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아프간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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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린

-북부 저항군, 지형 이점 이용해 탈레반 격퇴 성공. 파키스탄 개입으로 벼랑 끝 몰려 

-“외세 파키스탄 개입”에 분노한 군벌들, 마수드 주니어에 호응해 전세 ‘재역전’ 추세

-러시아·인도, 저항군 지원 나설 듯.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한 치 앞도 예측 불가”   

 

 

1.

카불이 함락된 후 이때까지 판지시르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부대를 계속 투입하여 공격했으나,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판지시르 저항군은 지형상의 이점을 이용하여 탈레반을 유인한 후 포위 섬멸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벌여 왔습니다.

 

2.

판지시르 공략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고 병력 손실만 더해가자 탈레반 지도부 내에서는 “판지시르와 북부의 자치권을 허용해 주자”는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정통 탈레반과, “강경 무력 진압”을 주장하는 시라주딘 하카니 휘하의 극단주의 계열 하카니 네트워크 사이에 의견 충돌로 내분이 생겨 급기야 총격전으로까지 이어졌으며, 바라다르가 총에 맞아 파키스탄의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한편, 파키스탄은 정보부를 중심으로 이미 아프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여 정찰 드론 4대와 보병을 투입하고 공중 폭격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키스탄이 개입한 지 하룻만에 공중 폭격으로 판지시르의 저항군은 지휘관들 몇몇이 전사하고 주요 도로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는 등 피해를 입은 끝에 물자 비축 기지인 바자라크까지 함락되는 지경으로 몰렸다고 합니다.

 

4.

이에 북부동맹을 이끄는 마수드 주니어는 “파키스탄이라는 외세가 개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아프간 전국의 애국자들에게 함께 봉기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피신하였으며, 살레 전 부통령도 타지키스탄 국경으로 후퇴했다는 비관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5.

탈레반이 바자라크를 함락시킨 후 승리의 인증샷을 찍어 SNS 등에 올리면서 대대적인 선전에 나서는 가운데, 저항군은 산 속으로 도망쳐 최후 항전을 준비하고 있으나 물자마저 부족하여 결국 겨울을 넘기지 못함으로써 내전이 조기에 종식될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미제 무기로 무장한 탈레반의 공격에도 지형적 이점을 이용해 탈레반을 패퇴시켰던 ‘북부 무자헤딘-구 정부군 연합’ 저항군.

 

6.

그런데 갑자기 전투기와 공격 헬기들이 등장하여 탈레반에게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불 함락 직전에 탈레반을 피해 인근 국가들로 망명했던 아프간 정부군의 파일럿들이 자신들이 몰고 피했던 전투기와 공격 헬기를 무장하여 판지시르를 구원하러 나섰던 것입니다. 갑작스런 공중 공격에 당황한 탈레반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아프간 민병대의 공격까지 받아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

게다가 여태껏 중립을 유지한 채 지켜만 보던 북부와 서부 지역의 군벌들이 마수드 주니어의 호소에 호응하여 탈레반에 대한 지하드(성전)을 선포하면서 자기 지역의 탈레반을 몰아내고 판지시르를 구하러 달려 왔습니다.

 

8.

파키스탄에 대한 아프간인들의 감정은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반일 감정과 비슷합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일본 자위대가 북한을 지원하여 한반도에 들어와 국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보게 된 셈이죠. 탈레반이 파키스칸 정보부와 회동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사실에 분노한 북부와 서부의 군벌들이 판지시르 지지로 돌아서 마수드와 저항군을 구하러 나선 것입니다.

 

9.

이처럼 북부와 서부 전역에서 반탈레반, 반파키스탄 감정으로 무장한 무자헤딘들이 떨쳐 일어남으로써 전황은 순식간에 바뀌어 저항군은 판지시르와 북부 및 서부 지역 도시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있다고 합니다.

 

10.

마수드의 저항군만 진압하면 거의 상황 종료를 눈 앞에 뒀던 탈레반이었지만, 상황은 급변하여 탈레반은 북부와 서부 전체는 물론이고, 타지키스탄 및 우즈베키스탄 등 외부의 지원 세력들과 싸워야 하는 형국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이라는 외세의 힘을 빌린 댓가를 톡톡히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입니다.

 

11.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아프간 내전에 개입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러시아와 인도가 저항군을 지원하고 나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전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타지키스탄은 자국 국방을 러시아에 맡기고 있는데, 러시아는 체첸 때문에 원리주의 집단이라면 이를 갈지요. 인도가 파키스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테고요. 여기에다 아프간이 파키스탄(수니파)에 실질적으로 먹히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12.

사실 아프가니스탄에는 석유와 천연 가스는 물론이고 리튬과 구리를 비롯한 각종 광물 등 천연 부존자원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아프간을 실질적으로 손에 넣게 되면 우라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핵 개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13.

8월 15일 카불이 함락된 지 한 달. 이제 아프간은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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