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와 동탄 자살률과 엔지니어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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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y Lee

 

-대다수 공대남은 연애 경험 없고 전공 공부와 논문 쓸 실험에 밤새우기 일쑤

-별것 아닌 것 따지기, 자기 조건으로 상황 이해, 노잼 농담이 공대남들 특징

-평생 이렇게 산 공대남이 설거지 대상이란 것 알았을 때 상실감은 상상불허

 

 

설거지론이 뭔지도 모르고 관심이 별로 없으나… 동탄 신도시의 남성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에 설거지론과 연관지을 수 있어 보이는 것 같다. 동탄 신도시의 상당수는 삼성그룹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동탄 안에 삼성반도체가 있고 반경 15킬로미터 안에 삼성전자 무선(휴대폰), 삼성전기, 삼성SDI 등을 위시한 계열사들이 자리잡고 있어 웬만한 내 지인들은 거의 동탄에 살고 있다.

 

삼성그룹의 전자 전기 계열에 입사한 남성들의 상당수는 이공계 출신에 석사 이상 학력 소지자이고 대부분의 공대남이 그렇듯이 학창 시절에 낭만을 논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전공 과정에 빠져들어 소위 말하는 연애다운 연애는 해 본 적이 없고 그저 전공 공부와 논문 쓰기 위한 각종 실험을 하느라 밤새우기 일쑤였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화학을 공부하였는데, 대학 3학년 때는 전공을 5개나 선택해서 일주일 내내 시험 보느라 도서관에서 살았고,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깐, 화학 분자들의 운동하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돌아다니고, 화학 분자들이 반응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참맛을 느낄 정도였으니 이공계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도 싶다.

 

이렇게 치열하게 학창 생활을 보내고 대학원에 진학해도 바쁜 생활은 여전하다. 나 같은 경우는 피로 특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강유전체라는 재료를 개발하여 디램(DRAM)을 대신할 에프램(FRAM)이란 소재를 개발하려고 무수히 많은 전구체(Precursor)를 솔젤 방식, MOCVD 방식으로 만들어 실리콘 웨이퍼에 박막을 입혀 평가까지 하는 반복 실험을 거짓말 많이 보태 수천 번 가량 한 것 같은데 이런 삶을 살다 보면 나의 인생은 이것이 전부인 양 싶었다.

 

회사에 입사하면 좀 여유가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입사 초반에는 구미에서 2년을 근무하였는데 상품 개발 부서에서 진행되는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주말도 없었고, 날밤 까는 일이 다반사였고, 어떨 때는 야간 근무도 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나의 생활은 뒤죽박죽이었다. 저런 생활이 나만 그랬을까? 그렇지 않다. 비슷한 테크를 탔던 내 고등학교 동기놈은 석사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에 취업하였는데 약 3년간 3교대 근무를 제조 사원처럼 했었다고 한다.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 온 공대남이 자신이 소위 말하는 설거지를 하게 된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절망감과 상실감은 어느 정도일지 가히 상상이 되지를 않는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공대남의 삶의 궤적은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다행히도 직장 생활할 때 연구 개발 부서에서 마케팅 전략과 기획 부서로 옮겨 나의 삶의 태도와 관점이 변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으나, 평생을 개발 부서에서 일하는 공대남 출신들을 보면 남자인 나도 참 답답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자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따진다거나, 자신의 주어진 조건만 가지고 상황을 이해한다거나(융통성이 없다), 농담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등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자면, 엔지니어와 영업 담당이 고객 미팅을 하고 있을 때 고객이 A란 스펙으로 개발이 되냐고 질문하니깐 엔지니어는 그 스펙으로 절대 만들 수는 없다고 하나, 영업 담당은 A 스펙은 못하지만 어떤 특성을 뺀 A’을 제안하는 등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키려 한다.

 

또한 ‘페라리’라는 자동차를 보면 영업 담당은 “심미적으로 아름답다, 멋있다”라는 말을 하지만 개발 담당은 “가성비가 나쁘다”느니 “저 돈이면 아우디 2~3대를 산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이 느끼는 것에 대한 공감이 아닌, 어떻게든 자신의 지식 깊이를 돋보이고 싶어하는 대화의 방식이 공대남 엔지니어가 추구하는 것이다.

 

한때 나도 소개팅을 나가서 대화의 절반은 진화론, 로켓이 발사되는 원인, 수소 경제의 허구, 모터가 작동되는 원리, 화학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였는데(최근에는 춘추 전국 시대, 유럽과 미국의 역사 이야기도 추가)… 내 이야기를 들은 여자들은 대화를 들을 때 깊은 관심을 가지다가 헤어지고 나서의 미팅 후기를 들어 보면 소개팅이 아니라 강의를 들었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물론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있더라).

 

아무튼 어찌 보면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 온 공대남이 자신이 소위 말하는 설거지를 하게 된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절망감과 상실감은 어느 정도일지 가히 상상이 되지를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진작에 공대물을 확 뺀 나 자신이 대견스러우며, 어디서 한 번쯤은 스쳤을 법한 동탄에 살고 있는 삼성맨으로 추정되는 분들의 자살이 많다는 소식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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