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국정감사장의 여성 인턴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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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진

 

-막 대학을 졸업했을 법한 여성 인턴, 묵직한 가방 들고 상임위 회의실로

-놋그릇과 수저, 냅킨과 테이블 매트로 회의실이 순식간에 고급 식당으로

-명함과 정수기, 그리고 식권 등 세 가지가 없는 ‘3무 의원실’로 불리기도 

 

 

국정감사 기간 중이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을 법한 여성 인턴 비서가 묵직한 가방을 들고 상임위 소위원회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녀가 가방에서 꺼내기 시작한 것은 놋그릇과 수저, 그리고 냅킨과 테이블 매트였다. 꽤나 능숙하게 회의실을 순식간에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만들었다. 얼마 뒤 한 남성이 커다란 보온 도시락 세트를 들고 나타났다. 아마도 수행비서였던 듯 싶다.

 

명함과 정수기, 그리고 식권 등 세 가지가 없는 ‘3무 의원실’로 불리는 의원실도 있었다.

그 안에서 뜨거운 밥과 국물, 반찬을 꺼냈다. 테이블 세팅을 마친 인턴 비서는 밥그릇에 밥을 옮겨 담고, 국 그릇에 국을 붓고, 갖가지 반찬들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두 명이 식사할 만큼의 분량이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의원이 B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제가 오늘 불고기로 준비했어요, 호호.” A의원은 수고했다는 짤막한 말 한 마디도 없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나는 그 인턴 비서에게 “많이 힘드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녀는 엷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본인도 그런 모습을 내게 보이는 것이 적잖이 창피했을 것이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A의원을 진심으로 경멸했고, 제발 이 정치권에서 영원히 추방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히 지금은 국회에 없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감초’ 노릇을 한다. 물론 그의 인격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어떤 의원실은 ‘3무 의원실’로 불리기도 했다. 거기는 세 가지가 없어서다. 명함, 정수기, 그리고 식권이 없다. 명함은 직원이 알아서 파야 했고, 정수기가 없어서 물을 사 먹어야 했고, 직원들에게 나온 식권 매입비조차 의원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정말 인간 같지도 않은 정치인이다.

 

아이 학원 데려다 주기, 출장 다녀오는 남편 공항에 데리러 나가기, 개 산책시켜 주기, 가족 모임에 불려가 서빙하고 설거지하기, 해외여행 일정 짜 주기, 호텔 예약해 주기 등등. 김혜경 씨의 충격적인 행태에 깊이 분노한다.

 

저 부부가 청와대에 가는 것은 수치심과 모멸감에 상처 받아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2차 가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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