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 감정마저 모방케 하는 거울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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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조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거울처럼 비춰. 타인의 행동-감정까지 내것처럼 느껴

-의도와 감정마저도 모방. 미소를 보면 거울신경 작동하여 미소와 연관된 느낌 만들어

-자폐증 환자 거울신경은 자신이 행동할 때만 활성화, 다른 사람 행동에는 전혀 무반응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 용 선수가 경기 중 상대 선수가 강하게 찬 공에 다리 사이를 맞고 쓰러졌다. 경기가 중단되고 상대 선수는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다행히 걱정한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한참을 이 용 선수가 일용 언니가 되었다고 농담반 진담반 걱정을 했다.

 

그때 공에 맞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다리 사이에서 비슷한 통증을 느꼈다. 뇌에는 ‘거울신경’이 있어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거울처럼 비춘다. 타인의 행동과 감정까지 내 것처럼 느낀다. 아프면 나도 아프고 웃으면 같이 웃는다.

 

거울신경(mirror neurons, 거울뉴런, 거울신경세포)은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졸라티 등이 원숭이의 운동-명령 신경을 연구하던 중 연구원이 음식물을 집자 원숭이의 뉴런이 자기가 먹이를 집는 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우연히 발견했다.

 

하나의 세포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회로인 네트워크로 보고 있다.

 

거울신경 덕분에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그 행동을 할 때 사용되는 신경이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감정까지 영향을 미쳐서 보기만 해도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바늘이 찔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자신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신경이 활성화되어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거울신경은 행동만 아니라, 행동 이면의 의도와 감정마저도 모방하게 한다. 미소를 보면 거울신경이 작동하여 미소와 연관된 느낌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상대방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저절로 그 의미를 경험한다.

 

거울신경은 타고난다고 한다. 막 태어난 아기도 혀를 내미는 행동을 보고 혀를 날름거린다.

 

거울신경은 행동 이면의 의도와 감정마저 모방하게 한다. 미소를 보면 거울신경이 작동하여 미소와 연관된 느낌의 감각을 만들어낸다.

 

학습에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흉내내기’가 거울신경 때문에 가능하다. 말, 음악, 춤 등을 배울 때도 따라하며 배우는 과정에 관여한다.

 

거울신경 기능 장애가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자폐증 환자의 거울신경은 자신이 행동할 때만 활성화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 자폐증 환자는 공감과 의도의 이해, 흉내, 가상놀이, 언어학습과 같은 것을 할 수 없는데 이는 거울신경의 기능이라고 한다. 즉 자폐증 환자는 거울신경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말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거울신경이 더 발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자가 남자보다 드라마에 더 열광하며 깊이 몰입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는 생물학에서 DNA의 역할을 심리학에서 거울뉴런이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거울뉴런이 하나의 통합적인 틀을 제공하여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수많은 정신 현상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거울을 째려봐도 두개골 안의 거울신경이 보이지는 않지만, 뇌세포는 묵묵히 제 일을 하며 나와 세상을 이어주고 있다. 뇌는 알면 알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참 신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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