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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욱
-사람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세상이 온다? 한마디로 모두 거짓이고 사기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온 누르고 우승했던 왓슨 사업 대부분 중단. 사업부 매각 추진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어. 관련 분야의 인력 수요가 어마어마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인간처럼 사고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계적 지능을 의미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능력이 구현될 것이라는 예측들을 내어놓는다. 또한 뭔가 이슈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호기심 많은 언론들과 더불어 곧 사람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모두 거짓이고 사기다. 미래학은 매우 심각하고 설득력 있어보이는 논리로 짜릿한 미래를 설명하며 그들의 주장이 담긴 책을 파는 데 열중하는 직업일 뿐이다. 경제 분야에서 한가닥 하거나 이슈를 제기하며 먹고사는 다수의 좌측 선동가들은 인간의 일자리라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림으로써 관심을 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과도한 생각들의 역사는 깊다. 1956년에 미국에서 열린 다트머스 컨퍼런스는 마빈 민스키와 존 매카시 교수, 그리고 IBM의 수석 과학자인 클로드 섀넌과 네이선 로체스터가 개최했다. 이들 중 마빈 민스키와 존 매카시교수가 처음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말을 사용하고 인정해주기를 요청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무언가 대단한 미래가 금방 닥칠 것으로 기대하는 생각들이 팽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 연구는 이후 몇 차례의 암흑기를 거치며 굴곡진 영역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2016년 3월 구글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이 끝난 후 이세돌이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에게 자신의 사인이 적힌 바둑판을 선물하고 있다.
근래 들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가 역전파를 이용한 심층 신경망이 이미지 인식 부분에서 당시 가장 뛰어난 어떤 알고리즘보다 크게 앞선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즉, 이전까지 답보상태였던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의 계기가 있기 전부터 상업용 컴퓨터 시장에는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멋있는 용어가 마케팅에 이용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2011년 2월, 미국 ABC방송 퀴즈쇼 제퍼디에서 사상 처음으로 인간 챔피온을 누르고 우승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세계는 사람보다 뛰어난 왓슨에 흥분하며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생각했다.
IBM은 이를 통해 의료, 금융, 법률,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 왓슨이 그 능력을 발휘할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 이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 세일즈 능력을 갖춘 IBM의 과장이자 오버였다. 왓슨은 연산능력이 아주 뛰어난 수퍼컴퓨터에 불과했으며 인간처럼 사고하는 알고리즘과는 거리가 먼 그저 뛰어난 기계일 뿐이었다.
이세돌과의 바둑에서 이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인간 사고를 흉내내는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정해진 규칙을 학습(그 뛰어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인식)하여 그 중 최적의 결론을 인간보다 빨리 내는 것이 본질이다.
현재 IBM의 왓슨 사업은 대부분 중단됐고 IBM은 이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리 쉬울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왓슨의 기술적 능력이 무엇인지 이미 다 밝혀진 상황에서 이를 인수할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왓슨의 실패는 오너없는 기술기업의 실패사례로 좋은 예가 될 듯하다. 주주에 의해 고용된 경영진은 단기적 성과에 목매달 수밖에 없다. 이는 언제나 확보된 기술 수준보다 더 과장된 마케팅을 유발하여 그 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삼성이 오너지배 체제라는 사실은 솔직히 이런 면에서는 어찌보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음성인식과 이미지 인식 수준에 머물러있다.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미지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이는 동일한 패턴을 찾아내는 기술이며 인간의 인지, 추론능력과 유사하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빠르게 발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발전의 속도가 늦다는 이유와 더불어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인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공포가 단기적이라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매우 장기적이다. 세상 어떤 마케팅보다 쉬운 것이 공포 마케팅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