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아라비아 숫자 표기하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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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동식

 

-지금도 일부 일간지에선 1천2백27명 이런 식으로 숫자 표기. 독자의 가독성 때문이다?

-과거 신문들이 세로 편집이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 긴 숫자 세로로 편집하면 읽기 힘들어

-언론사는 숫자 표기에서 세 자리 단위보다 네 자리 단위로 한글 표기 해주는 게 좋을 듯

 

 

지금도 일부 일간지에선 숫자 표기를 할 때 1천2백27명 이런 식으로 표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표기해야 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하는 설명이 ‘숫자 단위가 커지면 독자가 쉽게 그 단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틀린 설명도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설명도 아니다.

 

1,227명 정도를 그냥 숫자만 쓴다고 해서 단위를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 과거에는 일간 신문의 가상 독자층을 중졸 수준으로 설정하고 그들의 수준을 대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중졸이라 해도 1,227을 읽는 데 단위를 헷갈릴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주요 언론의 독자층을 고졸 정도를 대상으로 해도 큰 무리가 없으리라고 본다. 고졸이라면 낮은 학력이라 해도 1,227을 읽는 데 숫자 단위를 헷갈릴 염려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 일간지 신문 지면. 이렇게 세로편집을 할 경우 단위가 큰 숫자를 편집하기가 어려워진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세 자리 숫자마다 넣는 콤마도 빼는 경우도 있다. 즉 1227 이렇게 표기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숫자는 단위를 헷갈릴 염려가 없다는 나름의 판단 기준에서 나온 표기 원칙이다.

 

중졸을 대상으로 기사를 작성했던 과거에도 단위를 헷갈릴 염려 때문에 저렇게 표기했다는 것은 별 근거가 없다는 걸 밝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1천2백27’ 이런 식의 표기는 왜 생긴 것일까?

 

그건 과거 신문들이 세로 편집이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즉, 1227이라고 가로로 쓰면 헷갈릴 염려가 적지만, 세로로 편집할 경우 저 숫자를 읽기도 힘들고,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도 않다. 그래서 각 단위마다 한글로 천, 백 등의 단위를 표시해준 것이다. 다만, 십 단위는 헷갈릴 염려도 없어서 그냥 27 이렇게 붙여서 쓰게 된 것으로 안다.

 

그러니 가로쓰기가 전면화된 지금 천, 백 단위를 한글로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원래 그런 관행이 출발한 배경도 모르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낡은 관행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는 그냥 1,227 또는 1227이라고 쓰는 게 낫다고 본다. 회사나 관공서 등의 문서에서는 세 자리 단위 콤마를 꼭 써야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독자의 가독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 언론사의 경우 세 자리 단위 콤마도 불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1만 단위 이상은 한글 표기를 해주는 게 좋다고 본다. 즉 1만1227 이런 식으로. 학력 여부를 떠나 숫자가 만 단위를 넘어가면 직관적으로 단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워진다고 본다. 한국의 전통이나 문화를 고려하면, 언론사의 경우 숫자 표기에서 세 자리 단위보다는 네 자리 단위로 한글 표기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가령 4287억5431만2789… 이런 식으로. 이게 가장 가독성이 높고, 의미 전달이 빠르지 않을까?

 

나의 경우 기자 시절부터 이렇게 쓰는 것을 고집해오기는 했었다. 아, 물론 내가 데스크가 된 다음의 일이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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