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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도형
-지금 대놓고 이낙연이나 정세균 고립시켰을 때 부닥칠 호남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문재인, 호남 고립과 빨대 꽂기에서 전환, 적극 챙기기와 퍼주기 나서 지지 이끌어
-호남인들은 지금 노무현 통해 겪은 배신의 트라우마를 이재명 보면서 새삼 떠올려
거듭 말하지만 민주당의 주류인 강성 친노 문파들은 이재명 캠프로 집결했다. 김남국이가 점지사의 가방모찌로 나선 장면은 대단히 그로테스크한 상징이었고, 박주민의 합류는 화룡정점이었다. 물론 일찌감치 이해찬과 양정철의 이재명 낙점은 대깨문들에게 던진 게시였다.
윤건영과 고민정을 흔히 문재인의 복심이라고 말하는데, 이 둘은 복심이라기보다는 문재인의 애완견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둘은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재명 캠프의 일원이다.
그럼에도 윤건영이나 고민정, 그리고 그런 부류의 문파 정치인들이 공식적으로 이재명 지지 선언을 하지 않거나 캠프 합류를 보류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호남 때문이다. 지금 대놓고 이낙연이나 정세균을 고립시켰을 때 부닥칠 호남의 반발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노무현을 통해 겪었던 배신의 트라우마를 이재명을 보면서 새삼 떠올리고 있다.
호남은 지금 몰표를 줄 때 주더라도 이재명에게 대단히 분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호남의 역할과 절대적 지분, 김대중의 위상을 폄하하고 모독하는 것이야말로 호남인들로서는 자기들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다.
호남인들은 지금 노무현을 통해서 겪은 배신의 트라우마를 이재명을 보면서 새삼 떠올리고 있다. 이재명의 ‘백제’ 발언에는 분명 호남을 배제 또는 홀대하는 영남 출신의 본능적 감정이 담겨 있다. 호남인들도 자신들에 대한 배제와 홀대, 혐오를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읽어낸다.
산업화 시기 출향 호남인들은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목격했듯 호남 정체성을 애써 부인했다. 경상도 출신들이 억양과 어휘, 표현에서 고향 사투리를 애써 지우지 않아도 됐던 반면(자부심까지 갖더만), 전라도 출신들은 경기 말투, 즉 표준어에 민첩하게 적응했다. 그들끼리 있을 때 말고는 자신들의 출신지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이 말은 곧, 안동 출신으로 성남 빈민촌에서 출향 호남 2세들과 어울렸지만, 이재명은 사실 호남 정체성과 직접 대면한 게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공돌이에 검정고시 출신 이재명은 딱히 그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2002년 말, 노무현의 호출로 서울로 올라온 문재인은 그 후 10여 년에 걸친 호남과의 갈등과 부침을 겪으며,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호남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전면 수정한다. 즉 호남 고립과 빨대 꽂기에서 적극적인 챙기기와 퍼주기로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문재인이 임기 내내 지지율 40% 내외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토대가 호남이다.
그런 문재인이기에 이낙연과 정세균을 완전 고립시켰을 때 불 호남의 역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호남을 마치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생각하는 이재명의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거친 행보를, 문재인이 나서서 어떻든 호남도 늘 챙기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보완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이렇듯 퇴임 후 안전보장을 전제로 이재명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힘당 이준석 대표는 정권교체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윤석열의 국힘당 입당까지의 과정에서 이준석이 보인 언행, 최근 국민의당과의 합당 협상 과정에서 보인 안하무인격 언사들, 안철수 대표에게 하는 협박조의 무례한 언사들을 보면서 이준석이 과연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뛰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최대 야당 대표로서 이준석의 할 일은 정권교체를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와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야권 단일화를 지상 과제로 삼아 분열을 최소화하고 제3 세력이 존재치 않게 해야 한다. 반대로 여권에 대해서는 이재명과 이낙연의 갈등을 부추겨 호남을 갈라치고, 호남에서 25% 이상 국힘당 지지를 얻어내는 것 말이다.
이준석에게 그리 기대하는 게 없는 입장에서 하나마나한 흰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준석이 당대표로서 계속 이따위로 한다면 당원 지지자들도 결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쪽팔리더라도 다시 한 번 비대위를 말이다.
다 떠나서 이준석은 왜 도대체 안철수 대표에게 이토록 무례한가? 정치를 그런 식으로 배운 건가, 인성 자체가 그런 가? ‘꼰대론’의 바탕 자체가 그런 건가? 인간은 못 되더라도 양아치는 되지 말아야지, 정치를 한다는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