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맛 칼럼니스트가 보여줬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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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천차만별의 ‘맛 칼럼니스트’들 중 꼴사납게 설쳐대는 인물이 대표적인 문빠 황 머시기

-이 분야 선구자 백파 홍성유 선생에 비하면 황의 맛 관련 글은 수준도 그렇고 구질구질

-백파의 ‘맛 글’은 간결하고 담백. 맛을 알리고 평가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이나 수사 절제

 

 

 

‘맛 칼럼니스트’들이 많다. 천차만별의 그들 중에 꼴사납게 설쳐대는 인물이 대표적인 문빠활동가인 황 머시기다.

 

그 나름으로 자신이 맛 칼럼니스트의 원조 격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하고있지만, 기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백파 홍성유(1928-2002) 선생이다. 황 머시기와 백파 선생은 맛을 평가하고 쓰는 글에서 우선 품격이 다르다. 황 씨의 맛에 대한 글은 수준도 그렇거니와 글이 구질구질하다.

 

그 이유는 그의 독특한 강성문빠 활동에 기인한다. 맛에 대한 얘기면 맛을 쓰면 되는데, 이 양반은 쓸데없는 군더기 말을 덧붙인다. 말하자면 ‘맛 글’에 격에 맞지않은 정치적인 주절거림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김 군, 앞으로 신문쪼가리 볼 필요없다. 이 책에 나와있는 집으로 가면 되니까.”

 

백파 선생의 ‘맛 글’은 간결하고 담백하다. 소설가답게 글맛을 아는 것이다. 우선 길게 쓰질 않는다. 맛을 알리고 그를 평가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이나 수사는 최대한 절제해 쓰고 있다. 선생이 쓴 ‘한국 맛있는 집’은 시리즈로 나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처음 나온 게 1987년이다.

 

시리즈 1권인 이 책에는 각 지역별로 맛 있는 집 666곳을 소개하고 있다. 한번 펼쳐보니 인사동 ‘사동집,’ 명동 ‘한일관,’ 종로 ‘이문설렁탕’이 눈에 들어온다. 귀에 익은 서울의 맛집들이다. 이들 맛집들은 아직도 있다. ‘이문설렁탕’은 자리를 옮겼을 뿐 아직도 ‘100년 설렁탕’의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다. 내가 산 게 아니고, 김각(1935-2011) 선생이 주신 책이다. 신문사 논설실에 계셨던 선생은 가히 맛과 술의 대가였다. 일주일에 두어번은 나를 맛집에 데려 갔는데, 항상 신문 쪽지를 갖고있었다. 맛집의 출처인 신문기사 쪼가리였다.

 

그러던 1987년의 여름 어느 날, 선생이 이 책을 불쑥 나에게 내밀었다.

 

“김 군, 앞으로 신문쪼가리 볼 필요없다. 이 책에 나와있는 집으로 가면 되니까.”

 

라며 나더러 책을 가지라 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처음 보고 찾아간 집이 부천의 ‘우래정’이라는 도가니탕 전문집이었다. 기세좋게(?) 신문사 차를 타고 간 그 집에서 많이 마시고 대취해 집으로 오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백파와 김각 선생, 두 분 다 이 세상에 안 계신다. 음식과 맛은 사람에 대한 추억이라는 것을 이 책을 오랜만에 대하면서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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