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한국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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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달호

 

초등 교육 기간 단축도 물리적, 인적 어려움이 많아 이론으로나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꽉 막힌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풀 수 없어 한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그런 나라를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스스로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쪽저쪽 똑같다.

 

 

풍경 #1

 

어제 처가 사촌 식구들이랑 식사를 했는데, 초등 6학년인 큰집 아들 녀석이 키가 무려 172cm였다. “너네 학교에서 네가 제일 크지?” 물으니 더 큰 애가 두 명 더 있단다. 물론 지나치게(?) 발육이 빠른 애이긴 하지만, 요즘 애들이 대체로 그런 것도 사실이다.

 

목소리 걸걸하고, 사타구니도 거뭇할 것이고, 누가봐도 “청년”이다.

 

한편 작은집 아들 녀석은 초1인데, 식당 테이블 위에 아빠 휴대폰 올려놓고 장난감 애니메이션 보고 있더라.

 

아직 꼬꼬마인 1학년, 예비청년 6학년이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초등 교육의 기이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아직 꼬꼬마인 1학년, 예비청년 6학년이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초등 교육의 기이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풍경 #2

 

아내가 국어 강사로 서울 압구정, 목동, 등촌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지역별로 아이들 교육 편차가 상당했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매체에서 하기로 하고,

 

어떤 지역 아이들은 중2가 이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끝내고 한문 과외까지 받아 신문 칼럼 수준 에세이를 술술 써내는 한편,

 

어떤 지역 고등학생에게는 “동서남북”을 한자로 써보라고 하니 못쓰는 애들이 태반이었다고.

 

“가인박명”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어떤 녀석이 “한가인 박명수의 줄임말”이라고 대답했단 말을 듣고 빵 터졌던 적이 있다.

 

이런 애들이 한 교실 안에 공존하는 것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이다.

 

#

논의가 좀 건너뛰긴 하지만 나는 북한의 교육과정이 대체로 맞다고 생각한다.

 

초등 4년, 초급중 3년, 고급중 3년.

거기에 생후 6개월~6살 탁아소, 유치원.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학제 개편이 이루어지는 게 맞는데,

 

이른바 “유보통합”은 관할 부처 이기주의(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 관할)와 각계의 서로 다른 이해타산 등에 얽혀 머나먼 강이 되었고,

 

초등 교육 기간을 단축하는 일도 “대통령 긴급조치” 수준의 명령이 아니고서야 물리적, 인적 어려움이 많아 이론으로나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니 자꾸 취학연령을 낮추는 식의 땜질 처방만 반복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그런 나라가 된 지 오래다.

 

뭘 하려고 해도 꽉 막힌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풀 수 없어 한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이걸 정치적 완력으로 해결하라는 열성 지자자들이 많은데, 그러다 선거에 대패하거나 정권을 내놓는 것도 숱하게 반복되는 현상이다.

 

뭘 해도 되던 나라에서 뭘 해도 안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나라를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스스로 애국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쪽저쪽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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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사다 마사시 노래 가운데 바람에 맞선 사자(風に立つライオン)라는 노래가 있다.

 

노랫말 가운데 이 부분이 나는 늘 서늘했다.

 

やはり僕たちの国は 残念だけれど 何か大切な処で道を 間違えたようですね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무언가 결정적 대목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인데, 그것이 지금은 대한민국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일본을 욕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앞가림이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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