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가상기억이 불러오는 황당함

<<광고>>



¶ 주동식

 

-경험 않고도 체험한 것처럼 착각하는 가상기억을 자기 것처럼 느낄 때 훨씬 과격해져

-90년대 학번은  현실 아닌 ‘전설’ 접해. 책 한권 읽은 인간이 가장 무서운 것과 닮은꼴

-편안함 쫓아 해외로 떠났다면 좌파로부터 물어뜯기며 재판에 끌려 다니지 않았을 것 

 

 

1.

어떤 분이 “우리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 분위기가 일본에 대해서 그렇게 극단적으로 적대적이지 않았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왜 이렇게 반일 정서가 기승을 부리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셔서 생각해 본 것입니다. 오히려 옛날에는 일제 시대를 직접 사셨던 분들이 생존해 계셨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시각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자기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직접 체험한 것처럼 착각하는 가상 기억, 가상 체험이죠. 지금 80세 노인이라 해도 일제 시대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언론과 지식인들이 전해 주는 가상 기억을 자기 것처럼 느낄 뿐이죠. 그래서 훨씬 과격해집니다.

 

586들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들은 사실 전두환 시절에 대해서 욕은 해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드뭅니다. 당시를 직접 체험했고, 당시에 대한 인식이 종합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시가 그렇게 지옥같은 시절은 아니었다는 걸 아는 겁니다.

 

오히려 90년대 이후 학번들이 전두환이나 5.18 등에 대해서 훨씬 단순 무식 과격하게 판단합니다. 그들이 접한 것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고 ‘전설’이었으니까요. 세상에서 딱 책 한 권만 읽은 인간이 제일 무섭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라고 봅니다.

 

90년대 이후 학번들이 전두환이나 5.18 등에 대해서 훨씬 단순 무식 과격하게 판단합니다. 그들이 접한 것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고 ‘전설’이었으니까요.

 

2.

지금 정확한 시기랑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어마어마한 정치적 공격을 받을 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진국 독재자들의 흔한 패턴처럼 전두환 대통령에게도 “한국을 떠나 계시라”는 요청이 당시 집권 세력으로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전두환 대통령이 말 그대로 진노하면서 “내가 이 나라에서 사형을 당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갈 수는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내가 이걸 아마 당시의 신문 기사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약간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두환처럼 파렴치하고 인간 이하의 말종인 독재자가 저런 좋은 제안을 뿌리치다니… 한국에서 해먹을 게 아직 많이 남았다는 얘기인가? 대충 이렇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나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와 인식을 얻게 되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저런 결단은 말 그대로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결기나 명예심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라 짐작하게 됐습니다.

 

본인이 외국으로 도피(?)하면, 자신이 임기 동안에 이룩했던 모든 업적이 송두리째 부정되고 완전히 후진국형 독재자로 역사 속에서 매몰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국정을 담당했던 동지들에 대한 책임이자 예의이기도 하고. 적어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존중받을 만한 태도였다고 봅니다. 그렇지 못했던 누구랑도 비교되고.

 

그가 그때 자신의 편안함만을 위해 해외로 떠났다면 적어도 그 이후 지겹도록 잔인하게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냥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뿐, 5.18 관계자나 좌파들로부터 그렇게 악랄하게, 집요하게 물어뜯기며 이리저리 재판에 끌려다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적어도 비겁하게 회피하는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그런 책임감이 그가 그렇게 집중적으로 공격당하는 진짜 이유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