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가 문화전쟁에서 좌파를 이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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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형

 

-대중 입장에선 본인을 쿨해 보이는 지점으로 올라가게 해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좌파 세력은 우파에 비해 대중적 선호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문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떨어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당신들은 태극기 부대와 다를 것이 없다.

 

 

새벽 공상.

 

우파 진영에서 정말로 좌파 진영 상대로 기울어진 지형을 조금이라도 균형을 맞추고, 세를 끌어와 제대로 맞붙어 볼 생각이 있다면, 문화 전쟁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어떤 어휘와 개념을 가져갈 것이며, 어떤 내러티브를 쌓아서 대중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해 정립하고, 그 정립된 내용을 기반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본다.

 

그가 표방하는 노선과 사상이 가진 위험성과 내용의 허점과는 별개로, 일단 별 생각 없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의 강연은 모나지 않는 어휘로 뭔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해주는 편안한 강의라는 느낌을 준다.

 

신영복을 조사하기 위해서 그의 글을 탐독하고, 그의 강연 영상을 찾아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가 표방하는 노선과 사상이 가진 위험성과 내용의 허점과는 별개로, 일단 별 생각 없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의 강연은 모나지 않는 어휘로 뭔가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해주는 편안한 강의라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편안함을 넘어, 민족의 통일을 이야기하며, 수구 기득권을 비판하는 위치로, 환경이나 생태 담론 같은 ‘쿨’해 보이는 담론으로 이끌어준다. 대중 입장에선 본인을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쿨해 보이는 지점으로 올라가게 해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특히 너무 정파적이고 논쟁적인 이슈에 휘말리기 싫어하면서, 적당히 진지하면서 중요한 이슈는 팔로우하고 있다는 ‘지적’인 이미지를 갖길 원하는 대중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컨텐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신영복의 어휘와 내러티브가, 좌파 진영의 마케팅전략이 교묘하지만 탁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비단 신영복에게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좌파 진영에서 책 좀 팔고, 이빨 좀 털고, 여러 강연에서 얼굴 좀 비친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정치인에선 유시민이 그렇고, 방송인 중에서는 김제동 같은 인사가 해당하는 예일 것이다. (당연히 우파 진영에서는 그런 놈들이 무슨 논객이고 인플루언서냐면서 코웃음 치겠지만 글쎄. 당장 알라딘 사이트 들어가서 본인들 저서와 좌파 인사들 저서의 리뷰 수 차이부터 확인해보시라. 유튜브 들어가서 본인들 채널 영상 조회 수와 좌파 진영 주요 채널의 영상 조회 수 비교 해보시라. 과연 어느 쪽이 헤게모니를 잡고 대중을 더 효과적으로 선동하고 있는지.)

 

19년도의 한일경제분쟁과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좌파 진영을 비판하고 경계하는 입장인 나부터도, 솔직히 성품이나 외모, 학식의 측면에서 보면 우파 진영 인사와 스피커들이 좌파 진영에 비해 꿀릴 게 없다고 느끼지만, 진영 전체에서 풍기는 뉘앙스, 진영에서 발언력이 있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어휘와 내러티브는 솔직히 좌파 진영이 보여주는 것에 비해 대중에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아, 설득력이 없다기 보단 솔직히 좀 구리고 낡았다는 인상을 주니까 납득은 되어도 내가 그걸 응원하고 소비할 생각은 못 느끼게 해준달까? 그리고 납득이 된다고 해도 철저히 정치 고관여층 우파에 한해서다.

 

신영복을 예로 들었으니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결국 맑시즘과 마오이즘 등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으며 전향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 한국의 보수 진영과 동맹, 우방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당연히 위험하면서도 폐쇄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가 쓰는 어휘와 내러티브는 그런 위험성과 폐쇄성을 교묘하게 감춰 준다.

 

그는 인간이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관계’ 속에서 진정한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의 지론을 쉽게 와닿게끔 사람들에게 나무가 되라고 하면서, 더 나아가 나무들끼리 ‘숲’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더불어’라는 표현이 갖는 진짜 의미다.) 그리고 보수 진영과 외세를 묶어 ‘딱딱하며 낡은 벽’으로 치부하면서, 그런 벽에 맞서기 위해 사람들이 개인으로 머물지 않고 관계를 형성해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교묘하게 여러 비유와 수사로 감춰 놓았지만, 결국 신영복은 보수 세력이 외세와 결탁하여 형성한, 근본부터 왜곡되고 수구적인 한국 사회를, 그런 사회에 반대하는 민중이 ‘연대’를 통해 모여서 흔들고, ‘변혁'(=사실상 혁명과 같다고 봐야 한다)을 가져오자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대중들은 그런 숨겨진 뜻까지 흠모해서 신영복의 말과 글을 소비하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즐겨 듣는 대상이 하는 말을 제대로 걸러 듣지 못한다. 호감과 존경은 우상숭배와 한 끗 차이다. 더군다나 신영복이 말하는 ‘보수 구조’는 친일파와 외세에 충성하는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의 교육 컨텐츠나 문화 컨텐츠 속에서 그 세력들은 그리 쿨하지 않고, 권력과 탐욕에 물들어있으며, 때론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독재 정치를 일삼으며 민족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런 보수 세력에게 혐오는 표출하지 않을 망정, 절대로 존경하거나 ‘쿨’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여기서 한국 우파와 좌파가 설 지형이 정해진다. 물론 좌파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이다.

