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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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기(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단기간에 이익집단이 급증한 이유는 경제주체간의 이해관계 조화 내세운 경제민주화

-이해관계 조화 이유로 정부의 역할 강화. 민주화에도 권위주의 체제가 유지됐던 배경

-포퓰리즘과 정치 불안의 불씨가 되었고, 재정지출 원칙의 훼손과 규제 강화로 이어져

 

 

2. 한국 경제, 왜 병들었나 : 경제민주화의 역설

 

민주주의가 성장률을 높이고 불평등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대체로 민주화 초기단계에 끝난다. 국가가 안정기에 들어가면 이익집단이 생기고, 안정기가 길어지면서 분배적 담합이 많아진다. 이익집단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담합은 시장의 효율성은 떨어뜨리며 사회를 경직화시킨다.

 

또 민주주의가 부의 창출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한다는 속성을 이용해 이익집단은 공공재를 노리고 정치인에게 로비를 벌인다. 정책의 남발로 공공의 이익이 침해받고 무임승차와 도덕적 해이가 커져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성장률이 격감해왔고 소득이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져왔다.

 

한국은 1만 달러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짧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63년 100 달러에서 1천 달러(1977), 1천에서 1만 달러 되는 데 각각 14년과 17년 걸렸다. 고속 성장을 하는 중국은 개혁개방 원년인 1978년 100 달러에서 1천(2001), 1만 달러(2019)로 되는데 각각 23년과 18년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94년 1만 달러를 넘긴 이후 성장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뚝 떨어졌다. 1만 달러에서 100% 증가한 2만 달러로 되는데(2006년) 12년, 50% 증가한 3만 달러로 되는데(2018년) 12년 걸렸다. 일본과 독일은 2만에서 3만 달러가 되는데 5년, 미국은 9년으로 우리보다 기간이 짧았고, 한국보다 긴 나라는 이탈리아 14년, 프랑스 13년이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 경제는 거브넌스가 바뀌었다. 시장과 정부에다 시민단체가 주역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익집단화되면서 자원의 배분과 소득의 분배가 왜곡되었다. 특히 노동조합은 강력한 새로운 이익집단으로 등장했다.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을 등에 업고 정치세력화됨으로써 노동정치를 강화했다. 노조의 힘은 갈수록 커져 기존 이익집단인 경제단체의 힘을 능가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의료와 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부터 자영업과 소상공인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까지 이익단체가 강화되거나 새로 만들어졌다. 공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시민단체도 정파적으로 변질되거나 공익을 가장한 사익추구집단이 되었다.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이익집단이 급속하게 증가한 이유는 1987년 개정된 헌법에 규정된 경제주체간의 이해관계 조화를 내세운 경제민주화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이해관계 조화를 이유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체제를 유지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는 개념이 모호하고 논란이 많아 갈등의 불씨를 만들었다. 또한 이익단체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하고 경제주체간의 협력은 저해했다. 이익집단의 발호로 담합과 기득권이 강화되어 말없는 다수에게 비용이 전가되었다. 게다가 경제민주화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어 정책의 일관성과 정책간의 연계성을 저해했다.

 

또 포퓰리즘과 정치 불안의 불씨가 되었고, 재정지출 원칙의 훼손과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이해관계는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되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다. 정부가 이해관계 조화를 한다면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헌법대로 경제민주화가 균형 성장과 적정 분배를 위한다면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아니라 경제주체간의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 없는 경제민주화는 경제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제민주화의 열기에 들떠있을 때 세계는 디지털화와 세계화로 경제 질서가 바뀌고 있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와 경제의 괴리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괴리를 키운 것이다. 이러한 괴리 때문에 민주화를 성공하게 만든 중산층은 민주화 이후 감소하게 되었다. 경제민주화에 빠진 사이 중산층은 디지털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의 부족은 성장부문으로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자영업의 비중이 커지게 만들었다. 또 취업자도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는 능력이 떨어져 한국 경제는 자원의 낭비는 커졌고 고비용·저효율의 함정에 빠졌다. 대기업은 디지털화와 세계화를 기회로 활용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했다. 중산층 일자리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 집중되었지만 중소기업이 디지털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맞추어 혁신하지 못하고 낙후되면서 중산층은 저소득층화 되었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은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정부의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되었다. 과도한 보호와 지원은 혁신을 위한 경쟁의 유인을 줄였고, 결국 경제민주화가 중산층의 저소득층화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대기업과 제조업은 경제민주화로 정부의 간섭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화와 세계화로 글로블 아웃소싱이 확대되어 제조업 대기업은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열었다.

 

하지만 자본과 일자리가 중국 등 신흥국으로 옮겨가면서 제조업 대기업의 고소득 중산층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0%에서 10%로 반의반 토막이 났고,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90%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했지만 임금은 대기업의 80%에서 50% 수준으로 격감했다. 서비스업의 고용비중도(73%) 선진국 수준으로 급증했지만 생산성은 제조업의 45%에 지나지 않고 과당 경쟁으로 저수익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 덕분에 노조는 힘이 세졌지만 그 혜택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돌아갔다. 그 결과 경제민주화가 노동시장을 양극화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노조에 가입한 10%의 근로자는 고임금·고복지에다 고용보호를 누리고 이에 따른 부담은 나머지 90%가 지는 구조가 굳어졌다. 민간부문과 공무원 및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보면 민간은 10% 이하, 공공은 70%에 가까워 7배 정도 차이가 난다.

 

민간만 놓고 보면 사업체 규모가 1,000인 이상이면 조직률이 72%, 300인 이상이면 57%이지만 30인 미만은 0.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근로자의 분포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67%가 30인 미만에서 일하고 300인 이상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0배 차이가 나고(2014년),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3%에 지나지 않는다(2019년).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민간과 공공,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율의 격차는 10:90 사회로 만들었다. 조합원은 근로자의 10%이자만 이들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나머지 90%를 능가했다. 이들은 숫자는 작지만 결속력이 강하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이용해 기득권을 강화했다. 기업에서뿐만이 아니다.

 

노동계는 정치세력이 되어 정부와 국회가 자신들의 요구대로 노동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게 만들었다. 노동법은 고용보호를 강화하고 노동정책은 고용유지에 치우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노조 가입률 제로인 저소득층을 위한 최저임금제도도 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만들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노조는 임금 인상이 용이해지지만, 고용이 불안한 저임금 계층은 일자리와 소득 감소에 처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노동법이 기득권자의 이익에 치중하고 노동시장이 경직화되면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이나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은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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