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고속도로 사고 원인 진단부터 잘못

<<광고>>



¶ 이근준

 

– 국가 전력망 설계를 환경론자의 장단에 맞춰 디지털 산업의 정밀성 고려않고 진행

-지금의 의식과 전력 산업 생태 구조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전력 제도 신속히 개선해야

 

 

누군가가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하자 그 도로에 사고가 났습니다. 어제 500kV 고덕-당진 HVDC 선로가 또 똑같은 부싱 지락 사고로 정지된 것입니다. 세 번째 반복되는 동일한 사고인데, 부싱 결함이라 하여 두 번이나 부싱을 갈았는데,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선로는 한전의 송변전 계획으로 발주한 것을 KAPES(한전과 GE의 합작 투자 회사)가 받아 GE가 설계했고 한전이 검토 승인한 것을 KAPES에서 시공한 것인데, 변압기, 반도체 소자, 부싱 등 주요 부품 자재는 대부분 외국 제품입니다.

 

GE가 가진 LCC형 HVDC 기술을 국내 이전한다는 명분으로 3개의 HVDC 선로 프로젝트를 GE에 주는 것으로 계약을 맺고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향후 2034년 태양광이 50% 이상을 발전하는 전력망에서도 안정하게 동작되어야 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백본 역할 그리고 중국-러시아-일본을 잇는 HVDC 연계를 할 기반 기술을 마련한다는 명분입니다.

 

한전은 국민 기업이며, 국민의 주식 참여와 전기 요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입니다. 이 기술을 국내에 확보하려면 한전은 KAPES라는 SPC 회사가 통합 운영하되 다양한 국내 산학연이 컨소시움 형태로 참여하여 타당성 검토, 세부 설계, 설계 감리, 시공, 시공 감리 등 각 단계마다 GE가 사용하는 요소 기술들을 주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의문 제기를 하고 검증 가능토록 하여 그 기술이 한전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 역동하도록 해야 했다는 의견입니다.

 

 

GE 엔지니어가 오고, 사고 부싱을 네덜란드 KEMA까지 보내서 시험하는 동안, 주원인은 부싱이 아닌 정류측 파이어링 문제일 것이라고 했지만, 계속 겉으로 나타나는 하드웨어-부싱을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설계 절연 강도 마진이 충분히 있는 부싱과 백 개 이상의 소자를 시리즈 트리거를 해야 하는 제어 시스템을 비교해 볼 때 불확실성이 높을 가능성은 어디일지 자명하건만, 설계 회로도가 있고, 시뮬레이션 시나리오와 결과 검토가 있었으며, 제작시 특성 시험 결과가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 그 원인 하나 제대로 발견하지 못할까 하는 국가적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습니다.

 

기밀 유지라는 것이 장애가 되면 국내의 학자 및 기술자를 특별 채용하거나 계약 관계를 맺어서라도 눈밝은 구매자가 되도록 하여 단 한 번에 모든 기술을 자립화하도록 했으면 하는 것은 노병의 욕심일까요? GE에서 제시한 타당성 검토나 상세 설계 결과를 감리시 운전 상황에 대해 정밀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였다면 이토록 아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9차 전력 수급 계획에서 태양광 풍력 신재생 증가와 함께 신재생 간헐성과 변동성에 의한 계통의 불안정성은 크게 증가될 전망입니다만, 계통의 백본을 구성할 HVDC가 불안정하다면,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장거리 HVDC가 구성되고 다양한 이유에서 불안정할 요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공산 국가의 전력외란이 HVDC 기술적 불안정성과 동시에 작용한다면 우리나라 전력망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에너지 하이웨이가 아니라, 국가 산업을 위협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980년대의 하드웨어 기술과 일본의 2배가 넘는 송전 하드웨어 보강으로 전력 공급 신뢰도/품질을 세계 최고급이라 자화자찬하는 한전과 국가 기반 경쟁력인 전력 부문을 1,2년 머물렀다 가는 경력쌓기 한직으로 취급하는 관료들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대명제가 고도의 전력 엔지니어링 기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주#1, #2, #3, 고덕-당진… 4반세기에 걸쳐 운전하고 있는 HVDC의 고장 앞에서 그 원인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지 않고 여전히 하드웨어(부싱)에서 찾는 마인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에너지 전환 운운하며 한국이 세계 에너지 전환 선도국이 될 것처럼 떠들면서 수백조 원씩 투자하는 일은 국민을 오도하고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공학적 전문성이 없이 설계된 고속 자동차를 겉모양만 보고 탈 수 없음은 생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국가의 대동력을 순환하는 전력망의 설계를 환경론자들의 장단에 맞춰 디지털 산업의 정밀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한다면 거기에 이 나라 디지털 경제를 태워 대정전 없이 달릴 수 있을까요?

 

정부와 한전, 국회의원들은 RE100,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희생을 요구하고 어떤 기회를 주는지, 그 기회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의식과 전력 산업 생태 구조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멉니다. 투자 비용의 단 1%라도 환골탈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밀 전력 산업과 전력 기술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인력들이 국내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하도록 에너지 전력 관련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