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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환규
-‘까다로운 환자 피하고 싶다’와 ‘모든 환자에 최선 다해야’ 생각이 충돌
-휠체어 벗어나 운동할 수 있다는 아들 둔 엄마의 감사 눈물 보는 순간
-의사는 ‘고단한 직업인 동시에 엄청난 축복을 받은 직업’ 다시 깨달아
고단한 하루를 여는 아침이었다. 시술이 예약된 두 분 모두가 시술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내원하신 후 ‘충분한’ 설명을 해 줄 것을 원하셨다.
시술을 결정하기 전에 내가 설명하고, 실장이 또 상세히 설명한 후 시술을 결정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더욱이 ‘정맥을 막는 치료’라는 부분에서 이해 부족으로 불안해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성심을 다해 첫 환자분께 설명을 드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진이 빠져 버렸다. 두 번째 환자분은 한 문장을 최소 두 번 이상, 많게는 네 번이나 말씀을 드려야 하는 분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고단한 직업인 동시에 엄청난 축복을 받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또 다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설명을 하던 도중 ‘나를 위해서는 이 분은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환자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과, 어떤 환자에게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사의 임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충돌했다.
결국 두 분 모두 시술을 받으셨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나니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정말 고단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며 극도의 피로가 몰려 왔다.
그런데… 오후에, 1년 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던 11세 남아(작년에는 10세)가 내원했다. 천안에서 올라온 엄마는 호도과자 두 박스를 사 오셨다. 이제는 아들이 휠체어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운동도 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표하는 엄마의 얼굴을 본 순간…
그리고…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우측 집게손가락(index finger)의 통증을 호소한 오늘 마지막 신환 환자. 수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손가락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환자의 손가락에서 역류 정맥을 찾아 폐쇄한 후 환자의 표정 변화를 읽은 순간….
의사라는 직업은 ‘고단한 직업인 동시에 엄청난 축복을 받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의사라는 직업은 일희일비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원래 그래야 하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