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단상; 애국심의 근원은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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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원

 

공동체를 지켜준 희생에 대한 감사의 날이 현충일

애국심은 거룩하고 숭고한 감정 아닌 농부가 밭을 지키고 사장이 회사를 지키는 마음
그 연대 감정을 기억하고 추모함으로써 공동체 사수에 대한 연대의식을 드높이는 날

 

1. 아테네 시민군
민주주의의 시원 아테네는 군사적으로도 강국이었다. 당시 아테네 시민군은 말을 가질 수 있었던 귀족ᆞ부농으로 꾸려진 <기마병>, 중간계층으로 이루어진 <중무장보병>, 무기를 살 수 없어 농기구나 짱돌 등을 들고 중무장보병의 방패막 뒤를 따른 최하층 빈민노동계층의 <보병> 등 3개 편제로 이루어졌다.

 

2. 페르시아를 물리친 아테네
1차 페르시아전쟁인 <마라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원동력은 중간계층인 중무장보병이었다. 페르시아 군대는 중무장보병은 옷만 봐도 벌벌떨었고, 아테네 병사들은 페르시안 군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기병과 궁수도 없이 방패막을 이용하여 적진을 뚫고 들어가 페르시아군대를 물리쳤다.

 

3. 공동체를 지키는 단결된 힘
2차 페르시안 전쟁인 그 유명한 <살라미스 전투>의 일등공신은 전함의 노를 젖던 노동빈민계층이었다. 전함은 기동성이 생명인데 일치단결된 최하층 빈민 노잡이들의 일사분란함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귀족, 평민뿐아니라 전쟁에서 공을 세운 노동 빈민 계층에게도 시민으로서 참정권은 주지않았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보상과 대우는 해주었다.

 

4. 민주주의를 가능케한 요인
이렇듯 아테네는 귀족으로부터 최하층 빈민계층에 이르기까지 주인의식으로 똘똘뭉쳐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기위해 몸사리지 않고 싸웠다. 나아가 민주정을 붕괴시키려는 과두정파의 내란조차도 중간계급인 시민들의 힘으로 막아내었다. 전쟁뿐만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은 그들 자신들의 현실문제와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였다. 부자들은 돈으로, 식자들은 지혜로, 평민과 하층민들은 정책의 지지와 참여로 공동체를 지켰다.

 

5. 강한 아테네의 이유
아테네 시민들은 다른 인근 국가들이 과두정을 유지할 때 자신들은 발언권과 사법권이 보장된 민주정을 하고 있다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졌었다. 더불어 전쟁이 끝나고 나면 각종 공공행사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시민군을 칭송하며 사기를 복돋웠고, 전몰자들은 귀족, 평민 구분없이 함께 묻혔으며, 전몰자들의 가족들은 국가가 보호하였다.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최하층 빈민계층들에게까지 골고루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자긍심과 주인의식으로 말미암아 아테네 시민들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진을 향해 용맹하게 돌진할 수 있었다.

 

6. 영화 <대립군>과 유성룡의 <징비록>
실록에는 임진왜란 초기 백성들이 왜군을 환대하였다고 한다. 경상도의 한 양반이 썼다는 ‘쇄미록’에는 백성들이 왜군을 환대하여 어려움이 크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한다. 무능한 조정과 양반들의 폭압과 수탈에 진절머리가 난 백성들에게는 조선이나 왜구나 그 놈이 그 놈이었다. 2017년 개봉 영화 <대립군>에도 그 시대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백성을 버리는 조정과 그런 임금을 팔아먹는 관료와 백성. 나라가 나를 버리면 나도 나라를 버린다.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에도 임금과 사대부들은 왜구에 쫓겨 도망가기 바빴고, 결국 나라를 지킨건 민초들이었음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저 생존을 위한 방어였지 무슨 애국심 따위가 생겼겠는가.

7. 애국심은 주인의식과 연대정신
애국심은 국가에 대한 일방적 희생이 아니라 주인의식의 발로다. 애국심은 거룩한 이타심이나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안녕과 안위를 보장해주는 공동체를 지키려는 이기심이다. 국가가 나의 삶과 안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애국심 따위는 생겨나지 않는다.

전쟁 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거룩한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내 삶터와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적과 싸우다 죽은 이들을 기리고 추모하는것은 나를 대신해 내 삶터와 내 가족을 지켜준 이들의 거룩한 희생에 감사하는 연대의식이다.

 

8. 보상없는 희생, 강요된 애국심
민주주의가 강화되고 분배가 공정하면 애국심은 저절로 생겨난다. 국가와 공동체가 나를 지켜주고, 내가 사회 안에서 노력한만큼 보상받고 가족이 생계를 이어갈수 있는 공동체는 이를 지키는 사수심과 연대정신이 절로 키워진다.

 

역사를 자랑스레 꾸민다고,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국가공동체의 이해와 나의 이해가 합치될 때 생겨나는 것이다. 거룩한 민족의식을 고양시키고 핏줄을 강조해봐야 오래가지 않는다.

애국심은 거창하고 거룩한 가치나 담론이 아니다. 애국심은 아버지가 내 가정을 지키고, 농부가 내 땅을 지키고, 기업주가 내 공장을 지키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어야 애국심이 생기지 권력이 국가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권력과 결탁한 이들이 끼리끼니 이익을 챙기는 나라에서 무슨 애국심이 생기겠나.

 

9. 애국심은 이기심의 발로
국가와 국민이 공동의 이해와 비전을 가졌다면 아무리 못난 역사도 상관없으며, 아무리 어려움 난관에 처해도 능히 극복해낼 수 있다. 애국심은 이타적이지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다. 이승만의 애국이 북한의 침공을 버텨냈던건 토지분배로 인한 내땅 사수였고, 박정희의 애국이 성공했던건 먹고살자는 공동의 이해가 합치됐기 때문이었다.

 

애국심은 이기심의 발로다. 내가 국가로 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국가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보장받지 못하면 애국심우 생겨나지 않는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고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애국심의 본질이다. 애국심은 일방적이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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