 

반면 신영복을 비롯한 좌파 세력은 비록 그들이 가진 사상과 신념 체계가 위험하고 폐쇄적인 성격이라고 할지라도, 우파 세력이 내세우는 사상과 신념 체계에 비해 대중적인 선호도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그렇게 좌파가 주도하는 지형이 있기 때문에, 문화 컨텐츠 제작과 소비에서도 좌파에서 주장하는 내러티브와 친밀한 내용을 가진 컨텐츠들이 잘 소비된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경우가 그러하다. 2000년대 이후로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그치지 않고, 500만 1000만 1500만을 상회하면서 세간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영화들을 생각해보라. 과연 거기에서 우파의 사상과 신념 체계를 다룬 것들이 몇 가지나 되는가? 우파에서 내세우는 인물의 전기를 그린 것들이 몇 가지나 되는가?

 

그런데도 여전히 우파 진영에서는 좌파 진영에서 개발한 어휘와 내러티브를 논박하고 풍자하고 공략할 컨텐츠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좌파 진영과 사실상 내전 상태에 들어가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내뱉는 어휘와 내러티브에서 어떠한 세련됨도,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다. 알만큼 아는 우파 인사들 사이에서는 ‘저 좌빨 새끼들을 절대 용납하지 말고 척결하자’ 식의 어휘와 내러티브가 전혀 과격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당연하게 통용될 수 있지만, 그런 문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냥 당신들은 태극기 부대와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좌파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을 신격화하는 것과 하등 차이 없이 이승만과 박정희를 신격화하는 사람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당신의 애국심과 진정성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쟁은 병사 몇몇의 독기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전략과 구도에서 지고 들어가면 일당백 집단을 갖고 있다 한들 아무 소용 없다.

 

만약 이런 비판에 ‘그건 좌파 진영이 전체적인 지형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으며, 그런 지형을 부수고 세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어느 정도 공격적인 언행을 하는 건 불가피하다’라고 논박한다면, 사실 당신들은 지금 시대에 태어났어야 할 것이 아니라, 식민지 말기와 해방 정국 때 활동하는 게 훨씬 탁월했을 것이다. 문화 전쟁이고 뭐고 할 거 없이 둔기로 무장하고 집단을 이뤄 좌파 진영을 습격하여 그들을 찔러 죽이고 때려 죽이는 일을 하는 게 성향에 훨씬 맞았을 거다. 물론 이건 좌파 진영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좌파 진영에서 적잖은 강성 지지자들 역시 식민지 말기와 해방 정국에 태어났다면, 남로당 같은 곳에 가입해서 대중을 선동하고, 식민지 관료나 미군정, 우익 정당 인사들에게 테러를 가했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1945년이 아니다. 물론 그때와 비교해서 지정학적 조건이나 정치 지형에서 아주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이외에 시대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조건과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1945년이 아니다. 물론 그때와 비교해서 지정학적 조건이나 정치 지형에서 아주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이외에 시대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조건과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 당장 사제 총기를 제작하고, 죽창을 깎아서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민주당 지지자들과 목숨을 걸고 혈전을 벌일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히 지금 시대에 적합한 방법론과 투쟁 방식을 찾아서, 그것들을 기반으로 세력 경쟁에 임해야 한다.

 

그런 구도와 조건을 이해한다면, 이젠 투쟁을 위한 방법론을 정하면 된다. 물론 선택지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1) 문화 전쟁에서의 성과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를 우파로 끌어들여 기울어진 균형을 최대한 복구하는 것 2) 중국과 북한과 국경을 맞댄 상태에서 모두 다 죽창을 들고 혼란한 내전을 벌이는 것, 3) 좌파 진영과 결별하기 위해 한국을 둘로 나눠 서로 분리 독립하는 것.

 

아 물론 선택하기 전에 한 가지 더 고려할 사항이 있다. 이 나라는 별다른 대책과 준비가 없으면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경쟁력과 전반적인 분야와 생활에 있어 모든 면이 쇠퇴할 국가라는 점이다. 그런 상태에서 2안과 3안을 선택하면 더 빠른 쇠퇴, 아니 더 빠른 멸망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개같이 멸망하더라도 좌파와 상종하는 게 더 견디기 싫은 사람이라면 지금의 세련되지 않고 신선하지도 않지만 강경하면서 본인만의 애국뽕에 가득 찬 어휘와 내러티브를 계속 구사하시면 되겠다. 어차피 사람이 말해준다고 바뀌는 동물이 아니니까, 다들 본인 꼴리는 대로 하는 거지 뭐.

 

[출처] 우파가 문화전쟁에서 좌파를 이기려면 | 작성자 박민형

**작성자의 허락을 얻어 모셔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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