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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한눈에 봐도 두드러지게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발견해 살펴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소니’
-한국TV는 기술 레토릭과 수치 환상 마케팅. 삼성 LG TV가 세계시장 석권한 듯 믿게 돼
-이념으로 품질 간극을 메꾸려 하면 점점 이데올로기없이는 감성, 직관, 안목 갖지 못해
한국에서는 TV를 거의 못 봤다.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면 TV를 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TV의 하드웨어는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화각은 넓어졌으며 OLED와 QLED 등 기술은 발전했다.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만 대단히 눈이 까다로운 나는, 한국에서 TV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어느 순간부터는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시야를 피곤하게 만드는 선예도나 해상도에서 너무나 뛰어난 최근 OLED와 QLED 방식에 대해 거부감도 있어 계속 TV 구매를 주저해 왔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미국에서 TV를 사려고 매장에 갔는데 당연히 한국 브랜드를 사려 했다. 과거에는 모니터는 소니,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EIZO가 비교 불가하게 뛰어났지만, 이제는 삼성과 LG가 석권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뛰어난 제품의 한국 브랜드를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베스트 바이 매장에 진열된 그 수많은 디스플레이를 보는데, 일단은 편견 안 가지고 브랜드 안 보고 가격 안 보고 정말 오랜만에 까다롭게 한 번 보자 하고 시야를 좁혀 나갔다. 그중에 한눈에 봐도 두드러지게 뛰어난 디스플레이로 좁혀 가서 옆의 디스플레이랑 비교하다가 브랜드를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소니 제품이다. 소니?
나는 예술 작품을 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념과 편향성을 가지면 건조하고 차가운 직관을 가지기 어렵다. 늘 긴장과 트레이닝을 하는 감각으로 보건데, 소니 제품이 이념이 아닌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비교 자체가 불가했다. 나는 소니는 퇴물처럼 저문 브랜드인줄 알고 있었다.

한국 TV는 한국 사회가 그렇듯이 기술 레토릭과 수치 환상으로 마케팅한다. 한국에 있으면 삼성과 LG TV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듯 믿게 된다.
그뿐인가? 소니 TV는 디스플레이 구현에 철학과 소신이 있었다. 최신의 기술적 전문 용어는 잘 모르지만, 컬러 재현에서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색상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라데이션의 풍부함과 질감 그리고 중간 톤의 풍부함과 쉐도우(암부) 영역에서의 재현력이 매우 뛰어났다. 심도의 표현도 중요하다.
전, 중, 후경부의 공간적 깊이감의 표현이나 엷은 피사계 심도에서 아웃포커싱 영역의 표현, 화면 안의 동적인 움직임을 묘사하는 부분은 삼성 TV에서는 계속 거슬렸는데, 소니 TV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클래스 자체가 달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이 소니 65인치 제품과 마지막에 옆에 비교했던 제품은 나중에 브랜드를 확인하니 삼성도 아니고 LG QLED 제품이었다.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색채를 과시하는데, 짧게 눈은 사로잡고 매혹시켜도 금방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중간 계조나 암부 재현은 대단히 불만족스러웠다.
내가 이래서 TV 구입을 미뤘던 것이다. 기술 레토릭의 마케팅을 뚫고 좋은 제품을 찾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마 소니 TV를 보지 못했다면 TV를 여전히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한국에 있을 때 소니 TV를 보지 못했던 것일까? 한국에서는 반일 불매 운동까지 겹쳐 소니 직영 매장들이 사실상 대부분 철수하고 사업을 접은 것으로 보였다. 충격적이었다.
한국 TV들은 한국 사회가 그렇듯이 기술 레토릭과 수치의 환상으로 마케팅을 한다. 또 한국에 있으면 마치 전 세계에서 삼성과 LG TV가 석권하는 듯이 믿게 되는 것 같다. 엔지니어와 경영자의 철학과 소신을 가진 고품질 제품을 경험하고 알지 못하면서 이념으로 그 갭을 메꾸려 하면 점점 이데올로기 없이는 감성도 직관도 안목도 가지지 못한 채 락인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더욱더 깊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