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 여행 9. 플라톤, 그의 철학적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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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제

 

-“핵심사상은 표현될 수도 없고, 번쩍이는 섬광처럼 터져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뿐”

-변명, 크리톤, 메논, 크라틸로스, 향연, 파이돈, 정치학 등 분야에서 소중한 지적 자산 남겨

-대화록, 유려한 언어와 극적 논쟁으로 사상 간 대치 양상 묘사. 세계문학사상 불후의 명저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교육방식은 대화와 논쟁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감화를 입히는 것으로만 그쳤던 까닭에 그가 소수 집필한 글이라고는 한 줄도 남아 있는 것이 없지만, 플라톤의 경우에는 일련의 저술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물론 이 글들 중의 대부분(이것은 확실한 고증에 의하여 그가 사망한 뒤에 첨가되거나 삽입된 부록과는 구별된다) 또는 몇몇 서간문들이 그가 집필한 것일에는 틀림없으나 동시에 플라톤의 교육활동에 있어서도 역시 핵심적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모두가 구술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문필활동 그 자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는 자기 학설의 가장 내면적인 핵심까지도 글로 표현함으로써 악의에 찬 곡해를 받는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그와 같이 가장 내면적 핵심을 일찌기 나는 글로써 나타낸 바도 없거니와 또한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핵심사상은 흔히 우리가 무엇인가를 습득하듯이 쉽사리 표현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그것은 번쩍이는 섬광과도 같이 갑자기 우리의 마음속에 불꽃을 튕기면서, 바로 이때로부터 꾸준히 그의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하튼간에 우리를 후대인에게는 오직 그의 저술만이 플라톤 철학의 이해를 위한 유일한 전거가 되어 있는바, 이와같이 그 자신으로서는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은 글들을 통하여 오히려 그의 철학이 지니는 위용이 드러난다.

 

실로 50여 년에 걸쳐서 편찬된 그 글 속에는 개개의 문제들이 플라톤에게 나타난 그때 마다의 양상에 맞추어서 서술되었으므로,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거의 모두가 대화형식을 띠고 있는 플라톤의 저술을 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소크라테스가 사망한 직후에 기술된 첫번째 대화편에서는 바로 소크라테스 자신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플라톤이 철학사상을 서술하는 형식인 대화술은 그리스와 로마인들 그리고 그뒤의 유렵인들에 의해서도 되풀이해서 사용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타의 모든 후기 저술에서도 여전히 그가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만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내용 중의 어느 정도까지가 그 자신의 증언에 근거한 것이며, 또한 플라톤이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하여 단지 그를 이용한 데 지나지 않는 부분은 어느 정도에 달하고 있는가를 분간하기는 매우 힘들다.

가장 중요한 플라톤 대화록(對話錄)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변명 (Apologie)
재판과정에서 소크라테스가 전개한 자기변호 내용을 뒤늦게 묘사한 것.

 

2. 크리톤 (Kriton)
법률을 존중하는 데 관한 것.

 

3. 프로타고라스 (Protagoras)
덕성 중에서도 특히 그의 일원적 성격과 이를 가르치는 데 관한 문제에 대한 소피스트 학파와의 논쟁

 

이상의 세 가지 저술은 초기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4. 고르기아스 (Gorgias)
여기서도 덕성에 관한 문제와 함께 과연 이것이 교육적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바, 소피스트의 이기주의적 도덕은 불충분한 것으로 입증되었는가 하면 수사학도 역시 교육수단으로서는 부족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도덕적 선은 절대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형이상학적 근거 마저 주어져 있다. 정치, 음악 그리고 詩도 바로 도덕적인 선에 종속된다고 하였으며 끝으로 영혼이 피안의 세계에서 마주치게 될 운명을 개관하고 있다.

 

5. 메논 (Menon)
회상(回想)으로서의 인식의 본질과 수학의 의의가 거론되고 있다.

 

6. 크라틸로스 (Kratylos)
언어에 관한 문제가 취급되고 있다.

이상의 세 가지 대화록은 과도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플라톤이 이태리 체류를 마치고 난 뒤에 저술된 것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여기서는 피타고라스의 영향이 역력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플라톤은 자기의 독자적 사상을 궁극적 단계로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하였다.

