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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동식
-지금 경제, 공정성, 노동 개혁, 연금 개혁, 복지 담론, 인구, 청년 등 이런 게 핵심 이슈일까
-서구식 근대화를 수용하는 피눈물의 역사, 지금 우리가 그 ‘최종 답변’을 내는 단계라는 것
-정세분석은 동시성 위에서 통시성, 통시성의 맥락에서 동시성 분별하는 입체적 관점 필요
윤석열도, 윤희숙도 심지어 이재명조차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70점씩은 줄 수 있다고 본다. 출마선언문 얘기다.
그런데 뭔가 답답하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걸 보는 심정이랄까.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누가 좀더 잘하고 못하는 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저런 프레임 자체를 새로 구성하는 비전과 안목, 철학을 요구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게 안 보인다.
지금 한국 상황이 경제 문제, 공정성 문제, 노동 개혁, 연금 개혁, 복지 담론, 인구, 청년… 이런 게 핵심 이슈일까?
정치는 종합예술이다. 한 나라의 역사적 전개 속에서 현재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슈를 잡아내고, 그걸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대적인 그룹과의 대립전선을 형성해내는 작업이다. 경제, 공정성, 노동, 연금, 복지, 인구, 청년… 다 중요하다. 하지만, 저런 이슈를 생산해내는 근원을 파고들지 않으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은 몇십년째 저런 이슈들에 마치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그저 땜빵 이상의 것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문제는 한국의 근대사를 통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반도의 근현대사가 서구식 근대화를 수용하는 피눈물의 역사라는 것, 지금 우리가 그 최종 답변을 내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우리에게는 다시 한번 비참한 역사가 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

정세분석은 기본적으로 조직적인 공동작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낸 조사와 축적, 정리, 아카이브 작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근대화는 바로 중국 대륙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게 역사관이고 한반도 자유민주 세력이 갖추어야 할 정치철학이다.
이런 역사관과 정치철학이 없으면 결국 우리는 다시 한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북한 김씨조선 체제의 완전한 소멸과 자유민주 대한민국으로의 흡수 통일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정면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으니 양말 위로 가려운 데를 긁는 느낌이랄까?
이런 문제의식과 관련해서 정세분석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정세분석은 각각의 현상과 사물을 다른 요소들과의 연관 속에서 이해하는 작업이다. 즉, 동시성(同時性) 속에서는 다른 집단, 사물, 현상과의 관계를 찾아내고, 통시성(通時性) 속에서는 하나의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 속에서 현재 전개되는 사태를 이해하는 통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동시성과 통시성을 각각 분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두 가지 요소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해내는 것은 정말 지난한 작업이다. 말 그대로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정신의 작동이 필요하다. 동시성 위에서 통시성을 바라보고, 통시성의 맥락에서 동시성을 분별하는 입체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동양문명의 가장 큰 특징의 평면성이고, 입체성의 부재이다.
그런 점에서 정세분석은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조선식 전통, 동양문명의 틀을 깨트리는 작업일 수도 있다.
황장엽 선생이 한국에 와서 그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하더만.
“밥을 굶어도 정세분석은 해야 한다.”
나는 기자생활 하면서 기자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자주 했다.
“정세분석에 목숨을 걸어라. 정세분석 없는 기사는 입체감이 없다.”
나는 하나 더 덧붙였다.
“정세분석은 기본적으로 조직적인 공동작업이다. 반드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혹시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아 단 혼자서 정세분석을 한다고 해도, 그건 본질적으로 조직적인 공동작업이다. 왜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해낸 조사와 축적, 정리, 아카이브 작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세분석이 우리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관조하고 지향점을 다시 설정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짜는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세분석의 축적 없이는 저런 프레임 설정 자체가 나아갈 수 없다고 본다.
정세분석을 제대로 하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