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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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hn Lee

 

-부검의 특성상 장기기증이나 장례방법과 달리 고인이 생전에 밝힌 의향을 존중하기 어렵다

-감정 배제한 이성적 절차? 망자에겐 모욕, 구경꾼들에겐 선정적, 기자들에게는 가십거리로

-일반 국민들은 CCTV에 찍히는 수술 장면과 부검 장면의 적나라함을 아직 잘 알지 못하는데

 

 

범죄자로 지목되었는데 살아서 끝까지 조사를 받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일반인 눈에도 동기가 뻔해 보이는 상황까지도 부검을 진행해서 역시 예상대로였다는 기사를 많이 본다.

 

조금 구글링을 해 보면, 웬만하면 부검을 하고 동시에 또 웬만하면 부검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제도적으로는 웬만하면 부검을 권장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인력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검의 특성상 장기 기증이나 장례 방법과는 달리 고인이 생전에 밝힌 의향을 존중하기 어렵다. 부검 자체가 이미 뭔가 문제가 생겨 논란이 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검을 혐오한 고인이 타살되었다는 의심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관참시를 일반적인 사형보다도 더 끔찍한 형벌로 생각했던 조선시대 사람들과 달리, 이미 흙으로 돌아간 이후엔 어떤 일이 일어나든 뭔 상관인가 싶다.

 

국민들은 CCTV에 찍히는 수술 장면과 부검 장면의 적나라함을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뇌)은 화장하고 남은 뼈보다는 이미 산소와 결합해 하늘로 날아간 연기 속에 있다. 우리가 연기를 가둬둘 수 없기에 유골이라도 의미를 두고 수습하는 것일 뿐. 하지만 부검은 아직 (혹은 덜)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 상태다. 오죽했으면 고대 이집트에서 귀부인을 미라로 만들 때는 일부러 조금 썩혀서 보내기까지 했다고 하겠나.

 

아무튼 부검과 관련된 연관 검색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일반인들에게 부검은 정말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이성적인 절차는 아닌 것 같다. 망자에겐 모욕적이고, 구경꾼들에겐 선정적이고, 기자들에게는 가십거리다. 사체 훼손과 부관참시를 극히 혐오한 조상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일반 국민들은 CCTV에 찍히는 수술 장면과 부검 장면의 적나라함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덕분에 부검 동의(는 필요없겠지만 납득)와 수술실 CCTV가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고.

 

부검에 대한 본인의 생전 동의는 아무런 법적 의미가 없겠지만, 나는 정말 웬만하면 요식적인 필요성 때문이라면 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기 기증은 아주 필요하고 아주 숭고한 행위이고 권장되어야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는 장기기증도 원하지 않는다. 때밀이를 싫어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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