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메달에 환호할 수 없는 이유

<<광고>>



¶ 우원재

 

-대한민국, 막대한 세금과 국가적 지원으로 엘리트 스포츠인들 양성해 메달 사냥 나서

-양궁 제패국인 대한민국에서 일반인들은 활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니 놀라는 미국인들

-그냥 세계 앞에 자랑하고 싶고, 그래서 전투적. 야만적이고, 미개한 일들이 잦은 이유 

 

 

대한민국은 구공산권과 마찬가지로 올림픽을 일종의 국가적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써왔다. 막대한 세금과 국가적 지원으로 엘리트 스포츠인들을 양성해 메달 사냥에 나서왔다는 말이다.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생각에.

 

이렇다보니 올림픽을 시청하는 국민들도 민족주의적 내지는 국가주의적 전의를 가지고서 올림픽에 ‘참전’한다.

 

그렇게 아이러니가 생겼다. 평소에는 한국에서 아무 관심도, 신경도 안 쓰는 스포츠가 당연히 메달을 따와야만 하는 종목이 되어버렸다.

 

미국에서 활을 같이 쏘는 친구들이 있다. 한국 양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명실상부 올림픽 양궁 제패국인 대한민국에서 일반인들은 활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해줬을 때 상당히 놀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양궁이 문화의 일부인 줄 알았다는 거다.

 

 

한국은 양궁과 아무 관련이 없는 나라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많이 따는 거 말고는. 사실은 활 시위 한 번 당겨본 사람조차 극히 드물다. 최근에야 겨우 양궁 카페 등이 생기긴 했지만 기껏해야 1회성 놀이일 뿐이고, 취미로서 양궁을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애당초 활을 쏠 수 있는 곳 자체가 극히 드물다. 초거대 도시인 서울에서도 평소에 갈 수 있었던 곳이 목동과 강서 두 곳 뿐이었다. 무엇보다 관련 법규조차 모호해서 아마츄어들이 양궁을 즐기는 건 대단히 어렵다.

 

그런데도 양궁은 올림픽에서 당연히 금메달을 기대받는 종목이다.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게, ‘한국’을 양궁 제패국으로 만들고, 어쩐지 한국 국민들은 그 제패국의 국민으로서 이를 당연시 여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민족주의적 자존심 ‘전쟁’에서 우리의 무기처럼 생각한다.

 

원래 올림픽은 아마츄어들을 위한 무대였다. 실제로 초기 역사에는 프로 선수들의 참전을 금지하는 조항도 있었다. 이렇다보니 많은 나라가 올림픽에 한국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참여한다. 동네 사장님이, 옆집 학생이, 회사동료 친구가, 자신이 사랑하는 취미를 갈고 닦고, 생계전선 속에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으로, 자신의 잠재성을, 또 자기자신을 보여주는 것. 그렇게 아마추어들이 고작 대회 몇 번 나간 후 국가대표가 되어 출전하는 일들이 잦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세계 무대의 정점에 서는 영광의 순간을 맛보는 일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게 올림픽은 ‘전쟁’이라기보다는, ‘예능’, 내지는 ‘리얼리티쇼’다. 인간적 드라마가 있으니까.

 

하지만 절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이를 모른다. 아니, 그런 거에는 관심이 없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그 국민인 나 자신을 일체화시켜 뒤틀린 자존심을 드러내고 싶을 뿐이다. 봐라, 이게 대한민국이다, 라고 세계 앞에 자랑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전투적이다. 전투적이기에 야만적이고. 야만적이기에 미개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양궁 금메달에 모두가 환호할 때, 활 시위를 당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이유다.

 

<<광고>>



No comments
LIST

    댓글은 닫혔습니다.

위로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