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철, 일본제국 싱크탱크와 한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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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호

 

-1930년대 만주, 미국 서부 개척시대 비슷. 일본과 조선의 사업가, 혁신가, 야심가 등 몰려

-만주국 경제건설 노선은 스탈린·히틀러의 국가주도 경제개발 노선을 나름 창조적으로 수용

-1960~70년대 한·일 정치엘리트의 만주국 경험과 인적네트웍이 한국 경제발전에 큰 보탬

 

 

남만주철도주식회사 이야기

 

오래 전에 <만철: 일본제국의 싱크탱크>라는 책을 보고, 언제 한번 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위의 포스팅을 보고 그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무려 2004년에 출간된 번역서네요. 물론 절판이고.

 

1930년대 만주가, 1870~80년대 미국의 서부와 같아서, 일본과 조선의 온갖 사업가, 혁신가, 야심가, 사기꾼, 깡패, 엘리트들이 큰 꿈을 안고 몰려갔다는 것(이 인물들 중에는 박정희 정일권 등 한국 경제개발을 주도한 사람이 많았다), 만주국은 오족협화의 기치 아래 일본 주도 합중국을 건설하려고 했다는 것, 만주국 경제건설 노선은 스탈린, 히틀러가 보여준 국가(계획)주도 경제개발 노선을 나름 창조적으로 수용한 노선이라는 것, 1960~70년대 한국, 일본 정치엘리트의 만주국 경험과 인적 네트웍이 한국 경제발전에 큰 보탬이 됐다는 것 등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회디자인연구소 간판 달고 강령(종합적 국가비전과 전략)을 연구 고민해 왔으니, 만철 조사부는 대선배였으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을 보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 봤습니다.

 

 

오늘 이 포스팅을 보니, 한국 정치의 거대한 단절이 느껴집니다. 1910~30년대 태어난 박정희, 박태준까지는 히틀러의 경제부흥, 만주국의 부흥, 2차대전후 아데나워와 서독의 부흥 등에서 상당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롤 모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국가의 흥망(힘없는 나라의 설움 등)과 빈곤/기아/국가주도 경제개발과 정치리더십 등을 온 몸으로 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의식과 정신문화는 평화와 풍요를 그저 얻은 40~50대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1910~30년대생(엘리트들)은 대일본제국 경내에서 놀았습니다. 중국, 만주, 연해주, 한반도, 일본을 어렵지 않게 넘나들었습니다. 하지만 1950~60년대생들은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과 분단 체제가 강고한 시절을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세계와 역사를 보는 안목이 가장 협소한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1960~80년대 북한도 제법 잘 나갔고, 또 민족경제론과 사회주의 세계체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존재했습니다.

 

1970년대생(엘리트)들은 좌파 사상이념의 해방구가 된 캠퍼스를 다녔기에, 사상이념적으로는 586의 아바타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여행자유화로 유럽 국경 이동 야간열차의 절반을 한국 대학생 배낭객이 채웠을 정도로 유럽에 많이 나갔지만, 거기서 배운 것은 의외로 없습니다. 외환위기와 거친 구조조정(감기환자에게 항암제 투입)을 겪으면서 한국은 왜 이리 후지냐 하면서, 건국과 산업화 주도 세력/정부에 대한 성토만 얻어온 것 같습니다.

경세담론에 대한 고민 역시 거대한 단절이 있습니다.

 

2006년에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의 혼미, 좌절, 실패를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김영삼 정부와 운동권의 정치/정책적 지식, 지혜의 총화인 측면이 있었기에, 혼미, 좌절, 실패은 운동권의 중도실용파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2006년, 2008년 연구소 초기 주요 멤버들은 NL/주사파 운동권의 중심 인물들로 1990년대에 사상이념적 전환/전향을 한 사람들이었기에, 자연스레 NL과 PD와 민노당에 대한 성찰반성이 연구소에 모여 들었습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찰반성도 모여들었고, 그 이후 유럽 제3의길, 뉴라이트, 박세일 등의 고민도 같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고민이 제가 쓴 책(한 386의 사상혁명, 진보와 보수를 넘어, 노무현 이후 등)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강령적 고민은 국힘당과도 민주당과도 끊어졌습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중심인 586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고민과 전혀 무관한 존재들입니다. 그냥 사진만 걸어놓고 계승자입네 합니다.

 

저와 꽤 깊이 고민을 나누던 박세일 선생이 2017년 초에 돌아가시면서, 만철 조사부에서 시작되어 면면히 내려오던 경세담론, 즉 종합적 국가비전과 전략에 대한 고민은 현실 정치와 거의 끊어졌습니다. 이는 제 책 ‘7공화국이 온다’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또 제가 현실 정치 진입에 실패하면서 더 확실히 끊어진 듯 합니다. 국힘당과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라는 자들이 쏟아내는 정책과 공약을 보니 거대한 단절이 뚜렷히 느껴져 아픕니다. 펜앤드마이크에서 목요일 11시 ‘2022 대한민국의 길을 묻는다’ 에서 이 고민을 약간씩 풀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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