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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인촌과 죽산은 출신 배경, 독립운동의 활동무대와 경험 크게 달라도 서로 통하고 신뢰
-우남, 인촌, 해공, 죽산, 고당 등 다섯 분 중 지금 명예 성한 사람은 고당과 해공 두 분뿐
-인촌과 죽산은 친일 시비로 건국 훈장 빼앗기거나 아직 받지 못하고 있으니 개탄할 일
건국의 아버지들(2)
인촌과 죽산은 대지주의 아들과 빈농의 아들로서 출신 배경도 크게 다르고, 독립운동 시절의 활동 무대와 경험도 아주 다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두 분은 묘하게 서로 통하는 데가 있고, 서로를 신뢰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쟁 이후에 단일 야당 운동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엉뚱한 색깔론을 내세워 죽산을 배제하려고 하였지만, 인촌은 결단코 죽산을 배제하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이는 거의 인촌의 유언이 되었습니다.
물론 인촌이 돌아가시면서 그 유언은 지켜지지 않고, 민주당을 함께하지 못한 조봉암은 결국 진보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분은 아마 공통적으로 실용 중도파이고, 근대인이었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대화를 하고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이 강연을 준비하면서 연필로 그림을 조금 더 그렸습니다. 고당이라는 집에는 가인(街人)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마을 앞에는 창랑(滄浪)이라는 개울이 있습니다. 개울가에는 유석(維石)이라는 바위가 있습니다.
가인은 누구입니까? 전북 순창 출신의 김병로 선생입니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하신 분이니 삼권 분립의 민주 공화국에서 사법부라는 한 축을 담당하신 분입니다. 김종인 대표의 할아버지로 유명한 분이죠. 역시 대한민국을 건국한 주역 중의 한 분이고, 한민당의 큰 줄기입니다.
그런데 마을 앞 개울에다 창랑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미 군정의 수도 경찰청장을 맡았었고, 나중에 부산 전시 수도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경상도 사람 장택상을 말하고, 개울 옆의 바위에다 유석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 미 군정의 경무부장을 맡았으며 나중에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충청도 사람 조병옥을 가리킵니다. 두 분 다 범(汎) 한민당이죠.
이 두 분은 친북 좌익 세력과 싸우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였으니 그림 속에서 옛날에는 마을 앞 개울이 곧 하수도이기도 했습니다. 팔도 사람들이 다 건국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그림을 보충해서 그려 보았습니다.(웃음)
우남, 인촌, 해공, 죽산, 고당, 다섯 분 중에서 지금 그 명예가 성한 사람은 고당 조만식과 해공 신익희 두 분뿐인 것 같습니다. 이승만 박사야 장기 집권하다 쫓겨났으니 자초했다고 하다라도, 인촌 김성수와 죽산 조봉암은 말도 안 되는 친일 시비로 건국 훈장을 빼앗기거나 아직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개탄할 일입니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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