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IMF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터키 경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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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세현

 

-온화한 기후에 관광흑자 보던 나라가 부동산과 생필품 가격폭등 악순환 빠져

-터키 정부, 환율 포기한 가운데 온갖 욕 얻어먹으면서 이자율 네 차례나 인하

-98년 한국도 20% 이자율, 장기채 전환, 정부 지급보증으로 엄청난 피해 남겨

 

 

최근 터키 경제의 상황을 보면서 이자율과 환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터키는 좋은 땅과 기후를 가진 부러운 나라이다. 국토가 남한의 8배 가까이 되고 국토의 절반이 농경지이며, 국토 대부분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이다. 관광으로 코로나19 이전에는 15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고 있었다.

 

이처럼 자연의 혜택을 받은 나라가 2010년대 들어 무역 수지 적자가 관광 수지로 커버될 수 있는 100억 달러대에서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2017년쯤에는 500억 달러선을 넘고 최근에도 270억 달러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관광 수입이 줄어서 괴로운 상황이다. 환율이 달러당 2리라에서 10리라로 5배나 뛰었는데도 무역 수지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내부적으로는 주식, 부동산, 생필품 가격, 인건비가 악순환처럼 뛰고 있었다.

 

터키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경제 현상의 하나는 정부가 지난해 초에 이자율을 19%에서 네 차례나 인하하여 온갖 욕을 얻어먹으면서 14%대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 과연 에도르안 대통령 경제팀이 바보일까? 아니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 환율은 포기하면서 이자율을 조금이라도 낮추려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해야 할까?

 

1998년 김영삼 정권이 취했던 20% 이자율과 단기 민간 외채의 장기채로의 전환 그리고 정부 지급 보증 등은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터키의 외화 부채는 4,400억 달러 수준이고, 그 중 단기 부채는 1,500억 달러 정도이다. 스페인 은행이 800억 달러, 이탈리아 은행이 400억 달러, 프랑스 은행이 180억 달러 물려 있다고 한다. 터키 정부는 이런 외채에 대해 아마도 거의 지급 보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을 되돌려 1997년 우리나라 IMF 사태 때를 되돌아 보면 재미있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한국은 1993년부터 200억~300억 달러의 경상 수지 적자를 내었다. 해외 여행 자유화와 유학 비용으로 15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내면서 반도체 불황으로 무역 수지가 200억 달러 정도 줄어들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외환 자유화를 통해 실물에서 벌어진 불균형을 환율 조정 없이 묻어 버리려 했다. 더욱이 국내 종금사들은 일본을 비롯한 저렴한 외국 자금을 빌려다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에 꿔 주는 돈놀이까지 했다.

 

김영삼 정권이 1997년 초쯤에 환율을 포기하고 실물 부문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수출은 크게 늘어났을 것이며, 수입은 줄어 들었을 것이고, 해외 여행과 유학은 포기했을 것이다. 실물 부문의 균형을 찾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환율로 인한 국부의 유출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998년 한국의 20% 이자율과 단기 민간 외채의 장기채로의 전환 그리고 정부 지급 보증은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1998년부터 2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계속 지속해 왔으면서도 2012년 경에도 외국인의 국내 자산이 5천억 달러 이상인 순 채무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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