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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택시 문 닫자마자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았는데 이미 택시는 시야 밖으로
-근처 공중전화 갔는데, 이번에는 공중전화가 500원짜리 안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됨
-공공통신망은 이제 유명무실. 제한된 공공서비스 통해서만 자력구제가 가능하다는 점
며칠 전에 새벽까지 술먹고 핸드폰 잃어버림.
인사불성 이런 건 아니었고 집앞에서 택시 문 닫자마자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았는데 이미 택시는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음. 택시 넘버 바로 외우고 집에 갔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임.
나의 애플제품 찾기 해봤는데 위치정보가 안뜸. 애플 아이디 한국-미국 두개를 돌려써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서 다른 애플 아이디로 로그인 시도했는데 핸드폰 인증 없으면 로그인을 못함(…). 결국 실패.
낮이나 저녁이면 친구들한테 보이스톡 돌려서 뭐 어떻게 하겠는데 새벽이라 다들 자고있을 거고. 같이 술먹은 친구한테 보이스톡 해보니 얘는 응응거리긴 하는데 이미 만취라 도움이 안되는 것 같음. 그래서 일단 노트북으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보려 했는데 방법을 못찾고 이것도 결국 실패.
이때 피씨 카톡으로 내 자신에게 보이스톡을 걸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음(…). 공중전화로 전화라도 걸어볼까 하여 집에서 동전 뒤져서 집근처 공중전화 갔는데, 이번에는 공중전화가 500원짜리를 안먹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됨(…).

모두에게 개인통신망이 보급되면서 공공통신망은 이제 유명무실한 수준이 되었다.
통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백 몇십원이랑 오백원 두개 갖고나왔는데 오백원 안돼서 좌절. 그래도 백원짜리랑 십원짜리 조합해서 기사님 연락처 받으려고 서울 택시조합에 전화 걸어봄. 근데 문제는… 통화품질이 너무 안좋음. 지직거려서 안내음성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들림. 아마도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듯(사실 2021년에 누가 공중전화를 쓰겠어). 그렇게 공중전화 트라이도 실패.
길거리에서 전화 빌리는 건 너무 실례인 것 같고, 예전에 군바리 시절에 길거리에서 핸드폰 빌리기 트라이하다 엄청 많이 물먹었던 게 생각남. 그래서 고민하다 지하철 역사 들어감. 지하철 역무실 가서 밤새고 있는 지하철 공익한테 사정 이야기하고 전화 빌려씀.
여러 단계를 거쳐 다행히 기사님과 연결이 되었고 기사님이 영등포 경찰서(…)에 맡겨뒀다 함. 다행히 다음날 찾음.
하지만 2021년의 한국사회에서 홀로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심지어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는 것에도 엄청난 우여곡절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모두에게 개인통신망이 보급되면서 공공통신망은 이제 유명무실한 수준이 되었고, 또다른 개인이 도와주거나 조금 머리를 굴려야지만 쓸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통해서만 자력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좀 무섭게 느껴졌음.