로 승복하고 존중하기 힘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3. 원인遠因 : 대한민국과 윤정부가 서 있는 지형

 

1) 내치 지형국회, 방송언론, 여론, 경제 지형

 

현재 민주당 169석+정의당 6석+사실상 민주당(무소속)6석+친민주 소수당 2석(용혜인, 조정훈)을 합하면 183석 vs 국민의힘 115석+1석(양향자)의 대립 구도이다. 문제는 검수완박법 강행 등에서 보듯, 민주당은 보편 이성과 상식에 매우 동떨어진 짓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대선 득표율 격차도 겨우 0.7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선, 지선 패배에 대한 성찰반성도 없다.

 

3.9 대선 前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도 공영 방송언론사의 편파적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0.73% 득표 차로 인한 성찰반성 실종, 윤정부의 얕보임(미래가 없겠다는 느낌), 공영 방송언론사의 거버넌스 구조 변경의 어려움 외에도, 이들이 사실상 노조가 지배하는 노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조는 윤정부의 철학, 가치, 정책에 노골적인 적의를 표한다.

 

여론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힘을 가진 화이트칼라(사무직 등)와 40대가 변함없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주요 공영 방송사와 언론사 역시 친민주당 인사와 노조가 장악하고 있다.

 

노조는 거대 야당과 연대하여 그 어떤 형태의 공공노동연금 개혁(기득권 침해)을 거부한다. 최근 10년 동안 중앙•지방•노동•방송언론 권력에 힘입어 진보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했고, 광우병, 세월호, 촛불 등 오랜 공동행동 경험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보가 오랫동안 퍼뜨린 격차(평등), 평화, 고용불안, 복지, 기업•재벌, 대한민국 역사(친일 등)에 대한 담론(구라)들이 국민적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데, 탁월한 선전선동 기법까지 겸비하고 있다. 정책의 허점이나 맹점을 날카롭게 찔러 그 부실함을 극도로 증폭시키는 정치 지형인 것이다.

 

2) 외치 지형중국, 북한과 야당, 노조의 연계 협공 가능성

 

한국은 중국이 경제•외교적 보복을 가할 때나 북한이 험악하게 나올 때, 거대 야당과 진보진영이 초당적 대처를 하기는커녕, 윤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로 몰아가며 안팎에서 협공할 가능성이 크다.

 

윤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는 중국•북한•러시아와는 꽤 불편한 관계를, 미국•일본•유럽연합과는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북한은 한국과 갈등에 따른 내적 반발을 억누를 수 있는 일당 독재체제인 데 반해, 한국은 중국이 경제•외교적 보복을 가할 때나 북한이 험악하게 나올 때, 거대 야당과 진보진영이 초당적 대처를 하기는커녕, 윤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로 몰아가며 안팎에서 협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 정책 현안의 어려움

 

대한민국은 주요 국정과제; 즉 노동, 공공, 연금, 교육, 지방, 규제, 복지, 양극화, 저출산, 북핵 문제 등이 우리가 아는 문명국(OECD국가, 중국, 대만 등) 중에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풀기 어렵다. 예컨대 20년 넘게 국가가 소멸한다고 아우성이지만 해결은커녕 더 악화되어 가는 저출산 문제, 50년 넘게 온갖 정책과 규제를 가했지만, 역시 날로 악화되어 가는 지방 소멸(지방균형발전) 문제, 연금의 불평등과 지속가능성 악화, 노동시장(공공민간, 원청하청, 규제비규제 산업 등)과 교육재정의 이중구조(초중등은 예산 홍수, 고등교육은 예산 가뭄) 심화, 대우조선 사내하청노조가 보여준 불법적 결사항전(같이 죽자) 투쟁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의 소모적 경쟁과 갈등이 한국처럼 심한 나라는 별로 없다. 다만 한국은 인종, 민족, 종교 갈등이 없을 뿐이다. 생명•생존 자원이 절대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무원, 공공기관, 정규직, 노조, 양대정당, 국회의원, 현세대, 조선로동당 등 기득권 집단의 반발을 법과 원칙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양보와 자제로, 이성과 양심으로 억누르거나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출범 100일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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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정치의 중심에 서라 II 국정운영에 관한 기획이 필요하다
용산은 정치의 중심에 서라 III 통치의 핵심은 정무, 정무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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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플랫폼 재정립이 필요하다 Ⅱ 지피지기知彼知己 실패-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의 과감•무모한 행보
정책플랫폼 재정립이 필요하다 Ⅲ 문제 해결의 킹핀-정책플랫폼
정책플랫폼 재정립이 필요하다 Ⅳ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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