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당대표’ 이준석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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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

 

-내년 대선에서 2030의 표 없이는 이길 수 없다. 30대 당 대표 흔들면 2030도 흔들린다

-‘공정과 상식’의 깃발 내세웠던 자가 경선준비위가 마련한 토론회 없애라는 게 말이 되나

-경선 흥행 되려면 후보간 치열한 경쟁은 필수. 도덕성 검증과 토론은 윤석열에게 치명적

 

 

나는 국힘당 대표로 이준석이나 윤희숙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고,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었을 때 이제 꼰대당 이미지를 벗게 되는구나고 생각했다. 내가 이준석을 좋아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좋고, 또 당 대표가 되자 국힘당에 기대했던 건 아니다. 국힘당이 꼰대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반문으로만 내년 대선을 이기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물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소리 높여 개혁을 부르짖고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

 

2030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이준석이나 신선한 이미지의 윤희숙이 당 대표가 되어 일단 당의 간판이 바뀌어야 국민들이 국힘당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국힘당은 도로 꼰대당이 되어가고 있다. 이준석의 잘못도 없지 않지만 제사보다 젯밥에 눈 먼 국힘당의 꼰대들이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준석이 서투르고 싸가지가 좀 없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30대 당 대표의 어설픔에 실망할까, 아니면 꼰대들의 귀환에 실망할까? 국민들은 전자에 대해서는 기다려 줄 수 있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절망하지 않을까?

 

내년 대선에서 2030의 표를 받지 않고 이길 수 없다. 30대의 당 대표를 흔들면 2030도 흔들린다. 이준석의 어설픔과 당돌함이 자신들에게 투영되어 있는 2030이 국힘당 꼰대들이 이런 이준석을 흔들면 어떻게 생각할까?

 

각설하고 최근 일련의 사태를 사실관계에 입각해 윤석열과 꼰대들, 이준석 중에 누구의 잘못이 더 큰 지 알아보자.

 

1. 윤석열의 국힘당 전격 입당

윤석열은 이준석이 여수 행사 참석하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휴가 가고 없는 사이에 빈집털이 하듯이 국힘당에 입당했다. 이건 백번 생각해도 윤석열이 이준석을 엿 먹인 것이고 국힘당 당원들과 국힘당 지지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이거나 적어도 이준석을 길들이겠다는 도발이었다.

 

2. 후보 봉사활동과 토론회

봉사활동과 토론회 일정은 윤석열이 입당하기 전에 확정되었고, 이 행사들은 이준석이 결정한 것이 아니고 서병수 경선준비위원회가 준비한 것이며, 이를 국힘당 최고위가 인준했던 것이다. 윤석열이 싫다고 이 행사들을 폐기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정당한가? 만약 이준석이 자신의 권한도 아닌데 직권으로 이들 행사를 변경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공정과 상식을 대선 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던 자가 캠프 사람들을 앞세워 경선준비위가 마련한 토론회 없애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더 웃긴 건 윤석열은 돌고래고 다른 후보들은 멸치라고 폄하하며 당의 공식 행사를 윤석열에 맞추라고 요구한 정진석의 말이었다. 이런 개소리를 당 대표가 그냥 듣고 넘겨야 하는가? 정진석의 발언은 경선의 공정성을 위배하는 것이며 특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반민주적 해당 행위다. 이준석이 이런 발언을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경선 관리를 포기했다는 뜻이 된다. 이준석이 정진석의 발언에 반박하고 제지하는 건 당연하다.

 

이준석을 흔들어 좋을 것이 없다. 이준석을 내리고 비대위를 구성해 경선 흥행이 된다면 찬성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3. 신지호의 탄핵 발언과 이준석과 윤석열 통화 녹취록

신지호가 방송에서 이준석 탄핵을 언급하자 파장이 컸다. 탄핵이란 단어 자체가 국힘당에게는 민감한 것이고, 이제 전당대회를 통해 갓 2달 밖에 안 된 당 대표를 향해 탄핵이란 말을 한 건 나가도 너무 나간 것으로 신지호가 이준석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런데 신지호는 이준석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SNS를 통해 유감이라고만 했다.

신지호가 직접 사과하지 않자, 윤석열이 이준석에게 전화해서 캠프 사람들을 단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일단락될 듯 하다가 윤석열측에서 녹취록 유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갔다. 이준석은 녹취록을 작성한 바가 없고 따라서 유출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윤석열과 통화내용은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되었는데 녹취록을 작성하고 유출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웃긴 건 윤석열측이 주장했던 녹취록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이 녹취록은 없다고 반박했으면 윤석열측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녹취록을 제시하고 이준석을 몰아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녹취록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윤석열측은 지금이라도 문제의 녹취록을 내놓기 바란다.

 

4. 원희룡과의 전화 대화 “그거 정리된다”는 의미

원희룡은 이준석이 윤석열을 정리한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며 이준석과 전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사실 원희룡의 이 발언은 초기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김재원이 방송에서 원희룡에게 직접 확인한 내용이라며 이 말을 인용해 이준석을 공격하면서 국힘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원희룡과 이준석 간의 대화 중 “그거 정리될 거다”를 두 사람이 그 주체에 대해 각기 다르게 해석하며 공방이 벌어지자, 이준석이 자동 녹음된 대화 일부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당내 논란이나 갈등이 정리될 것”이란 의미였음을 주장했다.

