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씨 도대체 무슨 생각, 무슨 말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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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국정운영의 플랫폼인 110~120대 과제에 대한 우리 지식사회의 놀라운 무관심

‘부성’이 체화된 보수 정부, 법 원칙과 더불어 따뜻하게 품어주는 ‘모성’ 개발해야

윤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아젠다 세팅 문제라고 봐야

 

책상에 쌓여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신문을 펼쳤다가 발견한 기사입니다. 윤대통령의 짧은 정치/경세 이력, 정책실과 민정수석실의 부재, 관료&땅개 출신 수석들, 무엇보다도 용산-과천/세종-여의도를 묶고 떠받치는 공통의 서사-철학-가치-정책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윤통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이 요구되는 사람이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입니다.

 

그래서 이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박찬대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공기업 관련 발언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사는 짧은 인터뷰인데, 여운이 긴, 아니 뒷맛이 씁쓸한 말들이 여럿입니다.

“하도 존재감이 없어서” “경제우선(윤통의 주문 포함)” “발광체” “정치인과 전문가” 그리고 9년 전 정치 상황과 지금의 차이 등. 하나 하나가 곱씹어 볼거리가 많습니다.

 

국정(정책& 정무) 컨트롤 타워가 없니, 존재감이 없니 하는 비판을 숱하게 받고, 그야말로 끌려 나오듯, 등 떠밀려 나오듯 데뷔한 것은 역시 관료적 노련함입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일개 비서가 설친다, 나댄다, 자기 정치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니!!

 

그런데 “저를 위시해 장차관들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가 많다 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다”며 “정무 감각을 갖고 언론인들과도 자주 접촉하며 특히, 국회와 소통해 달라”는 윤통의 지시를 전하는 말을 들으니, 여운이 여간 길지 않습니다. 물론 정무 감각이 금방 생기지도 않고, 국회와 소통이 국회를 자주 들락거린다고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지요.

 

– 더 놀라운 것은 국정운영의 플랫폼인 110대 과제 혹은 120대 과제에 대한 우리 지식사회의 놀라운 무관심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문가(관료 포함)의 한계는 완곡하게라도 짚었는데, 차마 말 못한(이건 말하면 절대 안 되겠지요) 정치인과 여당의 한계나 특성을 고려한 국정운영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전문가/관료의 한계나 특성은 정치인/정당의 한계나 특성의 파생물입니다. 전문가/관료가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라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나만 재선 되면 된다’ ‘내 지역만 잘 챙기면 된다’일겁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후과를 초래합니다.

 

전문가/관료는 위에서(대통령과 비서와 여당이) 미션과 과제를 던져주면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 충만할텐테(지금도 국무총리실에서 진도를 열심히 챙긴다고 합니다), 문제는 무수히 많은 미션과 과제 중에서, 특정한 미션과 과제를 세팅하여 던지는 대통령/의원/비서/창차관/인수위원 등의 안목과 멘탈이 너무나 좁고 낮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불과 이틀 전(7월 27일) 확정 발표된 120대 국정과제는 국정의 최상위 기획/설계의 혼미와 난맥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초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가 하도 문제가 많아서 혹시나 했는데 보니 지방시대 관련 10개 더 붙은 것에 불과합니다. 원래 지난 5월 초 발표 때는 큰 제목 하나만 올라가 있다가, 6월 초 인수위 백서에서 (110대 과제와 별도의) 15개 주요 정책 중 5번 “지방시대 개막’ (310~314쪽) 아래 15개 과제가 붙어 있었는데, 이게 10개로 줄어서 올라갔습니다.

 

5월 초 발표된 내용이 하도 후져서 5월 11일 ‘윤정부 110대 과제 이래서 성공할 수 있나’라는 제하에 긴급세미나를 개최하여 A4 40쪽 가량의 분석 비판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국정운영의 플랫폼인 110대 과제 혹은 120대 과제에 대한 우리 지식사회의 놀라운 무관심이었습니다. 제 안테나에 포착된 따끔한 비판은 지난 7월 26일 일자리연대의 비판 성명 정도입니다.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이야 윤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 별로 진지하게 참고도 안할 페이퍼 일뿐, 실제 국정운영은 다를 거야? 문서에 써놓지 않아도 알건 다 알고, 할 건 다 할 거야? 야당이 180석 들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어? 기대 수준을 낮춰! 외교 안보 하나만 정상화해도 그게 어디야? 이재명 집권 저지한 것만으로 충분해” 등등 온갖 변호를 늘어놓습니다. 이건 그냥 통과하겠습니다. 세상사 다 알 수 없는 법이니!!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불법점거 농성에 대해, 저는 이건 파업이 아니라, 인질범의 행위나 다를 바 없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해결을 주문했지만, 그분들이 단말마적 투쟁을 하게 된 배경(불공정한 원하청 구조와 원청 노조의 착취와 외면에 따른 울분, 절망 등)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됩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 말과 행동과 정책으로 받아 내야 합니다. 법과 원칙 운운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스탠스가 너무 많습니다. 경찰의 황당한 집단행동과 주장도 마찬가집니다.