7. 향연 (Symposion)
「Gastmahl, 향연」이라고도 불리는 이 글에서는 미와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적 염원을 발동시키는 힘으로서 에로스를 들고 있다. 여기에는 또한 그야말로 에로스를 완전무결하게 체현시키고 있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알키비아데스의 찬사도 실려 있다.

 

8. 파이돈 (Phaidon)
영혼불멸론으로서, 영혼의 초감각적 성격과 그 영겁의 의미가 다루어지는데, 여기서 바로 플라톤의 이데아論도 형성된다.

 

9. 정치학 (Politeie)
국가론으로도 불리는 이 글은 가정 포괄적이고도 내용이 풍부한 플라톤 저술로서, 성년 후에 그는 다년간을 이 저술을 완성하는 데 소모하였다. 이 글은 개별적 인간에 관한 문제로부터 시각작해 점차 사회이론으로까지 확대되어 감으로써, 결국은 플라톤철학의 전영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10. 파이드로스 (Phaidros)
이 대화는 이데아論 및 ‘영혼의 삼분설’과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11. 테아이테토스 (Theaitetos)
지식의 본질에 관한 인식론적 고찰.

이상에서 거론된 글 중의 7에서 11까지는 플라톤이 원숙기에 쓴 것이다.

12. 티마이오스 (Timaios)
플라톤의 자연철학을 논한 것으로서, 여기서는 천체로부터 지상의 생명체까지에 이르는 모든 자연적 사물의 발생과정이 다루어진다.

 

13. 크리티아스 (Kritias)
미완성 원고인 이 글에서는 플라톤 시대보다 약 1만년 전에 존재 하였다고 알려져 있고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추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설적인 섬나라 아틀란티스의 침몰광경이 서술되고 있다.

 

14. 폴리티코스 (Politikos)
일명 정치가라고 불리는 이 글은 노년기의 플라톤이 지녔던 정치관을 담고 있다.

 

15. 법률론 (Gesetzen)
노후의 플라톤이 저술한 마지막 대작으로서, 결국 그 자신에 의해서 탈고될 수 없었던 이 글은 그가 사망한 뒤에 한 제자의 손으로 출간되었다. 역시 정치학에 관한 문제를 다룬 이 대화 내용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의 윤리적 기초와 플라톤사상이 표적으로 하는 원래의 목표라고도 할 시민의 교육방법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이 ‘법률론’은 플라톤 노후의 철학을 알아볼 수 있는 기본자료이다.

 

이상과 같이 플라톤이 사용했던 바와 같은 철학사상을 서술하기 위한 형식으로서의 대화술은 많은 그리스인들이나 로마인들 그리고 그뒤의 유렵인들에 의해서도 되풀이해서 사용되었다.

 

물론 플라톤의 대화내용은 원래 소피스트에 의하여 개발된 후에, 다시 소크라테스에 이르러 완성될 수 있었던 변증법적 대화술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이지만, 하여간 이 대화의 형식은 체계적인 사상전개 양식에 비해서 오히려 훨씬 더 명확하고 생동한 면을 지닌다는 이점이 있다.

 

다시 말해서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찬반이나 또는 그에 대한 다각적 측면으로부터의 시도가 상이한 여러 개인들에 의하여 동시에 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것이 지니는 이점이 있다면, 저자의 입장으로서는 일단 전개된 논쟁을 마지막에 가서 가라앉힌다거나 혹은 그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물론 저자의 우유부단성이나 불안정성을 뜻할 수도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플라톤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들 인간의 사유란 언제나 분열과 대립을 모면할 수 없다고 하는 깊은 통찰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의 대화록은 유려한 언어와 또한 때로는 극적이기조차 한 논쟁이 쌍방이나 그 양측 사상간의 너무나 훌륭한 대치의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특히 알려져 있다. 이것은 세계문학상의 불후의 명저로 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재 리스트>

1. 철학의 탄생 2. 밀레토스 학파와 피타고라스
3. 엘레아 학파 4. 헤라클레이토스
5. 웅변학원 1타강사, 소피스트들 6.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소피스트 철학
7. 소크라테스의 생애 8.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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