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개혁(6) 다수에 의한 민주성 환상

<<광고>>



¶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

 

-KBS보다 3배 이상 규모인 BBC 이사회도 상임이사 3인, 비상임이사 9명 등 총 12명

-정치적 전리품이라고 판단,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

-분야별 숫자 늘리면 실질적 규제·감독보다 책임성 약한 명사기구 성격이 될 가능성도

 

 

3) 다수(多數)에 의한 민주성 환상

 

우리나라 공영방송 거버넌스 즉 이사회의 핵심 문제는 정치적으로 안배된 소수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버넌스 개편 논의를 정치권이 주도하게 되고, 주된 논의도 합리적이고 실효성있는 거버넌스의 합리성과 실효성 문제가 아니라 여·야간 안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거버넌스 논의가 거듭되면서 KBS 이사 숫자가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번에도 국회에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들 모두 KBS 이사 숫자를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13명으로 제안하고 있다. 심지어 허은아 의원(안)은 15명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사 숫자를 늘리는 이유도 분명치 않다. KBS보다 3배 이상의 규모를 가진 ‘BBC이사회’도 상임이사 3인, 비상임이사 9명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은 숫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어차피 정치적 전리품이라고 생각에서 보면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듯 싶다. 숫자를 늘리는 것이 이사회의 정치적 성격을 약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의 방송위원회는 중앙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려고, 나치독일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파적으로 안배된 이사 추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숫자만 늘어날 뿐 비율은 그대로 유지되어 이사회가 정파성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숫자가 늘어나면 이사회 구성에서 사회적 다양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독일의 ‘방송위원회’처럼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추천단체를 법으로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공영방송을 규율하는 독일의 방송위원회는 주(州)마다 이사를 추천하는 여러 분야의 단체들을 법으로 정해 50~7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려고, 나치독일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임 위원들로 구성된 ‘방송위원회’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과 방송 방향 설정, 편성 정책 같은 중요한 사안들을 주기적으로 모여 의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영방송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의 중간 형태쯤 된다.

 

그렇지만 분야별 숫자를 늘려 사회 대표성을 강화하게 되면 공영방송에 대한 실질적 규제 감독보다 책임성이 약한 명사기구 성격의 기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비상임기구인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실질적인 감독·규율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는 비판적 시각이 많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대표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문화 수준을 감안해 볼 때 추천단체를 법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치적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각 정파가 자신에게 유리한 단체를 안배하게 되면서 정치지형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연재 리스트>

(1) 아전인수 또는 치매증후군 (2) 정치 예속화와 거버넌스 개혁
(3) 공영방송 후견체제와 이사회 (4) 거버넌스 개혁 논의의 기만성
(5) 예외적 의사결정구조의 환상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