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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태기
개발에만 10년이 걸렸다
이제 우리 세대는 ‘주산’ 필요 없이 아이들에게 달에 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이 엔진은 달에 도착한다
사실 어제(6.20) 거의 잠을 못잤다. 나에게 누리호 발사는 그냥 편안히 제3자의 입장에서 얘기할 내용은 아니다.
지난 1차 발사 직후 대략의 상황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산화제(액체산소) 탱크의 헬륨 탱크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페트병을 거꾸로 들면 뒤쪽에 진공이 잡혀, 즉 음압(-)으로 바뀌어 액체가 잘 안나오게 된다. 헬륨 가스는 이 진공을 보충하며 음압을 +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헬륨 탱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야하는 터보펌프는 엄청난 부하를 받게 된다. 특히 영하 183도의 액체 산소를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여야 하는 인듀서는 설계점을 완전히 벗어난 가혹 조건에서 작동하게 된다.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우리 연구소가 만든 인듀서와 임펠러는 추진제가 소진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며 작동했다(고 한다). 눈물이 핑 돌았다.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우리 연구소가 만든 인듀서와 임펠러는 추진제가 소진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며 작동했다(고 한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개발에만 10년이 걸렸다. 초기 시제품은 부품 하나를 만드는데 24시간 주7일로 두 달이 걸리기도 했다. 순간 순간 수 많은 판단이 있었다. 만약 내가 소재를 바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혹시나 최종 검사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다시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다.
이것이 어제 잠을 못 이룬 이유.
나는 일런 머스크와 동갑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은 머리가 좋아진다며 우리들을 ‘주산’학원에 보냈다. 일런 머스크가 주산학원에 다니진 않았을거 같다. 부모님 세대의 잘못이 아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이제 우리 세대는 ‘주산’ 필요 없이 아이들에게 달에 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이면 10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것 같다.
현재 우리는 누리호 후속 엔진 개발을 하고 있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이 엔진은 달에 도착한다. 그때쯤이면 나의 엔지니어 경력도 마무리될듯.
[출처] <사실 어제 거의 잠을 못잤다> | 작성자 민태기 박사
**작성자의 허락을 얻어 모셔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