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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Lee
-계약직이 더 받는 돈은 불안정 고용의 대가. 정규직이 고용안정성도 돈도 챙겨야 하나
-끝까지 함께 갈 인재들, 평생 약정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고용한 것이 정규직 개념
-계약 근로를 절대악, 정규직 근로를 절대선으로 보는 유치한 구도는 이제 벗어버릴 때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한다. 정규직이 선 계약직이 악 이런것도 아니다.
계약직이 더 받는 돈은 불안정한 고용에 대한 대가다. 회사 측에서도 장기적으로 돈을 절약하고 싶으면 정규직을 늘릴 것이고, 향후 사업이 불확실하면 비정규직을 비싸게 쓰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규직이 노오오오력 열심히 했으니까 고용안정성도 가져가고 돈도 더 벌어야 한다는 식이다.
계약직은 불성실한 인생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근로는 계약직이어야 한다.
비정규직(계약직)이 그렇게 나쁜 제도는 아니다. 회사는 필요할 때 사람을 더 고용할 수 있는 것처럼, 설령 피고용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어려울 때 직원을 해고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회사의 고용이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은 맞고 그것을 위해 특혜도 주지만, 고용을 하기 위해서 회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핸드폰의 평균 수명이 2년이라면, 사람의 평생 노동 기간은 40년 정도다. 핸드폰을 2년 약정으로 살 수 있지만 약정없이 출고가로 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40년 동안 쓸 수도 있지만 2년만 쓸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핸드폰을 2년 동안 써야 한다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계약근로를 절대악으로, 정규 근로를 절대선으로 보는 유치한 구도는 이제 벗어버릴 때가 되었다.
그러나 약정을 걸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고가로 사진 않는다. 지원금이 작아지면 2년간 약속에 묶이느니 조금 더 돈을 쓰고 자유로워지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은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부담을 피고용인에게 떠넘긴 형태다. 회사는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망하지 않는 한 끝까지 끌고 갈 인재들을 평생 약정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정년까지 고용한다. 반면 지금은 필요하지만 경기에 따라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자리는 무약정(대개 1~2년 이내)으로 비싸게 돈을 주고 고용할 수 있다.
정규직은 월급이 적지만 큰 잘못이 아니면 해고를 당하지 않고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비정규직은 2년 후의 생활이 불안정하지만 그 위험만큼 당장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어서 만족한다. 월급 차액의 정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호불호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 계속 달라질 것이다.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비정규직에 대한 선호와 월급이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규직이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모두 가져가고, 비정규직은 낮은 월급과 불안정한 미래로 허덕인다. 공평한 ‘인간 약정’제도가 사회에 내재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사람의 능력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계약근로를 절대악으로, 정규 근로를 절대선으로 보는 유치한 구도는 이제 벗어버릴 때가 되었다. 모든 것은 적절한 보상으로 충분히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시즌에 따라 인력이 부족할 때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할 수요가 있음에도 한번 고용한 사람을 쉽게 자를 수 없다는 함정 때문에 소수의 남은 사람만 개고생을 할 필요는 없잖은가.
또한 블라인드 면접과 같이 비현실적인 이상론 말고, 회사에게도 충분히 사람을 평가할 정보와 기회를 주어야 한다. 블라인드 면접은 부모 재산을 물어보지 말라는 것이어야 했는데, 딴 자격증을 물어보지 못하도록 열화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