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엔 공수표 없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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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수

 

-더 위중하고 급한 환자 선별해서 수용하겠다는데, 이게 대체 왜 욕 먹을 짓인지 몰라

-응급실 전문인력 필요한데. 그건 채워 줄 방법도 없죠? 경력자들 다 나가 버렸다고요

-부디 위드코로나에는 대책이 마련되어 내 약속이 공수표로 전락되지 않길 빌어 본다

 

 

[더오래]이젠 재택치료자까지…위드코로나로 전운 도는 응급실

 

요즘 민원이 빗발친다. 1,2차 병원 입원실과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 불만이 크다. 이송 병원을 선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구급 대원들도 불만이 많다. 3차 병원에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면 어쩌냐는 거다. 온갖 루트로 환자 좀 받으라고 압박한다. 등록된 베드 수의 2배 이상을 수용하고 있음에도 “직업 윤리를 내팽개친 놈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환자도 불만이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나라에서 책임져 주기로 했다는데 왜 받아 주는 병원이 없냐”고 난리다. 내일 아침 출근해야 되는데 감기가 심하니 밤에 치료 좀 하자는데 왜 다들 출입을 불허하냐고 흥분한다. 심지어 골든 타임이 있는 중증 질환인데 열 난다고 안 받아 주면 “우린 이대로 죽으란 거냐”며 분노한다. 그렇게 갈 곳 없는 환자들로 우리 응급실로 몰려와 날이면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그 모두를 수용할 방법은 없다. “지금 환자를 골라 받는 거냐?”고 엄청나게 비난하는데, 그렇다. 골라 받기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베드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더 위중하고 급한 환자를 선별해서 수용하겠단 건데, 이게 대체 왜 욕 먹을 짓인지 모르겠다.

 

정작 응급실에 진입한 환자도 불만이다. 자리를 배정받지 못하고, 사람들 다니는 통로에 자신을 내버려두다니. 몸 눕힐 침대도 없이 의자 하나 내어 주고 몇 시간씩 기다리라니. 의료진은 설명도 부족하고 말을 툭툭 쏘아대고.

 

중요한 건 시설이 아니고 인력이에요. 인력. 이제 격리실이 있어도 인력이 없어서 환자를 못 받을 지경이라고요. 그러니 인력을 주세요.

 

안다. 다 안다. 그래서 온갖 루트로 민원을 쏟아내는 심정 잘 안다. 주로는 불친절이 사유다. 인정한다. 그만큼 친절하지 못했다. 당연히 반성할 일이란 것도 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민원 처리까지 하려니 몸이 녹아난다 진짜.

 

그런데 우리도 변명 좀 하자. 어쨌든 우리는 코로나19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친절하지 못한 건 우리 능력이 여기까지라서다. 안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거다. 최소한 지금은. 우리의 목표는 하나라도 더 많은 환자를 처리하는 것뿐.

 

응급실 모든 의료진이 날마다 빌고 사정한다. “제발 환자 좀 그만 받자”고. “이러다 우리가 먼저 죽겠다”고. “허가 침상 수의 2배 넘는 환자를 왜 받아야 하냐”고. “허가 격리실 숫자의 3배 넘는 격리 환자를 왜 받고 있냐”고. “왜 우리만 이렇게 죽도록 일해야 하냐”고. 그래서 사직서가 쌓여간다. 지난 10년어치 사직서 숫자를 단 몇 달만에 갈아치우길 반복 중인데, 그 주기마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달래주는 거 말고는 아무 수도 없다. 물론 달래도 안 되면 무시한다. 그래도 환자는 살려야 하니. 말해 두는데 우리 돈 벌려고 무리해서 환자 받는 거 아니다.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책임, 오직 그 하나로 버티고 있다. 우리가 갑질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거 실제로는 절규다. 제발 당신들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사정도 좀 고려해 봐라.

 

친절도 환경이 어느 정도라야 신경을 쓰지. 곶간에서 인심 난다지 않나. 물론 한가하고 여유가 생긴다고 꼭 친절할 거란 보장은 없다. 여긴 그냥 천성이 싸가지없는 의료진들이 모인 곳일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근데 하나만 얘기하자. 지금은 불친절해도 그걸 지적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당장 생존을 위해 이 악물고 버티는 아이들에게 나보고 무슨 말을 건네라는 거냐?

 

정부나 시에서는 맨날 비용 지원해 준다며 격리실을 추가로 지으라 한다. 그 제안 제발 좀 다른 병원에 하라고 했더니, 소방을 비롯한 모두가 그게 꼭 우리 병원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단다. 환장할 노릇이다.

 

아니, 여보세요. 중요한 건 시설이 아니고 인력이에요. 인력. 이제 격리실이 있어도 인력이 없어서 환자를 못 받을 지경이라고요. 그러니 인력을 주세요. 근데 어쩝니까? 응급실이라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그건 채워 줄 방법도 없죠? 경력자들 다 나가 버렸다고요. 알겠어요? 그럼 신규라도 주세요. 못 주죠? 시설비 지원은 돼도 인건비 지원은 안 되는 게 규정이니까. 압니다. 알아요. 인력이야 열정 페이로 우리가 열심히 뛰면 되는 거잖아요? 그쵸? 그러면 그냥 그만 말하세요. 시설비 지원이고 뭐고. 안 사요. 안 사.

 

내가 요새 응급 센터 잡무 반장인데, 우리들 고생하는 거 사람들이 다 알아 준다고, 우린 숭고한 일을 해내는 거라고,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의료진들 다독이기 바쁘다. 공수표 남발이 주업무다. 그래서 이번엔 그들을 치하하는 글을 한 편 썼다. 부디 위드코로나에는 무언가 대책이 마련되어 내가 한 약속이 공수표로 전락하는 일이 없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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