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년병들의 6.25 증언 ‘후크고지의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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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도형

 

-미군과 영연방군이 4차에 걸쳐서 중공군과 격전, 임진강 북단 지역 지켜낸 위대한 전투

-참전용사 케네스 켈드 옹의 수기를 따님이 프린트해서 책자 형태로 묶어 소장하던 자료

-‘I went to your wedding’ 즐겨 부르던 전우의 목소리, 다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 등

 

 

후크고지는 임진강 북단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사미천 좌측 군사분계선을 끼고 형성된 해발 200미터 남짓한, 서북에서 동남으로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능선 고지이다. 지형이 후크(hook)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후크고지전투는 1952년 10월부터 1953년 휴전 직전까지 미군과 영연방군이 4차에 걸쳐서 중공군과 격전 끝에 사수함으로써 임진강 북단의 연천군 장남면, 백학면, 미산면, 왕징면 일대를 대한민국 영토로 귀속시킨 위대한 전투이다. 그 중에서도 2차 후크고지전투를 통해 고지를 사수한 블랙와치 연대의 뒤를 이어 1952년 11월 후크고지로 투입된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는 1953년 4월 28일 50시간여에 걸친 포격과 참호 육박전 혈투 끝에 중공군을 물리치고 고지를 사수했다.

 

이 전투를 두고 사미천전투로도 부르나, 해당 전투가 영연방 사단이 주역이고 그들이 ‘후크고지’라 부른 만큼 이 책에서는 ‘후크고지전투’로 통일했다. 4회에 걸친 후크고지전투는 1953년 4월 28일 중공군 1개 사단의 총공세 속에 벌어진 3차 전투가 가장 치열했고, 듀크 연대 측에서도 많은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했다. 그 체험과 목격담이 수기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통해서 후크고지전투의 사실관계가 ‘위키백과’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잘못 전달되고 있음을 당시 참전 노병들의 수기가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 해병 제1사단 제1대대장으로 기재된 데이비드 로즈 중령은 영국(스코틀랜드)군 블랙와치 연대 제1대대장이었음을 참전 노병들이 생생히 증언한다. 이 책을 통해서 후크고지전투 관련 사실관계들이 바로잡히고, 공식 출판 백과사전류에도 등재되기를 기대한다.

 

후크고지의 전투에 참전했던 영국의 어르신들.

 

이 책은 6.25 참전용사인 케네스 켈드 옹이 자신의 참전 경험담을 수기 형식으로 정리, 그 따님이 프린트해서 책자 형태로 묶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제2 번역자이자 영국 교포인 김용필 님의 소개로 한국에서 펴내는 최초의 공식 출판물이다.

 

이 책의 기획자이자 메인 필자인 켄 켈드 옹을 비롯한 스물두 분의 참전 노병들 대부분이 당시 17~19세의 징집병이고 스스로 ‘Working Class’라고 밝힌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쓰신, 전문적인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러프Rough한 영문 1차 텍스트라서 한글 번역 과정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김용필 님과 그 자제의 수고 덕분에 영국 북부 지역민들의 언어 습관과 정서까지도 헤아려 한글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기들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지명 독촌Dokchon, 간동KanDong 등은 현재 지도와 지역 행정적으로도 확인이 되지 않고, 참전 노병들의 기억도 확실치 않아 그런 사실들을 각주로 해설해 놓았다.

 

이 책을 통해서 6.25전쟁에는 2차대전 당시 독일 전선과 동남아 싱가포르, 버마 전선 등에서 전투를 치른 영국 예비역들도 동원되어 참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분들의 증언을 통해 3차 후크고지전투가 2차대전 당시의 가장 격렬했던 전투 이상으로 격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후크고지가 있는 연천군 장남면 일대에는 영국군과 영연방군의 전적을 확인할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비석 하나 확인되지 않다. 이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후크고지 인접한 곳에 작은 ‘전적기념비’를 건립했으면 하는 뜻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리를 위해 싸워 주셔서 고맙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이 책의 기획자이자 메인 필자인 케네스 켈드 옹은 1934년생이다. 켈드 옹은 1952년 4월 17일 징집 영장을 받고 18세 나이로 그린 하워즈 연대에 신병 입대한다. 6주간의 신병 기초군사훈련과 10주간의 추가 훈련을 받고 ‘듀크 오브 웰링턴 연대’(이하 듀크 연대)로 전출 배속되어, 1952년 8월 하순경 햇수로 3년째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6.25전쟁의 최전선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9월 하순경 부산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가축 수송용 열차를 타고 26시간을 달려 독촌역에 도착한 뒤, 임진강 북단의 듀크 연대 주둔지로 이동한다.

