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이 주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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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닥터 지바고> 통해 각인된 나무. 설원 달리는 길가에 하늘 높이로 도열해 있던 나무

-해인사 팔만대장경 목재도 자작나무. 우리나라도 자작나무의 분포 지역 가운데 한곳

-설악의 품 안으로 다가가는 인제 원대리, 가을단풍으로 물든 자작나무숲 장관이더라

 

 

식물이나 나무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저 보기에 좋으면 좋은 나무나 식물이구나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런 식물류가 어떤 계기로 이미지화되면서 머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영화를 통해 인상에 깊이 배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를테면 집에서 즐겨 먹지만, 그저 그런 것이려니 하고 여기는 감자는 맷 데이먼이 나오는 <마션>을 통해 새삼 그 존재와 효용의 의미를 깨달은 식물이다. 자작나무라는 게 있다. 그 나무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하지만 <닥터 지바고>라는 영화를 통해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된 나무다. 시베리아 설원을 달리는 마차. 그 눈길가에 빽빽히 하늘 높이로 도열해 있다시피한 백색의 자작나무. 그 자작나무와 시베리아 설원에서 지바고와 라아라의 슬픈 사랑이 떠올려지는 것이다.

 

자작나무 숲을 가 본 얘기를 하려는 것인데, 시작이 좀 장황해졌다. 그만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자작나무만으로 천지를 이룬 숲이 있는 줄 미쳐 몰랐다. 강원도 인제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이다. 아내, 누이동생 내외와 더불어 내설악으로 들어가는 길에 잠깐 둘러보고 간다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짬을 낸 것이 궁극적으로는 이번 설악산 여행의 메인 테마가 되고 말았다.

 

한 번 온 적이 있는 누이동생이 자작나무 숲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자작나무라면 러시아나 핀란드 등 북유럽 쪽에서 볼 수 있는 나무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쉽게는 그 나라들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잎이 달린 가지로 몸을 훑어가며 치는 게 자작나무라는 것쯤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우리나라와 자작나무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 자작나무의 숲이 정말 인제 원대리에 장관을 이룬 채 있었던 것이다.

 

시베리아 설원만으로 생각하던 자작나무를 이젠 좀 바꿔야겠다. 설악의 품 안으로 다가가는 인제 원대리, 가을 단풍으로 물든 자작나무 숲도 끼워 넣어야겠다.

 

자작나무 숲에서 나무들이 큰 키로 군락을 이룬 채 빽빽히 들어서 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더구나 그 광경이 맞딱뜨려지는 상황이 좀 극적이라 더 그렇다. 임도를 따라 한 3킬로미터 정도를 걸어 올라, 어느 지점에서 가뿐 숨을 고르며 숲으로 딱 들어섰을 때 마주치게 되는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누이동생의 얘기로는 “자작나무 숲은 위에서 아래로 보는 것보다는 아래서 위로 보는 게 더 장관”이라고 해서 내려오면서 아래서 올려다보니 실제 그런 느낌이었다. 뭐랄까, 흡사 군인들이 잘 정리된 대열로 도열해 있는 광경이었는데, 나는 퍼떡 제정 러시아 때 군인들이 떠올랐다. 자작나무는 나에겐 러시아를 떠올리는 아이콘이랄까, 그런 것이니 회색 군복을 입은 제정 러시아 군인들이 큰 무리를 지어 잘 도열해 있는 느낌이었다.

 

숲의 제일 위쪽 지역에는 자작나무를 좀 더 알기 쉽게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시설들이 있었다. 안내 설명을 맡은 중년의 아주머니는 우리들을 몹시 반긴다. 비가 오는 굳은 날씨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적은 탓에 우리 일행이 반가웠던 모양이다. 자작나무 숲의 역사, 나무의 생태와 효용 가치 등을 쉽게 설명해 줬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조성된 것은 1991년이니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 때 조림 사업의 일환으로 자작나무 숲을 중부 이북의 강원도 땅 몇 곳에 조성했는데, 여러 곳 가운데 제일 잘 된 곳이 이곳 원대리라는 것. 자작나무 숲의 규모는 약 1만8천 평인데, 원대리가 자작나무의 생육 환경 여건으로 보아 가장 적합한 곳이라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자작나무와 우리나라의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재가 자작나무라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자작나무의 지구상 분포 지역 가운데 한국도 러시아 등 북유럽과 함께 포함되고 있는 것도 새롭게 안 사실이다.

 

자작나무 숲을 오르내리는 동안 가을비는 계속 내렸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비 내리는 숲은 거닐기에 호젓하고 좋았다. 단풍이 들면 숲은 울긋불긋한 가을빛의 향연장이 될 것이다. 언젠가 가을빛으로 가득한 자작나무 숲을 보러 올 것이다. 시베리아 설원만으로 생각하던 자작나무를 이젠 좀 바꿔야겠다. 설악의 품 안으로 다가가는 인제 원대리, 가을 단풍으로 물든 자작나무 숲도 끼워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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