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책회의에서 내가 좌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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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수

 

-대책회의서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 눈앞에 다가왔다” 주장에 좌절

-나는 실패를 직감했다. 위드코로나 정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건 똥이다”

-병원만 빡센 거리두기하잔 건데 병원문턱 높이는 건 방역목표와 정면충돌!

 

 

병원 내 코로나19 대책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다. 주제는 위드코로나.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이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좌절했다.

 

위드코로나에 확진자 증가는 피할 수 없을 터. 회의에선 하루 1만 명을 예상했다. 어느 교수님은 올해 안에 2만 명이 발생한다에 배팅했다(당시 1천 명 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나는 숫자놀음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예상은 말하지 않았다. 다만, 1만이든 2만이든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리란 것은 똥과 된장처럼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단계적 일상 회복에서 의료 기관 순번은 언제일까? 모든 사회가 정상화된 이후, 최종 단계에서야 비로소 병원이다. 왜냐고? 쉽다. 코로나 방역의 궁극적인 목표가 의료 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확진자 수 유지였으니까. 이건 위드코로나에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기말 만화에 자주 나오는 쉘터 느낌이다. 예를 들어, 운석이나 핵전쟁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쉘터. 다시 인류를 이어나가는. 그러니까 코로나 핵 미사일이 떨어져도 병원만큼은 막아내자는 것이지. 결국 병원이 일상 회복하는 순간이? 지루한 코로나와 싸움이 끝나는 날이 될 테지.

 

병원을 바이러스 한 톨 들어올 수 없게 차단한다는 정책 추진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 문턱을 높이는 것은 방역 목표와 정면 충돌하잖냐!

 

그날 회의는 그 때문에 모였다. 대체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병원에 바이러스 한 톨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을지 대책을 논의하러. 지난 2년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봉쇄해 내야 한다. 물론 나는 실패를 직감했다. 위드코로나 정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건 똥이라고.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능할 턱이 없었다. 매일 1만 명씩 환자가 쏟아지고, 증상이 없는 환자가 수두룩하다면, 병원 입구에서 그들을 모두 걸러낼 수 있을까? 설마하니 발열 측정기와 QR만 있으면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이 새는 것을 무슨 수로 다 틀어막겠나? 그러다 하나라도 놓치면 셧다운이고?

 

병원은 매일 수천 명 이상이 드나드는 시설이다. 결국 수순은 뻔하다. 환자들에게 병원 문턱을 한없이 높이는 방법뿐이다. 안 그래도 지난 2년 병원 문턱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높아졌다. 특히 응급실은. 중환자, 경환자 가리지 않고 진료 한 번 받으려고 갖은 고생들을 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구급대원들이 죽겠다고 뉴스 내는 것이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늘 국회를 통과한 ‘응급환자 거부 금지법’이다. 오죽 병원 문턱이 높아졌으면.

 

하지만 여전히 간과하고 있는데, 위드코로나에서 병원은 문턱과 허들을 더 높이는 것 이외엔 답이 없다. 고로 언플을 하든, 새로운 입법을 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병원만 빡센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인데, 병원 안에서 국민들을 바라보면 딱 이런 심정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가 아니라 병원 밖은 위험해. 어차피 일상 회복한다고 쟤들 거리두기도 안 해. 누가 걸렸을지 몰라.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어. 중국이나 유럽에서 대유행할 때 제일 먼저 나온 요구가 뭐였나? 국경 차단. 그럼 병원도 이제 해야 할 일은? PCR 음성 증명서 제출 전에는 병원 입국, 아니 출입을 금지! 응급 환자라도 예외없이!”

 

물론 상황을 조금 과장했다. 그래도 죽을 것 같은 환자는 어떻게든 처리해내고 있으니까. 살리는 게 직업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딜레마가 어떤 것인지는 전달되었길 바란다. 나는 이런 식의 정책 추진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 문턱을 높이는 것은 방역의 목표와 정면 충돌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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