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역선택 논란, 번지수가 틀렸다

<<광고>>



¶ 주동식

 

-역선택 논란 보면 우파 ‘인식의 한계’ 절감. 여론조사로 대권 후보 결정은 근본적 한계 

-“어떤 식이든 권력 쥔 후 우파 가치 실현” 주장 정치인 “유권자는 곧 채권자” 깨달아야

-정당의 진짜 주인은 특정 정치인 아닌 당원. 진성 당원에 후보 선출할 권리 돌려 줘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의 역선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현재 우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새삼 실감한다.

 

지금 논란은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로 집중되고 있다. 결국, 여론조사의 결과가 실제 대선 투표로까지 이어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런 고민이 왜 필요할까? 이는 여론조사 방식이 갖는 근원적인 한계 때문이다. 그 한계란, 여론조사의 대상 즉 모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역선택이라는 것은 계획적으로, 목적의식적으로 특정 정당의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는 의미이다. 즉, 국민의힘을 싫어하고 반대하는 유권자 집단(주로 민주당 등 여권 성향일 것이다)이 국민의힘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자신들이 보기에 가장 만만한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다고 해서 이런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불가능한 얘기이다. 계획적, 목적의식적이라는 것은 이런 역선택 방지 조항 자체를 우회하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더욱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가 있다. 역선택이고 뭐고를 떠나 여론조사 방식으로 특정 정당의 대권 후보를 결정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가장 좋은 선택은 진짜 당원, 당비 제대로 내고 최소한의 당원 정체성 교육을 받은 진성 당원들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이다.

 

정당은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 해도 정치적 견해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전제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 정치적 차이를 전제로 서로 다른 정치노선과 집단이 경쟁해서 여타 유권자 집단의 선택을 받는 것이 정당정치이다.

 

그 선택이 바로 선거이고, 투표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그 선거와 투표의 결과값을 미리 알아내서 그 결과값에 맞추어 정당들이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얘기이다. 이거, 뭔가 본말이 뒤집힌 것 아닌가?

 

좀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교사가 시험 문제 출제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알고 정답을 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조사해서 출제하는 셈이랄까? 그보다 더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아예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응답한 것을(그것이 설혹 오답이라 해도) 정답 처리하는 셈이랄까?

 

유권자 집단의 다수가 좌파 성향을 갖고 있다면 여론조사 결과도(특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일수록) 그런 성향의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파 정당도 좌파 성향의 후보를 선택해야 하나?

 

정치라는 게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하니 좋다, 그렇게 해서 우파 정당이 좌파 성향의 후보를 내세워서 선거에서 승리했다 치자. 그게 이긴 건가? 우파 정당의 존재 근거인 우파적 가치관은 어떻게 실현하나? 이런 경우야말로 좌파들이 우파 정당의 힘을 빌려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셈 아닌가?

 

제일 허접한 정치인들이 “그런 방식으로라도 권력을 쥔 다음에 원래 의도했던 우파적 가치를 실현하면 된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이다. 애초부터 우파적 가치로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설혹 기만적 방식으로 권력을 쥔다 해도 우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유권자야말로 정치인과 정당의 가장 큰 채권자 집단이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채권자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이 민노총에 질질 끌려다는 것을 보면 모르나?

 

역선택 조항 따질 필요도 없이 가장 좋은 선택은 진짜 당원, 당비 제대로 내고 최소한의 당원 정체성 교육을 받은 진성 당원들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확장성이 없다고들 하는데, 확장성도 본진이 튼튼해져야 실현 가능하다. 본진이 무너지고 기율도, 정체성도 막장인데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확장한다는 얘기인가?

 

1987년 체제 성립 이후 우파의 역사는 눈앞의 이익(선거 승리 등)에 눈이 어두워 가장 중요한 가치(정당의 정체성과 당원의 역량 강화)를 끊임없이 훼손해 온 과정이었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를 거듭해 오다 탄핵 얻어맞고 선진들이 피땀 흘려 이룩해 놓은 건국과 산업화의 성과를 허접한 양아치 좌파들과 김씨조선 그리고 중공넘들에게 통째로 넘길 상황에 와 있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이 없는 정당이라는 점이다. 이런 말을 하면 “특정 정치인 누구를 지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 정치인 누구도 정당의 주인이 아니고, 주인이 될 수도 없고, 주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으로서 정체성이 확고하고 그 정체성을 기초로 당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다하는 진성당원. 이 분들이 당의 진짜 주인이어야 한다.

 

국민의힘에는 이런 당의 주인이 없다. 그러니 온갖 뜨내기들 보따리 장사꾼들이 한탕 해쳐먹고 튀는 아사리판이 됐다. 그리고 당원과 지지자들은 멍하게 구경만 하는 꼬락서니다.

 

역선택 여부를 놓고 논쟁하는 이 당과 지지자들, 우파들의 수준이 정말 한심하다.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은 보나마나다. 대선보다도 그 이후가 더욱 심각하다. 작살나게 깨졌으면 그 원인이라도 제대로 깨달아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도 안 보인다.

 

하기야 그동안 깨진 게 한두 번인가? 무려 전국 규모 선거 4연패에 탄핵까지 당하고 87체제가 정치적으로 완전히 끝장났지만 그 기본적인 사실도 알아채는 사람이 0.01%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