 

원래 온정주의, 포퓰리즘이 체화된 진보 정부라면 법과 원칙 강조만 해도 될런지 모르지만, ‘부성’이 체화된 보수 정부는 법 원칙과 더불어, 따뜻하게 품어주는 ‘모성’을 개발, 과시, 실천해야 합니다. 110대 혹은 120대 과제 중 노동 관련 분야 과제나 공공기관 관련 과제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와 청년 구직자의 좌절감과 열패감(공공부문이 양반 귀족화되어 있는데, 주로 신규 채용 동결로 대응하니)도 외면하는 등 중요한 요구와 불만을 모르쇠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최대 과제인 불공정한 이중구조 해소 혹은 유연/안정/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거의 비껴가 있습니다.

 

노동 뿐만 아니라 공공 정부 정치 교육 규제 세금 예산 문제 등도 대동소이합니다. 외교 안보 문제를 제외한 모든 것이 그럴 겁니다. 경제(산업, 금융), 복지, 지방 문제는 (외교 안보와 마찬가지로 수준급 전문가들이 붙어서 만들었겠지만) 한국에서는 공공 정부 정치 교육 규제 예산 세금 문제를 비껴가면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윤정부의 지지율 하락 요인는 무수히 많지만, 그 근본에는 아젠다 세팅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이 문제의 핵심, 본질, 구조에 대한 종합적 통찰에 입각한 과제 설명, 즉 ‘왜 그것이 아니고, 이것을 해야 하는지’라는 가자 중요한 질문을 건너뛰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제가 알기론 윤정부는 집권 100일 플랜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윤통도 윤핵관도 비서들도 이것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아젠다 세팅 실패의 극명한 증거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5개 백서를 비교해 보니 과제의 배경 설명이 가장 취약한 백서가 윤정부 백서입니다. 윤통-안철수-윤핵관-인수위 핵심과 그 논의 구조 등 온갖 문제가 중첩된 결과입니다.

 

그래도 인수위 백서를 보면, ‘지역균형발전 국정과제 개념도’ ‘탄소 중립의 복합적 연계성’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사회시스템 점검 및 미래기획’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는데, 나름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과제를 압축적으로 정리했는데, 실은 노동, 공공 등 모든 분야에서 이런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120대 국정과제에는 없습니다)

 

공통의 서사-철학-가치-정책 플랫폼의 부재하면 발광체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발광체라는 것도 한동훈 장관처럼 저열하고 엉성한 야당의 공격을 재치있게 막아내는 수준 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경제 우선’이라면서 윤통이 경제 민생 회의에 자주 참석하고, 반도체 학과 증설을 명령하고, “국방부는 방위산업,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트팜” 산업 육성이나 지원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방식은 아무런 감동이나 희망을 못 줍니다. 문정권 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지는 쇼입니다.

 

구체적인 지시는 대체로 하나마나한 지시이거나, 작은 과제가 대통령 지시사항이 되면 최우선 순위로 급부상하여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통의 지시는 순전히 기재부 관료 출신들의 안목(시나리오)의 산물입니다. 윤통의 발언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단말마적 투쟁을 초래한 그 구조, 경찰들이 느끼는 정당한 불안감과 불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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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기자들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 공식 출범 전 비서실장에 내정됐던 김 실장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가 제일 핵심인데, 앞으로도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각부 장관과 차관·처장들을 한데 모아 워크숍을 했는데, 김 실장이 논의 내용을 ‘경제 우선’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은 경제 이슈를 기획재정부나 산업자원부 같은 곳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했다”며 “국방부는 방위산업,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 농림수산식품부는 스마트팜같이 각 부처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저를 위시해 장차관들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가 많다 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다”며 “정무 감각을 갖고 언론인들과도 자주 접촉하며 특히, 국회와 소통해 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연금·교육·노동개혁 등 3대 개혁은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 소통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9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사나워졌다’거나 ‘거칠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협조라기보단 투쟁 같은 분위기가 많다”는 이유다.

 

김 실장은 이날 예정에도 없이 기자들과 만난 배경과 관련해 “하도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라며 웃었다. 김 실장은 다만 “(윤 대통령이 스타가 되라고 얘기한) 장관들은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김대기 “경제가 핵심인데, 좋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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