 

이에 원희룡은 녹음 파일 전부를 들어보면 자신의 말이 맞다고 주장하며 녹음 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준석은 “참 딱하다”는 한 마디로 일축하며 녹음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준석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지 않자 원희룡은 자신의 말이 맞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거라고 다시 주장했고, 이에 윤석열 지지자들은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준석은 이미 원희룡측에 녹음 원본 파일을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준석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참 딱하다”고만 했던 것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이준석이 왜 “참 딱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이준석은 원희룡을 돕고 있는 이한상 교수에게 녹음 파일을 전달했다. 이한상 교수는 이 사실을 페북에 공개했고, “들어보니 원희룡이 사과할 이유는 없다”는 애매한 촌평을 올렸다.

 

만약 녹음 파일 내용의 전체 맥락이 “윤석열이 정리될 것이다”는 의미였다면 이한상 교수가 저런 표현을 썼을까?

이런 상황을 볼 때, 이준석은 원희룡측을 배려하고 더 이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5. 이준석이 녹음한 게 문제라고?

이준석이 원희룡과의 전화 대화 일부의 녹취록을 공개하자 당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의 전화를 녹음했다고 비난한다.

이준석은 자동 녹음 기능 때문에 녹음된 것이라 해명했지만, 설사 이준석이 일부러 녹음을 했다 한들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

 

나는 당 대표라면 오히려 모든 대화를 녹음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녹음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녹음하라고 권하고 싶다.

 

쌍방의 동의 없이 사적 대화가 공개되는 건 문제지만 논란이 일어났을 때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건 녹음 밖에 없다. 그래야 사적 대화라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고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더욱 그러하며, 국민들이 판단하는데도 녹음 파일이 있는 것이 더 좋다.

 

나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며, 내 사생활 관련이 아니라면 설사 내 말이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안 될 말을 한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 아닌 공적 영역의 일에 대해서는 사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6. 사적 대화를 공개한 원희룡이 더 나쁘다

이준석이 녹취록 일부 공개를 하게 된 이유는 원희룡이 먼저 이준석과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화 내용을 왜곡해서. 즉, 이준석의 녹취록 공개는 원희룡이 사적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것이다.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국민들은 누가 거짓말하는지 알고 싶을 때, 그 진위를 가려줄 증거를 가진 사람이 그걸 공개하는 게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정치도의상, 개인 간의 신뢰상 사적 대화를 먼저 공개한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7. 원희룡은 왜 이준석과의 대화를 공개했을까?

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째는 지지율이 바닥인 원희룡의 입장에서 노이즈 마켓팅을 통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했다고 본다. 정치인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언론의 중심에 놓여 자신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은 것이 좋다.

 

두번째의 가능성은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차기 정권에서의 고위 임명직(국무총리 혹은 장관)을 생각한 수이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 뇌피셜이긴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8명의 1차 컷 오프도 걱정해야 할 원희룡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해 봄직하다고 본다. 윤석열 대세론에 일단 몸을 실었다가 기회를 보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8. 윤석열측은 더 이상 이준석을 흔들지 마라

필자는 서너달 전에 국힘당이 내년 대선을 이기려면 후보도 중요하지만 국힘당이 얼마나 공정하게 경선을 치러내며, 그런 것을 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당내에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본선에서 이기려면 경선 흥행이 성공해야 하고, 경선이 흥행하려면 공정한 경선이 되어야 한다.

 

대세론에 따라 유력 후보를 보호하려 하거나 유력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룰이 만들어지거나 불공정한 경선이 되면 더 이상의 표의 확장은 기대하기 힘들고 본선의 결과는 보나마나가 된다. 불공정 경선은 윤석열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내가 윤석열이라면 국힘당 지도부에게 다소 불리한 것은 감수할 테니 최대한 경선 흥행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하겠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윤석열이나 윤 캠프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과 그 캠프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경선 흥행이 되려면 치열한 후보간 경쟁이 벌어져야 하고, 도덕성 검증과 토론은 필수이다. 문제는 도덕성 검증과 토론이 윤석열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거다. 이 두 과정에서 윤석열은 국힘당 후보가 되기 힘들어진다.

 

윤석열도 본선을 위해 경선 흥행이 절실하지만, 경선 흥행을 위해 도덕성 검증과 토론이 격화되면 윤석열이 국힘당 경선 통과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윤과 그 캠프는 그래서 일단 경선에서 국힘당 후보가 되고 봐야겠다며 ‘돌고래와 멸치론’을 들고 나오고 탄핵 운운하며 이준석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에 줄 선 인사들은 이준석을 내리고 당권을 쥐게 되면 대선 본선에서 지더라도 대선 후 바로 있을 6월의 지선에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다. 저들 중에 이준석이 천명한 대로의 엄격한 내년 지선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준석 방식대로 국힘당이 운영되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는 자들이 지금 윤석열에 붙어 이준석을 흠집내며 흔들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은 경선 흥행이 최고의 목표여야 하고 경선 흥행을 위해 이준석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준석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준석을 흔들어 좋을 것이 없다. 이준석을 내리고 비대위를 구성해 경선 흥행이 된다면 필자도 이에 찬성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이준석은 젊다. 당 대표가 젊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힘당은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 그런데 국힘당은, 특히 윤석열에 줄 댄 인사들은 이런 강점을 살리기는커녕 되레 죽이고 있다.

 

김재원은 당내 어른 필요성 운운하며 김종인을 다시 모시자는 투의 말도 한다. 꼰대들이 더 꼰대를 모시자는 국힘당에 2030이 기대를 할까?

 

202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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