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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식
-이재명은 아니잖나! 이재명이 광주 호남의 아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도대체 뭘 했나!
-민주당이 이겨야 된다는 생각에 전과자 이재명을 지지하는 고향분들 보니 마음 아파
-친척들과 불편하더라도 끝장 토론해 봐야. 관심 갖고 대화하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내과 전공의(레지던트)가 끝나갈 무렵인 2015년 11월.
나: 아빠, 나 군의관갈까? 공보의 갈까? <군의 장교 입영 희망서> 뭐 이런 거 왔는데 사인 하믄 바로 군의관 가는 거고 사인 안하믄 올해 내과 공보의 많이 뽑아서 전남 쪽으로 지원해서 갈 수도 있고.
아빠: 아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브렀다이잉. 군대 가므는 2년 갔다오는 거냐?
나: 아니? 군의관 3년 2개월이고 공보의 3년 1개월.
아빠: 아따 뭐 그렇게 길게 간다냐. 공보의가 편하다던디? 목포 쪽으로 오믄 할머니도 자주 보고 좋제. 거시기, 거 군대로 가블믄 소위로 임관해브냐?
나: 아니? 전문의 끝내고 가믄 대위로 임관한다던데? 인턴 마치고 가믄 중위고.
아빠: 오오메 니이가 대애위가 된다고야아 와함마, 대위므는 집안의 자랑이제. 아하따 잘되브렀다. 아야 군대로 가브러라잉.
나: ;;;
아들이 의대 합격했을 때보다 더 놀라고 기뻐하는 목소리라 어리둥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럴 만했던 게, 아빠는 대통령도(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국무총리도(정일권, 김종필), 장관도(백선엽 등), 국회의원(민자당, 민한당, 국민당 등)도 모두 군인이던 시절에 군 생활을 하셨다.

5.18 때 계엄군이 고향 사람들과 친구들을 죽이고, 연애 중이던 엄마 머리채를 잡고 내동댕이쳤다는 소식을 군대에서 듣고 분노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빠로서는 아들이 대위씩이나 된다는 사실이 기뻤을 것 같다.
김영삼이 하나회를 폭파해 버리기 전까지는 군인들이 고까운 국회의원들 불러 세워 조인트를 까대던, 그야말로 모든 권력을 군인이 갖던 살벌한 시대에 100명 남짓한 중대원들의 생사 여탈권을 가진 대위 계급의 중대장이 엄청나게 높고 힘있는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심지어 5.16 때 박정희의 행동대장이던 차지철은 대위였지 않나!)
게다가, 그 모든 권력을 가진 계엄군이 5.18 때 정들었던 고향 사람들과 전남대 친구들을 죽이고, 연애 중이던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버스에서 끌어내려 내동댕이쳤던 소식을 군대에서 듣고, 분노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이 한으로 맺혀 아들이 대위씩이나 된다는 사실이 기뻤을 것 같다.
그렇게 아빠의 강추로 머리를 밀고 군 복무를 하게 된 나는 최전방 3사단 GOP부대, 3군 사령부 예방의학 장교 및 행정 일이 많았던 의무대장을 경험하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열혈 보수 우파 청년으로 거듭나게 되었지만, 오늘 엄마의 카톡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아들아… 그래도 우리 지역 정서라는 게 있는데 국민의힘 당원 가입은 좀 심한 거 아니니…”
군사 정권 치하에서 절망적인 경험을 했던 부모님과 호남의 어르신들 입장을 생각해 보면 무조건적인 민주당 지지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은 아니지 않나! 이재명이 광주와 호남의 아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도대체 뭘 했나! 권력에 미쳐 포퓰리즘 정책 뿌려대고, 검사 사칭, 음주 운전, 패륜, 부패 등등 나쁜 거 다 해 본 이재명을 왜?
그저 민주당이 이겨야 된다는 생각에 전과자 이재명을 지지하는 고향분들을 보니 더 마음이 아파서 할 수 있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에 내려가면 친가 외가 친척들이랑 좀 불편하더라도 끝장 토론을 해 봐야겠다. 관심을 갖고 대화해 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