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개혁(7) 구성주의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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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

 

-구성주의란 특정 정책의 추진을 관장하는 기구나 조직 만들면 된다는 형식론적 접근

-2017년 영국 BBC, 기존 BBC트러스트 해산하고 이사회 부활. 규제는 ‘Ofcom’ 담당

-수신료, 온라인 미디어 등 공영방송 이슈는 정치 프레임 아닌 미래 방송 환경의 문제

 

 

4) 구성주의(constructivism)의 환상

 

구성주의란 특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를 관장하는 기구나 조직을 만들면 된다는 형식론적 접근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처럼 비상임 이사들로 구성된 KBS이사회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게 강력한 권한과 책무를 부여한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별로 없다.

 

KBS와 MBC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은 상위 규제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이사회조차 실질적인 규제·감독이 불가능한 것도 원인이다. 무엇보다 비상임기구로서 자료 접근 및 분석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에서 제안한 ‘공영방송위원회’ 설치에 대해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규제기관의 옥상옥’이라면서 반대했던 이유도 상설 규제기구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2017년 영국 BBC의 거버넌스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BBC트러스트’를 해산하고 이사회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논의는 이사 배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공영방송을 제대로 규율할 수 있는 책임과 역할에 대한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2017년 영국 BBC의 거버넌스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BBC트러스트’를 해산하고 이사회를 부활시킨 것이다. ‘BBC이사회’는 BBC에 대한 경영책임을 지고 규제는 방송통신규제기구인 ‘Ofcom’이 하는 것으로 경영기구와 규제기구를 분리한 것이다. ‘BBC트러스트’는 경영과 규제를 총괄하는 독립기구였다.

 

‘Ofcom’이 BBC의 공익적 책무를 직접 심의·규제하지 않는 대신에 15년 기한의 ‘왕실칙허장(Royal Charter)’을 근거로 ‘BBC트러스트’가 BBC의 경영·편성·예산 등을 5년 단위로 평가하고 각 채널별로 매년 편성계획을 승인해 허가장을 부여하는 ‘책임입증(accountability)’ 제도를 도입했던 것이다(정수영, 2009).

 

여기서 허가장이란 ‘각 채널이 방송할 수 있는 예산을 부여해주는 계약서’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BBC트러스트는 국민이 지불한 공영방송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고 이를 감시한다는 ‘수신료의 가치(value for money)’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BBC 경영과 감시·규제 권한을 동시에 수행하던 ‘BBC트러스트’를 폐지하고 ‘Ofcom 규제 + BBC이사회 경영’이라는 2원체제로 개편한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반영된 것이다.

 

‘BBC이사회’는 의장 포함 3인의 상임이사와 9인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상임이사 5인은 BBC가 사장을 포함해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우리도 이사 구성 안배 같은 형식문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공영방송을 감시·규율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치적 독립성 혹은 정치적 분배 혹은 형식적 다양성 같은 구성주의 방식으로는 점점 복잡해지고 존립위기에 처해 있는 공영방송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정치적 독립만큼이나 전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존립과 관련된 문제들이 당장 대처해야 할 현안이다. 정치적 대표성보다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수신료 문제나 지상파 재전송 갈등, 온라인 미디어 전략 등 공영방송 문제는 이제 정치 프레임을 벗어나 미래방송 환경에 대한 문제로 이전하고 있다. 실제로 BBC경영과 규제의 분리는 인터넷 미디어시대 공영방송의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된 것이다.

 

2018년 BBC이사회가 발표한 연례보고서는 인터넷 디지털미디어시대 BBC의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근대적인 구성주의적 거버넌스 구조개편 논의는 이제 종식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 연례보고서에는 주목을 끄는 것은 BBC의 경쟁상대는 다른 방송채널들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인터넷 온라인 매체(OTT)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청소년 대상의 BBC채널의 무선주파수를 반납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도 획기적인 대응전략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연재 리스트>

(1) 아전인수 또는 치매증후군 (2) 정치 예속화와 거버넌스 개혁
(3) 공영방송 후견체제와 이사회 (4) 거버넌스 개혁 논의의 기만성
(5) 예외적 의사결정구조의 환상 (6) 다수에 의한 민주성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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