 

1952년 11월 중순, 듀크 연대의 D중대에 배속된 켈드 이등병은 앞서 후크고지를 사수하고 있던 블랙와치 1대대가 예비대로 빠진 자리로 투입된다. 투입과 동시에 시작된 중공군의 공격에 맞서 분전한 켈드 이등병과 그 전우들의 이야기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11월 부산 유엔군묘지에서의 작별 참배 사열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 영국령 지브롤터에 머물며 징집병으로서의 나머지 복무 기간을 마치고 이듬해 1월 전역하기까지의 과정이 제1부 ‘한국전쟁과 나’에 실려 있다.

 

포격전, 참호 육박전이 난무했던 3차 후크고지전투

이 책은 6.25전쟁 당시 처절했던 후크고지전투에 대한 사료로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후크고지전투는 1차에서 4차까지의 큰 전투가 있었다. 1952년 11월초에 벌어진 2차 후크고지 전투에서 중공군과 격전을 치른 블랙와치가 예비대로 물러나고, 11월 중순 그 자리에 마침내 웰링턴 공작의 워털루전투 전통에 빛나는 듀크 연대가 투입된다.

 

중공군의 크고 작은 도발에 맞서 싸우며 한국에서의 혹독한 겨울을 보낸 듀크는, 1953년 5월 28일부터 중공군의 총공세에 맞서 엄청난 포격전에 이은 처절한 참호 육박전을 벌인다. 펀치볼전투와 백마고지전투, 백암산-949고지전투는 고지전 하면 한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6.25 백병전의 현장이다. 중공군 1개 사단에 맞서 듀크 연대가 감당해 낸 제3차 후크고지전투도 그에 못지않았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이 책의 메인 필자인 켈드 옹의 참전 수기로, 자신이 직접 치른 제3차 후크고지 전투와 그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부는 이등병 소총수부터 선임하사,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포병대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스물두 분의 참전 노병들의 수기가 실려 있다.

 

듀크 연대 장병들의 수기가 주를 이루고 더함 경보병 연대, 에섹스 연대, 킹스 경보병 연대, 노스 스태포드셔 연대, 로얄 노섬버랜드 푸실리에스 연대, 왕립포병연대 출신 노병에 이르기까지 당시 영국군의 주력이 대거 6.25전쟁에 참전했음을 알 수 있다.

 

부산항에 도착한 영국군을 환영하는 미군 군악대의 ‘St. Louis Blues March’를 들으며 임진강 전선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짬에 간이 Pub에서 ‘I went to your wedding’을 즐겨 부르던 전우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된 이야기, 참호 안으로 들어온 뱀을 스텐 기관단총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쏘았으나 한 발도 맞추지 못한 이야기, 버려진 쥐가 먹은 초코바를 수색 정찰을 나갔다 온 병사가 멋도 모르고 주워 먹은 이야기 등 이 책에는 전장의 군인들이 전투와 수색 정찰, 진지 작업,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의 포로 생활 이야기 등이 실감 나게 담겨 있다.

 

남편을 6.25 전장으로 떠나보낸 아내의 思夫曲

제3부에 실린 참전용사 아내가 쓴 수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각별하게 다가온다. 신생 독립국이자 세계 최빈국의 국민이었던 우리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 영국도 대단히 힘든 시기였다. 그들도 2차대전의 참담했던 현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었다. 그들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2차대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남편이 다시 동원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아직 걸음걸이도 서툰 두 아이를 키워야 했던 한 젊은 아내의 이야기는 우리가 쉽사리 느껴 보지 못한 또 다른 전쟁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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