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워터 룰’과 소시오패스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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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환규

 

-“소시오패스 경향은 자신은 괴롭지 않고, 주변이 괴로운 것이라 치료가 잘 안 된다”

-비전문가인 방송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전문가 견해이자 ‘경고의 의무’를 느낀 때문

“소시오패스의 전형인 사람이 대통령 된다면, 국가적 재앙 될 것”이라는 우려 작용

 

 

원희룡 후보의 아내인 정신과 의사 강윤형 씨가 이재명 후보가 소시오패스라고 평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10월 20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 ‘관풍루’에서 진행자가 이재명에 대해 “야누스, 지킬 앤 하이드가 공존하는 사람 같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지킬과 하이드, 야누스라기보다는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anti-social) 경향을 보인다. 반사회적 성격 장애라고 하는데, 자신은 괴롭지 않고, 주변이 괴로운 것이어서 치료가 잘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틀 후 22일 가정의학과 의사인 신현영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원희룡 후보 배우자, 강윤형 정신과 의사의 유튜브 출연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의사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내던진 유튜브 막말 내조, 상당히 거북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인 2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강윤형 씨에게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형 씨의 행동은 의료 윤리 위반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료 윤리 위반이 맞다. 이 의료 윤리는 1973년 미국정신과학회가 만든 ‘골드워터 룰(Goldwater Rule)’에 근간을 두고 있다.

 

골드워터 룰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의 린든 존슨과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의 대결 구도였다. 그런데 FACT라는 한 잡지사가 미국 상원 의원이자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의 정신 상태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해 12,356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설문에 응한 2,417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가운데 절반이 “골드워터의 정신 상태는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견을 대중 매체에 제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대선에서 큰 표 차이로 린든 존슨에게 패배한 배리 골드워터는 잡지사를 상대로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FACT의 편집장은 7만5천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정신과학회는 1973년 의료 윤리 원칙의 섹션 7.3을 채택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견을 대중 매체에 제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즉 의사가 직접 진료한 환자에 한해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특정인에 대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결정한 것이다. 이것이 ‘골드워터 룰’로 불리게 되었고,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도 한국판 골드워터 룰을 학회 정책으로 채택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가 강윤형 씨에게 구두 경고를 준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원희룡 후보의 아내인 강윤형 씨가 과연 골드워터 룰을 몰랐을까? 몰랐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 원칙을 알면서도 골드워터 룰을 어겨가면서 “소시오패스” 발언을 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는 발언의 배경이다. 강윤형 씨의 주장은 독자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비전문가인 방송 진행자의 견해(야누스/지킬 앤 하이드)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로 나온 발언이었다. 둘째는 ‘경고 의무(duty to warn)’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가 지켜야 할 의무에는 ‘골드워터 룰’뿐만 아니라 ‘경고 의무’라는 또 다른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골드워터 룰과 상충되는 면이 있다.

 

경고 의무

 

1969년 Poddar라는 미국의 대학생이 Tarasoff라는 여자를 살해할 계획을 심리 상담사에게 털어놓았고 이 범죄 계획을 심리 상담사가 경찰에 알렸으나 Tarasoff와 가족은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했다. Poddar는 잠시 구금되었다가 풀려났고 얼마 후 Poddar는 계획대로 Tarasoff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Tarasoff의 가족은 위험을 알리지 않은 심리 상담사를 고소했다. 위 사건에 대해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정신 건강 전문가가 환자뿐 아니라 환자에게 특히 위협을 받고 있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도 함께 지닌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경고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강윤형 씨의 발언의 배경에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방송에서 강윤형 씨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기 편이 아니면 아무렇게 대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답변한다.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국정 감사 태도, 형과 형수한테 한 욕설 파동, 김부선 씨와 연애 소동 등을 볼 때 남의 고통이나 피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것이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그리고 강윤형 씨는 또 이렇게 말했다.

 

“옆에서 볼 때 오히려 매력적이다. 직접 당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을 보여 주고 있다.”

 “사기꾼이라 해도 95%의 진실을 갖고, 5%의 거짓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

 

강윤형 씨의 발언의 배경에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그리고 “두렵다”고 했다. 나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의사에게 의료 윤리 의무 위반이 중요하게 생각되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강윤형 씨 발언에 대해 골드워터 룰이 적용되어야 할까? 아니면 경고의 의무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귀하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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