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미학적 차이 ‘모노노아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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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원

 

-사람의 감정에 ‘우열優劣’을 두지 않고 모두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하는 태도

-자연스러운 욕구와 성적인 욕망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관능적으로 유희했던 일본

-고려 시대 불화나 불교와 생활 양식, 일본 전통 문화의 형태와 갖는 유사점들 많이 발견

 

 

제 페친이신 Michie Yoshida님이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가 가리키는 것은 사람의 감정에 ‘우열優劣’을 두지 않고 모두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하는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라 하셨습니다.

 

바로 그 ‘자연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말하는 모노, 즉 물(物)은 객관적 대상세계를 뜻하지만 사람의 주관적 정념인 아와레(哀)를 매개로 긴장하거나 조화를 이뤄 독특한 정취를 표현하는 개념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대상과 사람이라는 주체가 서로 분리되어 대상화(object)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내적 출렁임으로 상호작용하는 것(thing)으로, 물질과 정신이 한결같고 정신과 형체가 구분됨이 없이 하나로 일치한 상태로 물심여일(物心如一 )의 세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인식적 태도는 후에 한국 태생으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이우환 작가의 모노하(物派)운동을 통해서 처음으로 흥미로운 미학적 전환을 기획합니다만, 조선 시대의 유학은 자연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의 유교는 인간 사회만 도덕적인 것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주 만물과 자연 자체를 인간 본성일 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의 본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자연은 그나마 ‘천지자연의 불인(天地不仁)’함을 전제로 합니다.

 

한국인들은 사물을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서 가져온 것.

 

하지만 주자 성리학적 기획만이 옹호되고 다른 철학적 사상적 제안은 사문난적으로 공격받았던 조선에서는 자연이 불인하다는 생각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항상 변하고 움직이는 곳으로 파악하며 자연을 중생이 삼도육계를 윤회하는 사바세계이자 자연 그 나름의 주체로 봤던 불교적 사상조차도 배척되었습니다.

 

전 과거의 일본과 한국이 갈라지는 지점이 조선의 성리학 도입과 조선 인조 시대가 도자기 전쟁(일명전쟁. 한국에서는 ‘임진왜란’이라 부릅니다)을 겪으면서 특히 교조주의화되고 위정척사를 하면서부터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다른 길을 갔던 것은 신토神道로 전환되기 전까지 불교 국가였고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과 욕구와 성적인 욕망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관능적으로 유희하고자 했던 태도와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반도와 열도를 구분짓는 지점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고려 시대의 불화나 불교와 생활 양식을 추적해 연구할수록 현재의 일본 전통 문화의 형태와 갖는 유사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전 누가 어디서 건너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위계나 기원과 관계된 정치적 관점에는 흥미 없습니다. 다만 전파되고 영향받거나 보전된 형태의 유사점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조선에서는 과연 유교에서 노자도 장자도 아닌, 맹자의 패러다임 규격 바깥의 세계 인식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천지자연의 운행은 바로 성실함(예를 들어, 계절의 변화 등)이요, 선비가 된다는 것은 천지자연을 닮아 성실함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인가요? 절대 아니죠.

 

문제는 이러한 주자성리학과 맹자에 대한 (잘못된) 기획에 의해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관점이 패러다임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즉, 자연을 우선 평평한 지형학으로 돌려놓고, 중력에 자리를 되돌려 주고, 사물과 인간이 동등하거나 다른 위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근대 인식으로의 재설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자연과 사물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연스럽게 나의 욕구와 주관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사물을 아직도 자연스러운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격물치지 완물상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에도 언어습관과 생활태도에 깊이 파고들어 있습니다. 6.25 건국전쟁으로 각인된 트라우마도 개개인들에게 크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이념 사상의 내용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떤 쪽이든 서야 했고 때론 부정을 해야 했습니다. 이는 곧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차이도 있지만 통하고 유사한 것도 많습니다. 공감을 통해 많은 걸 나눌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것이 정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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