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는 악보도 없이 거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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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악보도 없고, 지휘자의 기량도, 연주자들의 기량도 시원치 않고, 거기다가 연습까지 부족했으니!!!

윤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바로 국민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자신을 불러낸 이유입니다.

110대 국정과제는 직업공무원과, 다선 국회의원이 합작한 졸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토론회를 방청한 한 30대 청년에게, 토론회 2시간 동안 가장 인상적인 얘기가 뭐냐고 물었봤더니, “윤정부의 지난 석달은 악보도 없이 거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격”이라는 제 얘기를 꼽더군요. 사실 악보도 없고, 지휘자의 기량도, (eye contact 범위에서 주로 연주자를 뽑았으니) 연주자들의 기량도 시원치 않고, 거기다가 연습까지 부족했으니!!! 내각제 국가에 비해서는 1/1000도 안 될테고, 주요 인사들이 행정부-대통령 참모-연구소-기업 등 회전문을 돌고 돌며 호흡을 맞추는 미국과 비교 불가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비해서도 호흡을 맞출 시간이 글쎄 한 1/10이나 될까??

 

진짜 심각한 것은 말 자체가 아니라, 자세였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오케스트라 악보 부실 내지 부재를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인 것은 악보, 기량, 연습 부족의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지휘자는 거의 매일(출근길 집무실 문 앞에서) 지휘봉을 휘둘러댔으니……. 극언, 실언 속출은 필연입니다. 진짜 심각한 것은 말 자체가 아니라, 자세였습니다. 한마디로 겸손에서 너무 먼 언행이 비호감의 50%는 차지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오케스트라 악보 부실 내지 부재를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국민이 불러냈다” “국민이 키웠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게 의미하는 바를 별로 깊이 생각을 안해 본 것 같습니다.

 

닳고 닳은 다선의원, 정당-중앙정부-지자체에서 화려한 경험을 가진 정치인, 대선 재수, 삼수생이 아닌, 왜 벼락 출세한 검찰총장 출신인 정치 생초보자를 국민이 불러냈을까?

 

정치/통치 천재일 것 같아서? 자유를 잘 지킬 것 같아서? 외교와 안보 혹은 경제와 민생 하나는 잘 챙길 것 같아서? 아닙니다. 검찰에 있을 때 춘 칼춤으로 복수활극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기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이 역시 아닙니다.

 

사실 윤정부가 수백수천 번 유념해야 할 것은 바로 국민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자신을 불러낸 이유입니다. 이건 모범 답안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직관적 판단을 한 이유를 국민도 잘 모를 겁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건 윤정부가 멋지게 해석하여 답으로 제시하고, 국민은 “바로 그게 내가 생각한 거다”고 무릎을 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혹시 국민이 불러냈으니, (내가 뭘하든) 국민이 책임지라고 하지는 않을테고……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민이 불러낸 이유 중의 하나는, 생업과 가사와 놀이에 바쁜 국민이 아는 사람(정치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이는 아는 사람이 많았다면, 윤이 선택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또 하나는 유명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여간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성공한 기업인/시민운동가(박원순 등) 출신에 대해서도 기대를 했는데 이젠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윤통에게서 가장 결여한 것이 아마 국민의 정치에 대할 실망과 불신 이유에 대해 천착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깊이 천착했다면, 즉 용렬한 자신을 부른 국민을 생각하며 몸을 많이 낮췄을 겁니다. 그러면 eye contact 범위 안에서만 하는 인사는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말을 막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 이력과 등장 과정을 보면 가장 겸손해야 할 대통령이, (말, 행동, 인사, 정책 등에서) 가장 겸손과 거리가 머니, 초반 지지율이 저공할 수밖에!!!

 

“겸손”이나 “오만 독선”을 말하면, 이를 태도, 처신, 덕성, 정무, 성격, 습관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김여사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표피적인 겁니다. 뿌리는 지피지기 착오입니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에 나오는 유명한 얘깁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준비시키거나 일을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누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이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하라. 그러면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를 조금 변형하면 “윤통의 말, 태도, 일정, 인사, 부인 관련 변화를 가르치고 요구하기 전에, 윤정부가 맞서 싸울 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보여주고, 준엄한 책임을 느끼게 하라. 그러면 스스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로 됩니다. 쭈글쭈글한 비닐봉지를 피는 방법은 구겨진 곳 수십 곳을 하나하나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불어 넣으면 됩니다. 올라가야 할 눈 덮인 설산이라는 것을 알면, 남산 산책에 맞는 슬리퍼 반바지와 강아지를 스스로 벗어 던집니다.

 

지피지기는 왜 잘 못했냐? 그게 바로 정책플랫폼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아서입니다. 대한민국을 선진문명국으로 태우 갈 자동차(윤정부와 자유•보수•중도 개혁세력)의 차대(엔진-미션-차축-바퀴-철골-브레이크-핸들)는 서사-철학-가치-비전-정책-정무 패키지인데, 이를 만들려면, 인간의 노력이나 한국 정부의 힘으로 변화시키기 힘든 자연환경(생명자원조건), 국제정치경제지형(지정•지경학적 조건 등)을 분석하고, 윤정부가 장구한 노력으로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는 국내정치지형, 역사 인식, 감정반응, 정신문화 등을 두루 살펴야 합니다. 또한 변화와 개혁의 주체인 대통령과 대통령실, 행정각부 장차관, 지자체장, 정당, 주요 지지층과 기업 및 사회단체의 역량과 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요컨대 내치•외치 지형과 정책 현안의 본질과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지피지기가 됩니다. 그러면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지 않습니다. 하룻강아지는 윤통이라기 보다는 한국 정부요, 5년 단임 대통령입니다. 범은 모순적이고 변덕스러운 민심이요, 거대하면서도 민첩하고 제국을 경영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미국, 중국입니다(여기서 광고 나갑니다. 제 책 <7공화국이 온다> 부제(김대호의 7공화국 플랫폼 디자인 방법론과 시안)가 관련 고민을 비교적 치열하게 해본 결과입니다).

 

플랫폼에 대해 고민 비교적 많이 해 본 사람으로서 윤정부의 정책플랫폼 초안에 해당하는 인수위 백서를 보고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초반 포석을 완전히 엉망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책플랫폼에서 인적플랫폼(인사)도 나오고, 국정운영 100일 플랜도 나옵니다. 전자가 없거나 부실하면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100일 동안의 말, 태도, 일정 등 정무가 무개념이 됩니다. 그래서 5월 6일 공개된 인수위 백서를 읽어 보고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어, 5월 11일 긴급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이것(110대 과제-인수위 백서-120대 과제로 변화)이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링크한 글은 지난 5월 11일 발표된 글을 기초로 약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소개할 방법이 없어서, 연구소 홈피에 올려 놓았습니다. A4 40쪽이 넘는 글입니다. 결론은 저 끝에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비전하우스인 110대 국정과제(그 이후 지역균발위 쪽 과제 15개를 10개로 축약하여, 120대 국정과제로 됨)는 개념설계를 건너뛰고 부분(부품)설계와 상세설계만 한 직업공무원과, 그 시야가 지역구를 넘어서지 못하는 다선 국회의원이 합작한 졸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개념설계부터 새로 해야 한다. 윤정부 국정철학, 국정과제, 공직인사는 한마디로 늘공에 의한, 늘공을 위한, 늘공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글] |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과 110대 국정과제,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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