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생각하는 ‘전화 예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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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모

 

-상대방은 점잖게 많은 신호 줬는데도 그걸 전혀 못 느꼈다면 무신경하거나 무례했던 것

-통화는 미팅과 똑같은 것. 통화하기 전 미리 약속 잡으면서 간단히 목적 밝히는 게 예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라. 상대는 당신 배려해 ‘아직까지’는 참아주고 있을 뿐

 

 

누군가 실수하면 한 번은 이해한다. 

두 번 실수하면 참는다. 

세 번 실수하면 인내한다. 

네 번째부터는 대개 아웃이다.

 

문제는 네 번째 상대의 확실한 반응을 보고 나서야 상대가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점인데… 제대로 된 대응은 상대방의 그런 반응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과하는 것인데, 보통은 자신이 더 화를 내죠. 그래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본인은 안 그러는 거 같죠? 한국 사람들 대체로 다 그러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많은 분들이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드립니다. 상대방은 점잖게 많은 신호를 줬습니다. 본인이 그런 사인을 전혀 못 느꼈다면 상대에 대해 무신경하거나 무례했던 것이죠. 그걸 쿨하게 여기니까 혼자 시원한 겁니다.

 

알아들을 만하면 알려 줍니다. 돌려 돌려서 말해도 못 알아들으면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다 생각합니다. 설명하기도 민망한 예절인데, 너무나 무감각한 시절이라 굳이 설명해 드립니다. 길을 걷다가 만나서 가벼운 근황을 전하거나 스몰토크를 하는 건 누구나 이해합니다. 정 보기 싫거나 다른 일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전화는요, ‘누구’에게 연락할지 분명하고, ‘목적’을 지닌 통화이기 때문에 연락받는 사람은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이 아무런 생각없이 늘상 전화해도 되는 사람은 무촌 관계밖에 없어요. 부모 형제도 갑자기 전화 오면 긴장합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영업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전화받는 것이 ‘일’이니까 그래야 하죠. 퇴근 후나 주말에는 아주 긴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통화하는 게 대단히 실례되는 행동입니다. 카톡같은 메신저도 연락하고 바로바로 답장을 기다리는 일들이 굉장히 무례한 거에요.

 

바로 전화해도 되는 상대는 당신 안방 문을 언제든지 열 수 있는 사람뿐입니다. 남편, 아내, 애인, 화재시, 강도가 들었을 때.

 

근데 그게 굉장히 조급함, 전전긍긍… 견디지 못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자신이 인지를 못 해요. 그러다보니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없나?” “저 사람은 나한테 왜 저러지?”하면서, 이유를 모르는 채, 또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상대를 원망하고 쉽게 저주합니다. 사실 다 자기 마음의 문제이거든요.

 

통화는요 미팅이랑 정확히 똑같은 거에요. 친인척 집에 방문하기 전에도 방문 의사를 밝히고 방문해야 하듯이, 통화하기 전에 통화 약속을 잡으면서 간단하게 목적을 밝혀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전화기를 들어서 바로 전화한다는 건 받아 주길 기대한다는 것인데, 그 친구가 지금 당장 여러분의 안방 문을 열려고 한다면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겠어요? 그 심리 상태의 근원은 자신의 편리함이지만 결국 조급한 거에요. 자신의 시간 감정을 조정할 수가 없고, 그러니 타인의 상태를 헤아릴 여유가 없는 겁니다. 이런 것이 아주 기본적인 수기치인(修己治人)입니다.

 

아무 일 없던 상대방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의 관계가 멀어진다거나 소원해진다거나 하면 보통은 ‘내’가 감지하지 못한 채 수시로 무례한 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시도조차 안 해 보고 있었다는 것이죠.

 

요즘 ‘콜포비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해가 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례한 행동을 하는데, 그걸 타인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니 서로 불화가 생기는 겁니다. 아무리 급해도 이런 기본적인 예절을 계속 지키지 않으면 부모 형제도 수신 차단할 겁니다.

 

명심하세요. 바로 전화해도 되는 상대는 당신 안방 문을 언제든지 열 수 있는 사람뿐입니다. 남편, 아내, 애인, 화재시, 강도가 들었을 때… 아니라면 전화 약속을 잡으세요.

 

만약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얘기 처음 들어 보거나 이게 예민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마도 오랜 시간 광범위한 사람들로부터 손절당해 왔을 겁니다. 본인은 고립되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고 있었을 거에요. 십중팔구 그랬을 겁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어버리지 마세요. 상대는 당신을 배려해서 ‘아직까지’는 참아주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자극에 지쳐 있습니다. 자제하세요. 인내심은 한계가 명확한 에너지입니다. 선을 넘으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아요. 

 

한국에 사는 시니어들도 명심하세요. 자식이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다고 그걸 자연스럽다고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면 자식들은 분노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그럼 부모 자식 간에도 남남처럼 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하란 소리냐?”는 바보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애처럼 굴지 마세요. 좋은 말을 카톡이나 메일로 보내도 좋고, 작은 선물을 보내도 좋고, 이런 글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 자식들한테 이 글을 그냥 보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세요.

 

위에서 얘기했듯, 다 조급함이고, 참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마음입니다. 여러 이유들로 유아기 때의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자기 마음을 다스리세요. 세상이 어지러운 것보다 자기 마음이 훨씬 더 어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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