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잘 기억하는 것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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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조

 

-학습 능력, 암기력과 무관하게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

-쇼핑몰에서 미아가 된 기법 실험으로 거짓기억, 기억이 조작될 수 있음을 증명

-17년 전 페라가모 기억하고, 25년 전 유흥업소에서 지나친 줄리를 기억한다?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tic syndrome)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으로, 일종의 기억 장애로 분류된다.

 

기억이란 어떤 자극(학습)에 대하여 이를 느끼고 이를 머리에 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어지고 나서도 그 정보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정신 기능을 말한다.

 

기억은 자아의 본질이다. 나를 나라고 인식하게 하는 핵심 기능이다. 기억 능력이 있으니까 배우고 발전하고 판단하고 생각한다.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단기 기억은 잠깐 기억하는 능력이다. 전화번호를 외워 전화를 걸었는데 조금 지나면 잃어버리는 기억이다. 주로 해마가 관여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해마를 억압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단기 기억이 필요에 의해 반복되거나 감정이나 사건과 결합하면 장기 기억으로 바꿔 오래 저장된다. 반복의 중요성은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이 잘 증명하고 있다.

 

정신활동은 뇌세포의 활동이고, 그 활동은 신경 전도다. 시냅스 사이의 흥분 전도가 원활하면 시냅스 회로가 강화되고 두터워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장기기억으로 남게 된다.

 

장기 기억은 물질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시냅스 부위에 흔적으로 분산되어 저장된다고 한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거짓 기억, 조작될 수 있는 기억에 대해 연구하고, 기억은 조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쇼핑몰에서 미아가 된 기법(lost in the mall technique)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다섯 살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거짓말을 들은 한 피실험자는 온갖 형용사와 감정을 동원해 가면서 그날을 기억했다. “그날 저는 너무나 놀라서 가족을 두 번 다시 못 보는 줄 알았어요.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죠.” 

 

심지어 며칠 뒤에는 “어머니가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몇 주일 후에는 “제가 잠시 형제들과 함께 있다가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길을 잃었어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큰일났다고 생각했죠. 다시는 가족을 보지 못할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죠. 그때 파란 옷을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왔어요. 꽤 나이 드신 분이었죠. 머리는 벗겨지고요. 할아버지의 주변머리는 희끗했어요. 안경을 썼고요”라고 묘사했다.

 

다른 실험에서 한 소녀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길을 잃은 가짜 기억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테리 천으로 만든 타월의 느낌, 하얗게 이어지던 긴 불빛들, 할머니를 찾아 달려 갈 때 미끄럽던 바닥의 흔들림 등등.

 

기억은 너무 연약하고 부정확하다. 저장, 회상 과정에서 사라지고 변형되고 쉽게 암시에 걸리고 왜곡된다. 못 믿을 게 기억이고 증언이다. 기록은 믿어도 기억은 믿을 수 없다.

 

생태탕집 아들은 17년 전의 페라가모를 기억하고, 25년 전 유흥업소에서 지나친 줄리를 기억한다고? 그들은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인가? 나는 며칠 전 일도 헷갈리는데 수십 년 전 일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그들의 뛰어난 기억 능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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